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중도·보수’ 발언에 민주당 내홍... 비명계 “비민주적 월권”

김부겸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 김경수 “당 정체성 지키면서 중도보수층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민주당 돼야” 박광온 “민주당이 중도보수 길 가는 건 내 집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

2025-02-19     안다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선언에 당 내부로부터 비판 목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최근 조기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행보를 보이며 중도층을 공략하던 이 대표는 전날(18일)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새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우리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선언했다”며 “이 엄중한 시기에 왜 진보-보수 논쟁을 끌어들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우리 민주당의 정체성을 혼자 규정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비민주적이고 몰역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는 정당, 70년 자랑스러운 전통을 가진 정당”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강령에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강령은 당의 역사이자 정신”이라며 “충분한 토론과 동의를 거쳐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존중하며 민주당을 이끌고 지지해온 우리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마음은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며 “탄핵과 조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지금 보수냐, 진보냐 나누고 이념 논쟁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우리 민주당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 정당’이라고 했다”며 “민주당은 늘 경제적·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정당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민주당은 오랜 시간 일관되게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왔고, 그 기반 위에서 성장과 혁신을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중산층으로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며 “우리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중도보수층 국민의 지지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유능한 민주당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 이후 민주당이 만들어 나갈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당내외의 폭넓은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지난 이재명 대표와의 만남에서 당의 정체성과 관련한 중요한 의사 결정은 당내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한 번의 선언으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친문계 중진으로 '일곱번째나라LAB'을 출범 개헌과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고 있는 박광온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중도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은 내 집 버리고 남의 집으로 가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 민주당의 감세를 비롯한 신성장주의 태도는 청년과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허탈함과 박탈감을 주고 있다”며 “중도보수 정당의 표방은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하는 것이 선거 전략으로 유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당장의 전략보다 중요한 건 민주당의 노선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다. 기댈 곳이 없다는 상실감은 민주당에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지켜온 가치와 노선, 비전으로 국민의 공감을 확산해 나가야 한다”며 “진보 개혁 노선을 지키면서 국민의 사회 대개혁 요구를 수렴하고, 건강한 보수 아젠다를 포용하고 확장하는 것,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민주당의 과제”라고 이 대표의 ‘중도 보수 정당’ 발언에 대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