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이재명, 연일 우클릭 행보.. 비명계 "민주당 가치 훼손" 견제구
친기업·성장론·감세 등 중도층 공략 광폭 행보 김동연 "민주당 가치 지켜야" 최재성 "민생지원금 없는 추경 의미 없어" 한겨레 "대선 표심만 노린 '급변침'으로 비칠 수 있어" 與 "이미지에 분칠" "정치공학 계산 산물"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우클릭' 행보를 통해 중도층 공략에 나서자 여당은 물론 당내 비명계도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시작으로 한·미·일 동맹강화, 민생회복지원금 철회, 방산 지원, 반도체 연구·개발자에 국한된 주52시간제 제외 적용 등을 거론하며 그간 자신이 고수하던 정책과 정반대 노선을 취하고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분장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당내 비명계는 민주당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친기업·성장론·감세 등 중도층 공략 광폭 행보
이재명 대표는 5일 국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국제 통상문제 해법과 수출기업의 어려움 해소 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대표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일선 기업인, 경제인들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며 '친기업'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민주당 내 반대 목소리가 컸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유예 입장을 시작으로 이 대표는 적극적인 우클릭 행보에 나서고 있다.
특히, 자신의 핵심 정책도 고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달에는 추경을 위해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이재명의 정체성과 다름 없는 '기본소득' 등에 대해서도 '성장이 우선'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또, 지난 3일엔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에서 52시간 근로 예외조항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내비쳤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가 나타난다. 친중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한미동맹과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5일 페이스북에 "우리 방위산업은 가장 가시적인 미래 먹거리일 뿐만아니라 세계 각지의 전쟁억지력을 높일 수 있는 세계 안보 수호수단이자 우리의 국격"이라며 K-방산 지원을 약속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중도층의 민심을 잡지 못할 경우 지난 대선 패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대통령 탄핵정국임에도 여론이 보수와 진보로 팽팽하게 나뉜 만큼 대선 승리를 위해 중도·보수층 공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최근에는 상속세 감세 카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는 지난해 8·18 전당대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세율 인하는 반대하지만, 상속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김동연 "민주당 가치 지켜야" 최재성 "민생지원금 없는 추경 의미 없어"
이러한 이 대표의 행보에 당내 비명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5일 MBN 유튜브에 출연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을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해서 푸는 것은 충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다"면서도 "민주당의 가치와 철학, 정체성을 분명히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진보의 가치를 가장 실용적으로 실천에 옮긴 분은 김대중 대통령"이라며 "그렇기에 민주당이 추구하고 있는 진보의 제대로된 가치를 앞에 두고, 이를 실현하는 방법을 실용주의적으로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실용주의가 목표이자 가치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해 "충정은 이해한다"면서도 "실용주의적 접근을 우리가 해야 될 가치와 목표로 바꿀 수는 없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한 셈이다.
박용진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화에도 정도가 있다"며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를 두는 것도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가치를 지키는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은 4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생지원금 철회 입장을 비판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민주당에서 제기한 추경의 필요성이 뭐였나. 민생지원금 아니냐"며 "그런데 민생지원금 25만 원을 안 하더라도 추경만 한다면 동의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의 애당초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본래 민주당이 주장했던 목적이 상실되는 주장이기 때문에 이건 '흑묘백묘'가 아니라 목적과 근거가 없어진 것"이라며 "이것은 추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하고 똑같은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우클릭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광재 전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의 선택은 우클릭이 아니라 가야할 길"이라며 "어려운 결정이었겠지만, 실용과 혁신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반도체특별법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민주당도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겨레 "대선 표심만 노린 '급변침'으로 비칠 수 있어"
진보 계열 언론도 이 대표의 우클릭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겨레는 6일 사설에서 "지난달 친기업·신성장 노선을 천명하더니, 반도체특별법 도입 관련해 노동자의 휴식·건강권 보장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반도체 기업의 경영 전략 실패를 '노동 시간 부족'탓으로 돌리는 기업 논리에 동참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속세 방안 또한 최고세율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속세 완화는 '부의 대물림'을 고착화하고 서민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무시해선 안 된다"며 "이 대표가 '기본사회'를 당 강령에 넣은 지 5개월 만에 자세한 설명도 없이 후순위로 돌린 데 고개를 갸욱하는 이들도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행보가 대선 표심만 노린 '급변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은 당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실용을 좇더라도 당 정체성과 가치마저 훼손해선 안 된다는 안팎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與 "이미지에 분칠" "정치공학 계산 산물"
국민의힘도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연금개혁 추진과 관련해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마치 연금개혁을 결단하는 모양새를 연출해 정치적 이미지에 분칠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눈높이를 운운하며 연금개혁을 흐지부지 넘어갔다"며 "문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안 한 것도, 이 대표가 연금개혁을 하자는 것도, 모두 정치공학적 계산의 산물인 것"이라고 했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이 대표가 보여준 안보관, 외교관마저 다급하게 입장을 바꾸더니 추경 편성과 통상특위를 제안하는 것도 급한 마음에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심산인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상속세 부담 완화, 주 52시간 특례 도입 등 민생 현안에 요지부동이었던 이재명 대표가 뒷북을 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불과 7개월 전 경제와 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여당이 주 52시간제에 협조를 구할 때 '제도 개악에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고 했던 말을 우리는 잊을 수 없다. 선거용, 방탄용 '실용주의 코스프레'로 해석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