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담긴 문건 공개 파장.. 野 "최상목, 내란 수사 대상"

尹 "국회 자금 완전 차단..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차은경 영장판사 질문에 尹 "내가 썼는지 가물가물"...김용현 "내가 작성.. 국회 대체 목적 아냐" 민주 "최상목, 내란 지시 이행 여부 수사해야" 기재부·금감원장 "전혀 논의한 바 없어"

2025-01-21     김승훈 기자
계엄 당시 '비상입법기구' 창설 지시 문건 [사진=MBC 뉴스 갈무리]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건넸던 '비상입법기구' 창설 문건(쪽지) 실물 사본이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 하에서 국회의 예산 지급을 중단해 무력화하고, 대신 '비상 입법기구'를 창설하려고 한 정황이 담겨 있다. 

즉, 과거 전두환 군사반란세력이 국회를 해산한 뒤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만든 것처럼 윤 대통령이 경제부총리에게 관련 지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차은정 판사가 딱 하나 질문한 것이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작성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내가 썼는지 가물가물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김용현 전 장관은 해당 문건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밝히면서 국회를 대체하는 입법기관을 만들려 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현 대통령 권한대행이 계엄 선포 후 F4 회의를 한 사실이 있는 만큼 관련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에 옮긴 정황이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尹 "국회 자금 완전 차단..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

김용현 "내가 작성.. 국회 대체 목적 아냐" 尹 "내가 썼는지 가물가물"

20일 MBC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건넨 것으로 보이는 문건 실물 사본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을 보면 '기획재정부장관'이라는 제목에 3가지 지시 사항이 담겨있다. 

먼저,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안에 충분히 확보해 보고하고, 국회 관련 각종 자금을 완전 차단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다. 또,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내용도 확인된다. 

앞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달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 해당 문건의 존재를 공개한 바 있는데 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이후인 지난달 3일 오후 10시 40분경 대통령실 5층 대접견실로 돌아와 국무위원들에게 조치사항을 지시하면서 최상목 경제부총리에게 해당 문건을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즉, 이 문건은 이번 비상계엄이 헌법상의 국민주권, 의회제도, 정당제도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이 있었다는 핵심 증거인 셈이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해당 문건은 자신이 작성했다고 시인했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20일 "긴급재정입법권 발령요건은 국가안전보장 또는 공공안녕질서유지로 헌법 제77조 1항 비상계엄요건과 일치한다"며 "김 전 장관은 국회가 완전 삭감한 행정예산으로 마비된 국정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 행사를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대통령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준비하고 검토하라고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대체하려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항변했다.

변호인단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대체 입법기관 창설이라는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적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도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입법기구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창설 의도가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당시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부장판사가 '비상입법기구가 국회 기능을 대신하는가', '정확히 어떤 성격이냐'고 거듭 물었지만 윤 대통령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 "최상목, 내란 지시 이행 여부 수사해야"

기재부·금감원장 "전혀 논의한 바 없어"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이 지시를 받고 구체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이 있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계엄 선포 후 최 권한대행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참석한 이른바 'F4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정책수석부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최 대행도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당일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을 명령 받았다. 실제로 어떤 답변을 했는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F4 회의 참석자들은 문건의 내용을 논의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진명 기재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기관 보고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헌법, 법률에 비춰볼 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 문제의 문건에 대해서는 "무시하기로 했고 수사 과정에서 수사 기관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최상목)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외신인도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막중할 것임을 지적하고 반대 의사를 수차례 표명한 바 있다"며 "부총리는 회의장에서 가장 먼저 나왔고 출석 거명도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기재부는 당시 F4회의 직후 1급 회의를 개최했는데 이 자리에서 최 권한대행은 "계엄 관련 어떤 지시도 따르지 않고 계엄 하의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당시 받은 문건을 보관하고 있었던 윤인대 기재부 차관보는 '쪽지 내용을 실행할 것 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나'라는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전혀 논의된 바 없었다"고 답했다.

이복현 원장도 당시 F4 회의에서는 환율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상황에서 시장 안정을 위한 메시지를 내는 데 집중했다며 "쪽지 이런 것들은 전혀 들어본 적도 없고 이 자리에서 처음 본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문건의 내용을 부총리께서 실행할 의지가 있었다면 F4 회의 때 이야기했을 텐데, 오히려 문건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