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삼청동 대통령 안가, '박근혜 국정농단' 중심에서 '계엄 본부' 역할까지
박정희 정권서 안가 12곳 운영.. 지금은 삼청동 안가만 남아 비상계엄 전후로 삼청동 안가서 비밀 회동 잇따라 尹, 안가 술집 형태로 개조 시도? 대통령실 "사실무근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과거 박근혜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었던 '삼청동 대통령 안가'가 이번 '12·3 비상계엄'에서는 '계엄 본부'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비상계엄 선포 수개월 전부터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군 장성들이 10여차례 회동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계엄 당일에는 윤 대통령이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청장에게 별도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계엄 해제 후에도 이상민 전 행안부장관과 박성재 법무부장관,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 윤 대통령의 측근들이 안가에 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민주당은 안가 관리책임이 있는 경호처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정희 정권서 안가 12곳 운영.. 지금은 삼청동 안가만 남아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은 '밀실 정치'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고 도청 우려도 없어 과거 청와대나 지금의 대통령실보다 은밀한 논의가 가능한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안가는 정확히 언제부터 운영됐는지 알 수 없으나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0년대 후반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대통령의 사적 공간 필요성을 내세워 건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안가는 청와대 인근 궁정동과 삼청동, 청운동 등에 모두 12채가 운영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79년 10·26 사건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피살된 장소가 서울 궁정동 안가 2층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 정권의 표상과 같은 안가를 대거 폐쇄했다. 궁정동 안가는 무궁화동산이라는 이름의 공원이 됐고, 삼청동 안가 한 곳만 남게 됐다.
삼청동 안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주로 활용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삼청동 안가를 공관으로 사용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안가를 적극 찾았다. 삼청동 안가에서 대기업 총수들과 독대하며 미르·K스포츠재단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전후로 삼청동 안가서 비밀 회동 잇따라
삼청동 안가는 이번 비상계엄에서는 '계엄 본부'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3월 말 신원식 전 국방장관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 등을 삼청동 안가로 불러 조만간 계엄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3시간 전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대통령 안가로 불러 계엄 선포 이후 기관 장악 등을 지시한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에도 박성재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안가에 모인 것이 확인됐다.
안가에서 10여차례 이상 내란 모의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경호처 차장이 직접 관리하는 삼청동 안가에서 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외 많은 장성들이 매우 빈번히 김용현과 회합을 가졌다는 제보가 있다"고 밝혔다
진상조사단 박선원 의원은 "김용현과 방첩사·수방사·특전사 등 세 명의 사령관 외 한두명의 장성이 추가로 참석하는 방식으로 이미 상당 기간 10여차례 이상 이런(내란 모의) 회동이 이뤄졌다"면서 "누가 참석했고,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건영 의원은 안가 관리를 책임지는 경호처장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안가 관리는 모두 경호처가 한다. 경호처가 모르게 들락날락거리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이런 군 장성들 모임을 경호처가 몰랐을 리는 100%, 아니 200%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계엄 당일 대통령이 쪽지 들고 비화폰 들고 왔다갔다 했다는 걸 모두 다 아는 사람이 경호처장이고, 특히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찰대 2기로 이번에 경찰에서 내란에 가담했던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의 직계 선배다. 조지호·김봉식 두 양반이 안가로 들어왔을 때 경호처장이 모를 리 없다"고 주장했다.
尹, 안가 술집 형태로 개조 시도? 대통령실 "사실무근"
윤건영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윤 대통령이 정권 초기에 안가를 술집형태로 개조하려 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신뢰할 만한 제보였다. 그 업을 하는 분에게 제안이 정확히 갔다"며 "당시 제안은 '술집의 바 형태로 안가를 바꿔달라'는 것이었고, 이분이 현장까지 가봤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통령의 안가인 데다 경호관들이 다 보고 있으니 공사를 하는 것이 너무 겁이 나서 중간에 포기했다더라"면서 "이 제보를 받은 지 꽤 됐지만 상상력에 의한 비약이라고 생각해 국회나 언론에 말하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일어난 일을 보니 과거 군사 정부 때처럼 술자리를 겸한 작당 모의가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안귀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은 궁정동 안가에서 술파티를 벌이던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흉내 내려고 했느냐"라며 "이 안가에서 걸판지게 술을 마시며 계엄을 모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한편, 윤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대통령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는 24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에서 방금 나온 공식 입장"이라며 "오늘 일부 언론 매체에서 '대통령 측이 삼청동 안가를 술집 바 형태로 개조를 시도했다'고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관련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인 바, 추측성 보도의 자제를 당부드린다"며 "해당 지역은 보안을 요하는 통제구역인 만큼 보도상 언급 자제를 거듭 당부드린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