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행정명령 서명… 한국도 직격탄

트럼프 "예외 없이 25% 관세 부과" 한국, 대미 철강 수출 4위.. 알루미늄 수출 3위...포스코, 현대제철 타격 반도체·IT·자동차도 타격 가능성.. 정부, 대미 협상력 시험대

2025-02-11     김승훈 기자
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예고한 대로 미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지난 4일부터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한 데 이어 국가를 가리지 않는 보편 관세를 도입함에 따라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당장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및 알루미늄 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만큼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반도체와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예외 없이 25% 관세 부과"

한국, 대미 철강 수출 4위.. 알루미늄 수출 3위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내달 12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각각 부과했는데 이번에는 알루미늄에 까지 25% 관세를 적용키로 했다. 

이번 관세 부과는 캐나다, 멕시코, 베트남 등과 더불어 주요 대미 철강, 알루미늄 수출국인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 4위, 알루미늄 수출 3위 국가다.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2024년 가장 많은 철강을 수입한 국가는 캐나다로, 수입 규모는 71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뒤를 이어 멕시코(35억달러), 브라질(29억9000만달러), 한국(29억달러), 독일(19억달러) 순으로 철강 수입액이 많았다.

미국의 알루미늄 수입 1위 국가 역시 캐나다로 수입액은 94억2000만달러 규모로 집계됐다. 다음으로 아랍에미리트(UAE·9억2000만달러), 한국(7억8000만달러), 중국(7억7000만달러), 바레인(5억3000만달러) 순이었다.

지난 트럼프 1기 때는 미국과 협상을 통해 철강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수용해 지금까지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아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예외나 면제 없이 25%를 적용한다고 밝힘에 따라 한국산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도 25%의 관세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한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된다. 

반도체·IT·자동차 타격 가능성.. ...포스코, 현대제철 타격...정부, 대미 협상력 시험대

만일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관세가 부과된다면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 중인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를 비롯하여 북미 시장 매출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현대차, 기아 등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난타전'으로 흐르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의 대미 협상력이 중요해졌다. 이번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는 내달 12일부터 시행된다. 즉, 지난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타격을 최소화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일단 정부는 지난 10일 서울 철강협회에서 박종원 통상차관보 주재로 철강협회 및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정부는 주미 공관을 비롯해 동원 가능한 네트워크를 총력 가동해 '미국이 실제로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할 지' 등 내용을 파악하고 있으며 향후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달 발족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상반기 내 종합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금투업계에서는 미국이 수입산 철강재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철강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1기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철강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내수 판매 가격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인플레시션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1기와 비슷하게 주요국과는 쿼터 또는 저율할당관세로 협의를 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일각에선 철강에 대한 관세 부과가 우리나라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철강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을 본격화하면 고율의 관세를 부과받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미국 내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에서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 현지 공장 설립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식 포스코 마케팅 전략실장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미국 내 상공정에 대한 검토는 투자비도 높고 변동성도 높아 다양한 옵션을 두고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