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 구속으로 ‘조기대선 현실화’…與 "개헌해야 할 때"vs 野 "개헌시기 아냐"

헌정사 첫 대통령 구속에 여권 ‘개헌론’ 꺼내 권영세 ‘선 개헌·후 대선’ 방안 제시 오세훈 “민주당, 개헌 논의 들어와야” 정대철 “이재명 설득 중…이원집정부제‧4년 중임제 개헌해야” 김종인 “현직 대통령 구속은 개헌이 시급하다는 방증” 노종면 “지금 개헌이 언급될 시기인가”

2025-01-20     고영미 기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구속되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왼) 오세훈 서울시장 (우)이  모두 "개헌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여당인 국민의힘 지도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다시 ‘개헌론’이 분출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조만간 (당 차원의) 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밝혔으며 여권 잠룡 중 한명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같은 날 “이제는 개헌을 논의 할 때”라며 개헌을 주장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도 20일 인터뷰를 통해 현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구속으로 조기대선이 가시권에 든 지금,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개헌에 부정적이어서 개헌 논의가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 한 상황이다. 

尹 구속 당일 권영세 “개헌 특위 구성할 것…제도 바꿔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서 윤 대통령이 탄 법무부 호송차량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여권은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과 한계를 주장하며 개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사실상 조기 대선이 가시화 됨에 따라 개헌 카드로 정국돌파를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 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당 차원의) 개헌 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시작하겠다"라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현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어서 대부분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불행한 일을 겪게 됐다"라며 "대통령 개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런 제도를 고친 뒤에 대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우리는) 진작부터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개헌해야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며 "40년 된 87년 체제가 바뀔 때가 됐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바꿔야 더 이상 불행한 사태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 위원장은 "야당도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국회의장은 개헌에 적극적인데 야당 의원들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개헌을 지지하는 분들과 연합해 여론을 더 들어보고 필요한 정치 제도, 정부 형태에 대해 여론을 형성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권 위원장의 개헌 주장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가 현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인식이 밑바탕이 돼 있어 찬반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 3040 소장파 모임인 첫목회는 지난주 자체 개헌특위 첫 회의를 열고 헌법 84조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헌특위는 이에 더해 사실상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겨냥해 '대통령 임기 개시 전 이미 계속 중인 재판에 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잠룡 오세훈, 이재명 겨냥해 “지도자 리스크 혼란 가능성 최소화 해야” 

개헌의 핵심 쟁점이 권력구조 개편인 만큼 개헌에 대한 차기 대선주자들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개헌을 논의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오 시장은 “한 지도자의 무모함으로 온 국민이 허탈감과 참담함을 마주하는 아침이자, 거대 야당의 힘을 정치인 1인의 생존본능을 위해 휘둘러도 막을 방법이 없는 아침”이라며 “지도자 리스크로 인한 혼란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도록 나라 운영 시스템을 완전히 개·보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이 언급한 ‘한 지도자’는 윤석열 대통령, ‘거대 야당의 정치인 1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풀이된다. 

이어 오 시장은 “정부와 의회가 건전한 상호 견제로 균형 잡힌 국정을 추구하도록 통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제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김종인 ‘개헌 논의해야’ 입장 밝혀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위원장도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 정대철 회장이 3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전 국회의장·국무총리·정당 대표 초청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31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은 20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이원집정부제에 4년 중임제로 권력구조 개헌을 해야 한다고 본다"며 "이원집정부제 핵심은 책임총리제, 양원제(상원 신설), 지방분권 강화다. 이것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개헌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 대표를 설득 중이라고도 전했다. 참고로 헌정회가 지난해 5월 회원 1180명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권력 구조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0%는 이원집정부제를, 10%는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도 2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총선에서 패배한 뒤 개헌 카드를 꺼낼 거라 봤는데, 엉뚱하게 계엄을 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 구속에 대해서는 “모든 책임은 황당한 계엄 카드를 꺼내든 윤 대통령에게 있다”며 “현직 대통령이 구속된 초유의 사태는 개헌이 시급하다는 방증”이라고 개헌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민주당 “개헌 언급할 시기인가”…여권 개헌론 일축 

이처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과 구속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차기 권력’에 가장 근접한 이 대표와 민주당은 여권의 개헌 논의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윤 대통령 구속 이후에도 야권 주요 인사 중 김두관 전 의원만이 페이스북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과 막강한 중앙정부의 권한을 책임총리와 내각, 국회와 지방정부에 이관하는 분권형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19일 오후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여권에서 제기된 개헌론에 대해 “지금 개헌이 언급될 시기인가”라고 일축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반응에는 이번 개헌론이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 된 만큼 여권에 대한 분노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