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하늘이 보내주신 대통령".. 김성훈, 경호처 창설기념일 행사서 '윤비어천가' 합창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식서 대통령 헌정곡 합창...취임 587일 '84만 5280분' 김성훈 차장 "친구 생일이면 파티송 안해주나.. 사람 살아가는 세상" 김건희 생일에는 트렁크 풍선 이벤트, 尹부부 휴가 때 노래방 기계, 경호관들에게 반려견 옷 구입 원곡자 권진원 "정말 당혹".. 이승환 "북한 감성 가득해" 여야 '윤비어천가?' 북한이냐? 조선시대도 안한 심기경호...격앙된 비판에 '경호처 폐지론'까지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대통령 경호처가 2년 전 창설기념일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의 생일파티처럼 기획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 헌정곡을 합창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김건희 여사 라인으로 알려진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가 지난해 김 여사의 생일 때 고급 의전차량을 동원한 이벤트를 벌였다는 의혹이 나온 가운데, 김 차장이 윤 대통령 부부를 위해 도를 넘는 심기경호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성훈 차장은 '김용현 라인'이며 '김건희 라인'으로 초강경 충성파로 알려져있는 인물이다.
경호처 창설 60주년 기념식서 대통령 헌정곡 합창...취임 587일 '84만 5280분'
16일 SBS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 경호처는 2년 전 12월 18일 창설 60주년 기념행사 도중 유명 뮤지컬 '렌트'의 '시즌스 오브 러브'를 개사한 곡을 합창했다고 한다.
원곡 가사는 '52만 5600분의 귀한 시간들 어떻게 재요 1년의 시간'인데 개사한 가사는 '84만 5280분 귀한 시간들 오로지 국민만 생각한 당신'이었다.
'84만 5280분'을 일수로 계산하면 587일이며, 행사 당일에서 587일을 거슬러 올라간 날은 2022년 5월 10일, 윤 대통령이 취임한 날이다.
이어 원곡자인 가수 권진원의 '해피 버스데이 투 유'(Happy Birthday To You) 가사를 바꿔 "새로운 대한민국 위해서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대통령이 태어나신 뜻깊은 오늘을 우리 모두가 축하해"라고 노래한다.
마침 이날은 윤 대통령의 생일이었다. 즉, 경호처 자체 기념행사를 윤 대통령의 생일 파티로 삼은 것이다. 해당 행사에서는 '윤석열 삼행시 선발대회' 등도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호처는 제작에 참여한 음악가들에게 '비밀 유지 계약서'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는 당시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하고, 기획관리실장이던 김성훈 경호처 차장(처장 직무대리)이 기획했다고 한다.
김성훈 차장 "친구 생일이면 파티송 안해주나.. 업무적인것 떠난 외적인 일, 사람 살아가는 세상"
김건희 생일에는 트렁크 풍선 이벤트, 尹부부 휴가 때 노래방 기계 설치, 경호관들에게 반려견 옷 구입
해당 보도가 나온 다음 날인 17일 오전 김 차장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수단에 출석한 자리에서 "여러분은 친구 생일이면 생일 축하파티, 축하송 안해주나"며" "책상 옆에 앉아있는 동료가 생일이더라도 그렇게 해주지 않느냐. 업무적인 걸 떠나서 인지상정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경호업무 외적인 일"이라고 황당한 발언을 했다.
경호관들을 동원했던 '윤대통령에 헌정곡' 합창을 "업무적인 것을 떠난 경호업무 외적인 일"이라고 한 것이다. 경찰과 공수처의 '尹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했던 김 차장은 경찰에 출석한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23분경 체포됐다.
한편, 김 차장의 이같은 낯뜨거운 충성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13일 SBS 보도에 따르면 김 차장은 지난해 9월 초 김 여사의 생일 이벤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남동 관저로 고급 의전용 차량인 벤츠 마이바흐를 보냈고, 김 여사가 트렁크를 열자 풍선과 현수막이 공중에 펼쳐졌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지난해 윤 대통령 내외의 휴가에 동행해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고 폭죽놀이를 벌였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성훈 차장이) 부속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관저에서 키우는 반려견들 옷을 경호관들이 구입하게 했다"며 "심지어 반려견 옷에 관계기관 마크를 새겨 선물하기도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윤 대통령 내외의 휴가 당시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거나 폭죽놀이를 해야 하니 폭죽을 사 오라고 시키는 등 사사로운 일도 경호관들에게 지시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며 "이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내용은 (대통령 내외의) 생일 같은 때에 직원들에게 일종의 장기자랑을 시켰다는 것"이라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김 차장이 본격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눈에 들게 된 계기는 2023년 8월에 있었던 부친상"이라며 "당시 김 차장이 장례 업무를 도맡아 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위 말해 묫자리도 알아보고 하면서 눈에 좀 들었다. 그렇게 신임을 얻으며 최근 논란됐던 골프 관련 일정들도 모두 맡아 진행했다"고 말했다.
원곡자 권진원 "정말 당혹".. 이승환 "북한 감성 가득해"
자신의 노래가 윤비어천가로 사용됐다는 소식을 접한 원곡자인 싱어송라이터 권진원은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장미꽃 한 송이와 시집 한 권의 선물만으로도 행복한 생일을 보낼 수 있는 연인들의 사랑 노래 '해피버스데이 투 유'가 이렇게 개사되다니"라며 "정말 당혹스럽다"고 적었다.
가수 이승환도 "북한 감성 가득하다"며 비판했다.
이승환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애하는 윤석열 동지의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은 종 치고 북 치는 종북 타령에 있단 말"이라며 "하늘이 우리에게 보내주신 윤석열 동지 만세, 만세!"라고 썼다.
여야 '윤비어천가?' 북한이냐? 조선시대도 안한 심기경호...격앙된 비판에 '경호처 폐지론'까지
야당은 격앙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윤 대통령의 '심기경호'를 담당하는 '사적 경호부대'로 전락한 경호처에 대해 '폐지론'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17일 서면브리핑에서 "내란 관련자들이 국민 세금을 써가며 낯부끄런 찬양곡을 불렀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진다"며 "'윤비어천가'를 노래하며 내란을 꿈꾸던 확신범 윤석열 일당에게 관용은 없다"고 일갈했다.
김 대변인은 "녹음 당일까지 빈칸으로 남겨뒀다는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북한’과 ‘위원장 동지’로 바꾸면 영락없는 북한 선전노래"라며 "공산전체주의를 운운하던 윤석열 본인이 정작 수령급 대접을 받아 왔다는 사실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고 맹공을 폈다.
그러면서 "교언영색하는 아첨꾼들을 곁에 두고 본인을 찬양·고무하는 노랫말에 취해 있으니, 체포당하는 순간까지 한 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던 윤석열의 작태가 비로소 이해가 된다"고 비꼬며 "철저히 수사해 끝까지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완전히 북조선이다. 원래 군주제도 저렇게 안한다. 조선 시대에서도 '하늘이 내리신 임금님'이라고 안 했다"며 "민주공화정 대한민국에서 저렇게 표현할 정도면 저거는 아주 기형적인 국가체제, 북한 정도가 아니면 안 되는 정신세계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이다"고 비판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생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이라며 "어느 동료와 직원이 '생비어천가'를 불러주냐"고 지적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나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출세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비꼬았다.
천 의원은 "이 정도로 열심히 살아야 경호처에서 승진도 하고 승승장구도 하는 것인데 저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저렇게까지 열심히, 이렇게 우쭈쭈해 준 것이 없었던 것 같다고 일단 반성했다"면서 "경호처 목적은 대통령 신변을 보호하는 것이지 심기 경호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노래를 들으면서 경호처를 그대로 놔둬도 될까 생각이 들었다"며 "쓴소리를 듣고 여론을 챙겨야 할 대통령 마인드가 흐트러질 수 있을 것 같다. 경호처를 지금처럼 직속 조직으로 두는 게 맞는 걸까"라면서 '경호처 폐지론'을 언급했다.
여당 내에서도 당혹스러운 반응이 나오며 역시 '경호처 폐지론'이 나왔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SBS 라디오에서 "경호처 본연의 임무가 무엇인지 듣는 순간 헷갈려 당황스러웠다"며 "경호처가 이러한 노래를 만든 것에 대해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은 "듣는 순간 경호처 본연 임무가 헷갈렸다"며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찰로 이관하자는 논의가 충분히 진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호처 폐지론'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