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尹 체포 이틀만에 외신 인용해 보도…‘南 정치적 혼란’ 부각

노동신문 “尹체포, 세계언론이 앞다투어 보도” 조선중앙방송 “외신, 한국의 정치적 혼란 장기화할 우려” 통일부 “北, 대남보도 줄인 가운데 간헐적 보도”

2025-01-19     고영미 기자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조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5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북한이 지난 17일 외신 보도를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지난 17일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어 윤석열 괴뢰가 수사당국으로 압송된 소식을 국제사회가 긴급보도로 전하면서 정치적 혼란에 빠진 괴뢰 한국의 현 상황을 집중조명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북한이 윤 대통령의 체포 소식을 전한 것은 남한의 정치적 혼란을 부각시키면서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민감한 사안에서 거리를 두려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조선중앙방송 “정치적 혼란에 빠진 괴뢰 한국”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 대통령 체포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 표명 없이 외신 인용을 통해 간접 보도 형태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1월부터 한국의 반정부 시위 동향을 보도했으나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오히려 대남 보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라 거리를 두면서도, 사실 전달 위주의 보도를 통해 북한의 정치체제가 안정적이라는 식으로 우월성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미국 CNN, 영국 BBC, 일본 아사히신문 등 여러 외신을 언급하며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체포되어 윤석열 괴뢰가 수사당국으로 압송된 소식을 국제사회가 긴급보도로 전하면서 정치적 혼란에 빠진 괴뢰 한국의 현 상황을 집중조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형사기동대, 마약범죄 수사대를 비롯해 수사당국의 수천 명 병력이 대통령 관저에 모여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며 “궁지에 몰린 윤석열은 지난 몇 주일 동안 요새화된 관저에 들어박혀 여러 차례의 조사 압박을 받으면서도 체포를 피해 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어느 한 신문은 윤석열은 (중략) 전두환, 로태우, 박근혜, 리명박에 이어 다섯 번째로 감옥에 갇히게 될 또 하나의 기록을 남기게 되였다고 야유하였다"며 "외신들은 한국 정치가 대통령 탄핵과 체포 이후 더욱 혼란에 빠졌다, 앞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국가 질서를 희생시키고 법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앞으로 정치적 혼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라디오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은 외신 소식을 전하면서도 비교적 수위 높은 비난에 나섰다. 방송은 외신이 “윤석열의 비참한 운명과 더욱 심화될 한국의 혼란 상황에 대해서 평했다”고 했다. 또 외신들이 전한 내용 중 “최악의 경우 윤석열이 사형에 처할 수도 있다” “한국 정치가 대통령 탄핵과 체포 이후 더욱 혼란에 빠졌다”, “현직 대통령이 체포됐지만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며 앞으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등의 내용도 집중적으로 언급했다.

한편, 북한은 비상계엄 및 윤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당국의 공식 입장이 담긴 담화나 성명은 내지 않고 있다. 

김 부대변인은 이같은 북한 매체의 윤 대통령 체포 보도에 대해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 대남 관련 보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간헐적으로 우리의 내부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보도를 해왔다"며 "이에 대해 특별히 평가하지 않겠으며, 앞으로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는지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