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 “총 쏴서라도 끌어내” 발언에도 두둔하는 국민의힘… ‘탄핵심판 지연'에 총력
지난 27일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가결 권성동 “민주당, 무정부 상태 유도하는 국정 테러세력” 탄핵심판 절차 지연‧민주당 책임론 ‘부각’ 與 미디어특위, 김용현 입장문 공유하며 “국민의 알권리” 윤상현 ‘태극기 부대’에 큰절 홍준표 “조경태·김예지·김상욱 징계해야”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끌어내”라는 등의 위헌적 발언과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오히려 윤 대통령을 더욱더 노골적으로 두둔하고 나섰다. ‘1호 당원’인 윤 대통령의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은 없고 야당을 향한 억지 공격으로 극우보수 지지층 결집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탄핵 공세를 탓하며 헌법재판관 임명 자체를 적극 저지하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을 늦추려는 꼼수만 부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성동 “민주당은 탄핵 연쇄범”
국민의힘은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도중 규탄대회를 열고 민주당을 '국정 테러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권 교체 이후 29번째 탄핵안"이라며 "29란 숫자가 말해주듯이 민주당은 탄핵 연쇄범이다. 사실상 무정부 상태를 유도하는 국정 테러세력이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배경에 대해 "거대 야당이 헌법상 권한을 남용해 위헌적 조치들을 계속 반복했지만 저는 헌법의 틀 내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계엄 사태 이후 불안정한 우리나라의 외교와 안보, 경제 문제도 야당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금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정책 컨트롤타워까지 붕괴되면 민생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며 "외교 파탄, 안보 파탄, 민생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 민주당 탄핵안은 국가와 국민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한 대행 탄핵으로 환율, 물가, 대외신인도, 수출 모든 부분에 있어서 먹구름을 드리웠고 엄청난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 외교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근본적 원인은 비상계엄 선포 아니었나'라는 지적에 대해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엄 선포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도 "동시에 권한대행 체제로 이행한 이후 안정국면에 들어가고 있고 그것에 대한 해외·국제사회의 화답도 있었다"고만 답했다.
국민의힘은 한 전 대행 탄핵안에 대해 "탄핵 사유는 헌법상 탄핵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탄핵 사유 자체는 법률적·헌법적인 위반이 전혀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구체적으로 "총리로서 법률안거부권 행사 건의, 비상계엄 국무회의 심의 반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 등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수행한 직무이지 탄핵 사유라 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위를 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탄핵소추안에 대해 대통령에 준하는 가중 탄핵정족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위헌적 해석이다. 피청구인의 이 같은 행위는 청구인들의 탄핵소추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며, 국민대표권을 훼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는 지연시키면서도 책임을 물을 다른 방법은 제시하지 않은 채 민주당의 책임만 부각하는 데는 '시간을 끄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보다 이 대표의 재판 결과가 먼저 나온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다.
민주당이 탄핵공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역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현재 민주당이 헌법재판관 신속한 임명을 위해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해야 하고, 그 카드는 탄핵이 될 텐데 민주당이 한 전 대행 이후에도 '줄탄핵'을 한다면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국민도 민주당의 행태를 좋게만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김용현 입장문 배포까지
이처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지연에 총력을 기울이며 탄핵 정국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는 가운데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가 지난 28일 검찰 공소장 내용에 반박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입장을 공유한 것을 놓고 당내 내분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특위는 전날 검찰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 당시 지시한 내용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김용현 전 장관 측 변호인이 반박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공유했다. 그러자 이날 박상수 전 대변인과 류제화 당협위원장 등 친한계에선 당 공식기구가 김용현 변호인단 확성기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특위는 "비상계엄이 시대에 맞지 않고 의아한 구석이 많다는 점에 대해선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도 생각을 같이 한다"면서도 "대통령 담화문에 따르면 22번의 탄핵과 예산삭감으로 행정부 업무가 마비상태에 이르렀다고 얘기하고 있다. 탄핵 재판 과정에서 이에 대해 충분하고 납득가능한 설명이 있을지 들어보고 판단하는 것도 국민의 알 권리이고 민주적 절차"라고 반박했다.
아직 수사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았고 윤 대통령 스스로 "국회의원 체포를 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음을 강조한 특위는 "일부 저명한 헌법학자들도 내란죄에 이르는 폭동은 없었다고 보고 있다"면서 "국민의힘 스스로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짓고, 우리 당을 스스로 내란정당이라는 식으로 폄훼하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윤상현 ‘태극기 부대’ 집회 참석‧홍준표 “尹 탄핵 찬성 의원 징계해야”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꾸준하게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당내 중진 인사들의 언사는 더욱 거칠어졌다.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윤상현 의원은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2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탄핵 반대 국민대회’에서 연단에 올라 “애국시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살리는 의로운 투쟁을 하기로 마음을 굳게 결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소추안을 또 막아내지 못했다. 죄송하다”며 참가자들을 향해 큰절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8일 SNS에 “계속 탄핵해서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 봐라. 이런 게 바로 입법내란이고 국헌문란”이라고 적었다.
이어 홍 시장은 29일에는 조경태·김예지·김상욱 의원 등 윤 대통령 탄핵을 주장해온 당내 소수파를 직격하며 “뱀을 약 올리며 잡아먹어 달라는 독두꺼비를 연상시킨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들 의원 3명을 조속히 징계해야 한다며 “(의원 수) 108명이나 105명이나 상관없는데 망설일 게 뭐 있나. 전열을 흩트리는 회색분자는 떨쳐내자”라고 덧붙였다. 당내 이견을 찍어 누르고, 탄핵 반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與 지역구 사무실에 분노한 시민들 몰리기도
이처럼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비호하고 탄핵정국 책임을 민주당에 돌리고 있지만 갈수록 자기모순에 빠지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며 국민의힘을 향한 시민 분노가 들끓고 있다.
우선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요건은 그 기준을 대통령에 맞춰야 하고, 법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는 가능하다면서도 대통령의 권한인 '헌법재판관 임명권' 행사만은 불가하다는 주장은 결국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를 자기들 입맛대로, 당에 유리한 대로 판단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시민들은 국민의힘을 '내란 연장 세력'으로 규정하고 해체 촉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28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수영 지역구 사무소에는 윤 대통령 내란 혐의와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부산시민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 10분께 자신을 '촛불 시민'으로 밝힌 시민 10여명이 박 의원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내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 해당 사무소에서는 박 의원이 매주 지역 주민들을 만나기 위해 열고 있는 '국회의원 좀 만납시다'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이 찾아오자 박 의원 측은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고, 경찰이 이들의 진입을 차단하면서 대치가 이어졌다.
또한 지난 27일에는 전국 50여 곳 국민의힘 국회의원 사무소 등에서 국민의힘 해체의 날 집회가 동시다발로 열린 가운데, 집회는 경남 곳곳에서도 진행됐다.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경남비상행동은 지난 27일 오전 11시 창원시 의창구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세력의 조직적 저항은 내란 획책을 넘어선 시대의 반역"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중을 배신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역사를 되돌리려던 무리는 모두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며 "반란 숙주 국민의힘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태령 집회에 참여했던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부경연맹 의장은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이 남태령 집회를 두고 공권력을 무너뜨리고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난동 세력에는 몽둥이가 답이라고 하더라"며 "어떻게 난동 세력이 낡은 트랙터를 끌고 나와 집회를 하느냐. 국회에 총을 들고 난입하고 장갑차를 끌고 나온 것은 정당한 행위라는 뜻이냐"며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이제 국민의 짐이 됐고 내란의 힘이 됐다"며 "남태령의 그 열기로 국민의힘을 싹 다 갈아엎자"고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 경남도당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건물 출입문이 잠겨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건물 출입구 위쪽 벽면에 '내란의힘'이라고 적힌 문구를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