[차재원 칼럼] 한동훈-오세훈-유승민-안철수 연대로 국힘 혁파하라!

2024-12-23     차재원 칼럼니스트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대표가 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의 담화 내용에 대해 비판하자 한 의원이 일어나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지난 5일자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 제목이다. 그 이틀 전 밤 벌어진 대통령 윤석열의 ‘위헌적’ 비상계엄. 그에 놀란 심정과 함께 참담함을 토로했다. “지금 세상이 어떻고 국민의 정서가 어떤지를 모른 채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 국무위원은 이렇게 실토했단다. “비현실적 공상 영화 같다.” 그렇다면 계엄 실패로 공상 영화는 모두 끝난 것일까.

안타깝게도 현재 진행형이다. 윤석열의 12.12 담화가 대표적이다. “12.3 계엄은 통치행위” “국회 출입 안 막았다” “2시간짜리 내란 어디 있나” 등. 억지와 궤변으로 일관했다. 모든 언론이 혀를 내둘렀다. 외신은 ‘해외토픽’ 수준으로 다뤘다. 그렇게 당당한데 수사엔 불응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다시 대통령을 욕하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작 더 큰 문제가 있다. 국민의힘 또한 ‘국민 욕받이’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비난받는 건 당연하다. 그러면 두 손 바짝 치켜들고 반성과 책임을 얘기해야 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외려 따지고 든다. “선동정치를 막자”(나경원) “무도한 이재명에게 정권을 헌납할 수 없다”(윤상현) 등. 어이없게도 이런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탄핵안 가결 직후 대표 한동훈을 날려버렸다. 친한계 최고위원 2명도 가세했다. 반대표를 던진 85명의 집단 ‘광기’에 지레 겁먹은 탓이다. 조짐은 진작 보였다. 계엄 사태로 물러난 원내대표 추경호 후임 선출투표. ‘윤석열 체리 따봉’ 주인공 권성동이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다. 이때 등장한 말이 ‘윤시앵 레짐’. 친윤 중심 구체제가 다시 여당의 중심이 됐다. 그래서였을까. 윤석열 마냥 “혼자만의 동떨어진 생각을”을 밀어붙이고 있다.

당장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 임명에 딴지를 걸었다. 권한대행 한덕수의 임명권 행사가 문제 있다는 것. 탄핵 인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대통령 ‘직무 정지’ 상태의 권한대행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했다. 이는 2017년 권한대행 황교안의 대법원장 추천 몫 헌법재판관 임명 사례를 염두에 둔 논리였다. 사실 당시는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파면을 결정한 직후라 대통령 ‘궐위’ 시점. 그렇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능을 직무 정지와 궐위로 나눠 제한할 수 있나. 그런 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힘 속내는 빤하다.

첫째, 어떻게든 현재 6명 헌법재판관만으로 탄핵심판 결론을 내자는 심사. 이 경우 6명 중 한 명만 반대하면 탄핵은 무산된다. 9명 체제에서 4명을 확보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실제 이렇게 되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대통령이 권좌로 복귀한다. 이때 생길 정치적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한다. 둘째, 임명 지연을 통해 결론도 최대한 늦추자는 전술이다. 이론상 향후 6개월 내로 잡힌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선거법 2심과 3심. 이 결과에 따른 정국 요동 가능성을 최대 활용하려는 속셈이다. 대통령 리더십의 장기공백과 정국 예측 불가. 이에 따른 대외 신인도와 실물경제 타격 역시 아예 뒷전이다.

내란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도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특검 추천권의 야당 독점이 “헌법 위반”이라는 것. 위헌이 그렇게 걱정이라면 정말 일의 선후가 단단히 뒤바뀌었다. 현직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한 사실상 친위쿠데타였던 비상계엄. 군, 경찰, 국정원 고위직들의 이실직고는 내란 수괴가 대통령임을 증거하고 있다. 만사 제쳐두고 이것부터 밝혀내 단죄하는 게 순리다. 짐짓 이는 모른 척하며 추천권 위헌 운운은 공연한 트집으로 비칠 뿐이다. 무엇보다 헌정 질서를 자신이 장악한 군대로 간단히 뒤집어도 된다는 생각. 그에 동조하지 않고선 절대 이럴 순 없다.

속속 밝혀지고 있는 비상계엄 진상 중 단연 주목되는 건 전직 정보사령관 개입이다. 여군 성추행으로 군에 쫓겨나 점집을 운영하던 퇴물 군인. 계엄 기획부터 수사까지 지휘한 실무총책으로 드러났다. 계엄의 불법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군 기강은 물론 지휘 명령체제가 완전히 무너졌다. 지켜보는 국민은 억장이 무너진다. 정작 입만 열면 안보를 외치던 보수정당 국민의힘. 철저히 모르쇠다. “정말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국민의 입에서 국민의힘을 향한 탄식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당사자는 태연자약이다. 20일 나온 한국갤럽 조사. 당 지지율은 24%였다. 민주당 48%의 반토막. 당 일각에선 “선방하고 있다”는 자평이 나온다.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12%에 비해 두 배나 높은 탓이다. 하지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를 보자. 한동훈과 홍준표 5%, 오세훈 김문수 유승민 2%, 안철수 1%. 도토리 키재기다. 반면 이재명은 37%. 압도적 차이다. 조기 대선의 경우 해보나 마나다. 꼭 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유승민이 발끈하고 나섰다. “두번 대통령 연속 탄핵이니 보수가 진짜 망할 위기인데도 당의 모습은 사과 한번 없이…어떻게 보수가 이럴 수가 있나.” 그래서 강한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국민의힘을 반드시 변화시키고 싶다. 당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매우 강하다.” 현실은 냉정하다. “정말 이 정도인줄…”에 갇힌 국민의힘. 그가 한 발짝도 내디딜 공간조차 없다.

모름지기 궁하면 통하는 법. 한 번 역발상 해보라. 여당 주자 중 계엄 반대, 탄핵 찬성한 이들과의 연대다. 한동훈, 오세훈, 안철수가 그 주인공. 걸어온 길이 달라도 당장은 보수 혁신엔 같은 목소리다. 가칭 ‘헌법가치 보수 연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직전 당 대표, 현직 서울시장, 단골 대선후보에다 ‘개혁 아이콘’ 유승민까지. 거의 어벤저스급 아닐까. 눈앞 목표에만 집중하면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다. 일단 당을 올바르게 견인한다. 보수 혁신에 사심 없이 매달린다. 진정성이 통하면 분명 살길이 열린다. 꼭 유승민이 먼저 깃발을 들라는 말은 아니다.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 한동훈이 내뱉었던 말을 주워 담는다는 명분으로 나서도 된다. 광역단체장 오세훈이 잿밥에 기웃거리면 흉이 된다. 정치개혁 선봉장은 충분히 용납된다. 후보단일화 결단으로 정권을 만들었던 안철수.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나서면 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반드시 하나가 돼야 가능하다. 그래야 반헌법적, 몰역사적 퇴행의 국민의힘을 막을 수 있다. 내란 수괴에 대한 단죄도 빠르고 확실하게 할 수 있다.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 재 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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