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 칼럼] 훨씬 더 나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윤석열

2025-01-20     차재원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연합뉴스]

[폴리뉴스 차재원 칼럼니스트] “참 나쁜 대통령”.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근혜의 대표적 어록이다. 지난 2007년 초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통령 노무현의 개헌론을 일축하며 했던 말이다. 당시 개헌 핵심 요지는 대통령 임기 4년 연임제. 박근혜는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고 일갈했다. 개헌 저지 의석을 가졌던 제1야당 대표의 반대. 개헌은 바로 물 건너갔다. 반면 노무현은 졸지에 나쁜 대통령이 돼 버렸다. 아울러 그의 진정성도 빛이 바랬다. 세월이 한참 흐른 지금, 노무현의 꿈은 되살아나고 있다. 연임 대통령제는 윤석열의 위헌 비상계엄으로 힘을 받고 있다. 대연정까지 불사했던 지역 구도 타파. 이젠 선거구제 개편 불씨로 타오르고 있다.

사실 ‘나쁜 대통령’이란 말은 박근혜에겐 정치적 부메랑이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졌던 2016년 촛불 정국. “누가 더 나쁜 대통령?”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재벌 손목을 비틀어 거액을 뜯어낸 대통령 비선 실세에 모두 경악했다. 정작 박근혜는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깎아내렸다. 이에 민심은 격분했다. 놀란 여당은 대거 탄핵 대열에 동참했다. 그러자 박근혜도 꼬리를 내렸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국무회의. 박근혜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부덕과 불찰로 큰 국가적 혼란을 겪게 돼 진심으로 송구하다.” 헌법재판소에서 만장일치로 파면된 날도 사과 모드를 이어갔다. “모든 결과에 대해 제가 안고 가겠다.” 그나마 박근혜는 부끄러움, 즉 염치를 알긴 했다는 말이다.

세월이 흘러 또다시 탄핵 심판대에 선 대통령 윤석열. 부끄러움은커녕 파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염치를 모를 뿐 아니라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초반엔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친위 쿠데타인 12.3 비상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직후 담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했다. 그래서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뿐이었다. 이후 작심한 듯 민심에 어깃장만 놓고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참 나쁜 대통령보다 훨씬 더 나쁜 대통령이다”. 실제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온다. ‘명색이 대통령이란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가장 기가 막히는 건 ‘국민 갈라치기’다. 그의 안중엔 오직 “애국시민”만 있을 뿐이다. 극우적 신념으로 자기를 지켜주는 지지자들만 국민이다. 시대착오적 비상계엄에 반대하는 과반수 민심엔 철저히 귀 막고 있다. 내란 수괴 단죄를 외치는 국민은 반국가 종북세력일 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혹세무민이 먹히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을 넘어 급기야 민주당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탄핵을 반대하고 체포영장 집행도 방해한 대가로 판단한다. 그래서 윤석열은 더욱 기고만장한다.

대한민국 사법체제를 아예 “좌파 카르텔”로 단정 짓는다. 평생 검사에다 검찰총장까지 한 사람으로선 ‘자기 부정’이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체포영장 발부와 집행을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라고 했다. 공수처 수사권과 법원 관할권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한 말이다. ‘남의 눈에 티끌’을 시비하면서도 정작 ‘내 눈에 들보’는 철저히 외면한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만 발동할 수 있는 비상계엄. 이를 “경고용”으로 발동한 자기 불법은 무시한다. 국무회의 심의도 ‘패싱’한 절차상 하자 역시 모르쇠다. 무엇보다 무장한 군대를 국회에 투입하고 “총을 쏴서라도”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 전두환이 죽는 날까지 부인했던 발포 명령도 버젓이 입에 올린 그 무도함에 대한 양심의 가책도 없다.

계엄 이유로 내세운 부정선거론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정말 대규모 부정이 저질러졌다면 윤석열 자신은 도대체 어떻게 대선에서 이겼을까. 그것도 0.73%의 종이 한 장 차이 승리. 선거 부정 세력이 이 정도 차이를 뒤집지 않고 왜 그대로 뒀을까. 대선 승리 직후 지방선거에서 여당 국민의힘 후보가 압승한 결과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대통령 당선의 마중물이 됐던 2021년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이 집권한 상황에서도 두 곳 모두 가볍게 이겼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뭘까. 그래도 그는 굽히지 않는다. 공수처에 끌려가던 날 “증거는 너무 많다”고 했다. 벌써 닷새가 지났지만 단 하나의 물증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직도 아닌 현직 대통령이었던 윤석열. 그렇게 증거가 차고 넘쳤다면 왜 진작 철저한 수사로 밝히지 못했던 것일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히려 한 걸음 더 나간다. 이른바 중국 연루설. 선관위 전산시스템 비밀번호 조잡성을 일방적으로 주장한 뒤 중국 연관성을 은근슬쩍 흘렸다. 헌재 심판에 나온 그의 변호사들은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체포설까지 언급했다. 급기야 이런 주장까지 펼쳤다. “(민주당이) 중국의 재력을 앞세워 이 땅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려 한다.” 황당하다 못해 어처구니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 인근에서 경찰이 시위 중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해산시키려고 하자 지지자들이 이를 막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대목은 따로 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 구속 영장이 떨어진 19일 새벽 서울 서부지방법원. 영장 발부에 발끈한 윤석열 지지자들이 대거 난입,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법치의 보루가 사실상 무너진 셈. 이게 그가 입만 열면 되뇌는 자유민주주의인가. 윤석열 ‘뇌피셜’에서 비롯된 “불법의, 불법의, 불법” 주장이 이번 폭동의 뇌관 아닌가. 그래서였을까. 마지못한 듯 한마디 했다. “국민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 윤석열 자신의 억울함과 분노로 강성 지지층 가슴에 불을 지른 행위엔 대한 자기 반성은 없다. 때문에 ‘나 몰라라’식의 전형적 유체 이탈 화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망상에 기초한 국가비상사태 규정, 막무가내식 계엄발동, 무도한 군대 동원을 통한 국회 장악, 극우적 세계관에 매몰된 부정선거론과 선관위 난입. 그리고 이 모든 잘못에 대한 면책을 위해 철저한 국민 갈라치기, 혹세무민과 선동으로 법치 흔들기까지 서슴지 않는다. 참 나쁜 대통령이 아닌 훨씬 더 나쁜 대통령이다. 여기다 한마디 더 필요할 것 같다. “훨씬 더 나쁜, 역대 최악의 대통령, 윤석열”. 반드시 단죄가 필요하다. 그게 그가 그토록 외쳤던 “공정과 상식”이다.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차 재 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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