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 구속’으로 명태균 게이트 의혹 빗장 풀릴 수 있을까…명태균 “검사가 황금폰 폐기하라 시켜”주장

지난 20일 창원지법 형사 4부 2차 공판준비기일 열려 명태균 “검사가 ‘황금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검찰 “직접 폐기 여부 추궁한 것” 명태균 변호인 “공수처에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검사 고발 할 것” 강혜경 변호인 “최근 수사 상황 답답해”

2025-01-21     고영미 기자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 구속되며, ‘명태균 게이트’의 진실 규명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 씨는 지난 20일 재판에서 수사 검사가 윤 대통령 부부와 소통 시 사용 한 휴대전화 폐기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명 씨 변호인은 창원지검 수사검사를 증거인멸 교사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명태균 “검사가 황금폰 전자레인지 돌리라고 해” 

창원지법 형사4부(재판장 김인택)는 지난 20일 오후 3시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명씨와 김영선 전 의원 등 5명의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은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쟁점과 증거 등을 확인, 정리하는 자리였지만 양측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할 땐 즉시 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이 자리에서 명 씨는 "수사 검사가 나에게 '(황금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폐기해라. 우리도 전화기 반납하면 솔직히 부담스럽다'라고 했다"라며 "검사가 그래도 되냐"라며 검찰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명 씨는 “검사가 ‘나는 아이폰을 쓰고, 비밀번호도 16자리다. 다음에는 그렇게 해라’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하며 “검사의 이 발언은 영상 녹화되어 있고, 내 변호사 2명이 모두 입회해서 같이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명 씨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이같은 명 씨의 발언에 대해 "수사 검사가 명 씨에게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며 "수사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발 일정은 논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검사가 황금폰을 확보하기 위해 조사 때마다 명 씨를 설득하는 등 진심으로 노력한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명 씨가 검사가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검사가 민감한 정보가 든 휴대전화를 직접 폐기할 수도 있었던 것 아닌지 추궁한 것을 두고 명 씨는 검사가 증거 인멸을 교사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앞서 명 씨는 처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인 이른바 '황금폰' 등을 맡겨 증거은닉교사 혐의도 적용됐다. 그러던 중 명 씨는 지난해 12월 12일 돌연 변호인을 통해 숨겨놨던 황금폰과 USB를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 휴대전화는 2019년 9월2일부터 2024년 9월13일까지 사용했던 것으로, 윤 대통령 부부 등 유력 정치인들과 소통할 때 사용한 것이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휴대전화를 복구한 뒤, 지난달 17일 오후부터 명씨 변호인 입회하에 증거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명태균‧김영선 “검찰이 강혜경 기소해야” 

명 씨는 이어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가 주장하는 자신의 범죄들은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검찰이 강 씨를 기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강 씨는 김건희 여사가 저와 통화할 때 저에게 '오빠 전화 왔죠?'라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진술했지만 제 황금폰에는 그런 게 없다”라며 “여론조사 조작도 검찰과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81개 여론조사를 다 분석했지만, 조작이 없다고 결론이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을 향해 “강 씨를 공범으로 봐야 하냐”라고 질문했고 검찰은 “강 씨는 현재 이 사건 공범으로 피의자 조사 중에 있으며 마무리 단계에 있다”라고 답했다.

명 씨와 함께 공판에 출석한 김 전 의원 역시 강 씨가 자신의 횡령 범죄를 감추기 위해 언론에 거짓말했다며, 검찰이 강 씨를 이 사건 공범으로 판단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명 씨 측은 명 씨 무릎 건강이 더 악화했다며 재판부에 보석 인용을 재차 요구했다.

명 씨 변호인은 “최근 명씨가 독방에서 넘어져 왼쪽 다리가 15도 정도 돌아가 있는 상태로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 씨도 "가족이 보고 싶어서도 아니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다리가 영구적으로 돌아가 장애가 생긴다고 한다"며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위해 보석을 허락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명 씨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경남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구속기소)에게서 8070만 원을 받고, TK지역 예비 후보 2명(불구속기소)에게는 김 전 의원과 미래한국연구소 전 소장 김태열(불구속기소)씨와 공모해 총 2억 4천만 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 3일 구속기소 됐다.

최근 검찰은 명씨 등이 이들 예비 후보들한테 돈을 받은 시점과 장소를 특정, 공소장을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명 씨 구속 기한이 오는 6월 2일까지인 만큼 내달 17일 오후 3시 마지막 공판준비기일을 연 뒤 3월부터는 매주 월요일 공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강혜경 변호인 “최근 검찰 수사 붕 떠 있어” 주장

지난 1월15일 공수처에 체포된 후 공수처 1차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구속 됨에 따라 ‘명태균 게이트’ 의혹의 진실 규명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명 씨의 공천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 씨의 법률대리 김규현 변호사는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그간 만났던 수사관과 평검사들은 굉장히 열심히 수사를 하고 열의가 있어 보였는데, 최근에는 검찰 수사가 붕 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 이유는 검찰만이 알 것”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명 씨가 지난해 11월 15일 구속 된 이후에도 명 씨의 인사청탁 의혹과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정책 방향을 묻는 메시지 등이 공개됐다. 

민주당은 지난 16일 명 씨가 보수 유튜버의 부탁을 받고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에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관련 녹취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녹취파일에 따르면 명 씨는 2021년 8월 지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어제 고 박사(가) 여의도연구원, '거기 자기 좀 부탁한다' 해서 자문위원 해서 몇 가지, 한 10명 이야기해서 해주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녹취에서 언급된 '고 박사'라는 인물이 보수 유튜버 고성국 씨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와 명 씨가 지난 대선 때 여론조사 보고서를 주고받으며 나눈 메시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명 씨의 PC 분석을 마치고 280개의 메시지 캡처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중에는 윤 대통령 취임 후 김 여사가 명 씨에게 정책 방향이나 개인적인 사안 등으로 조언을 구한 내용도 다수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