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명태균 폭로에 오세훈 “사기꾼” 홍준표 “나는 피해자”…국힘 ‘명태균 특검법’ 앞두고 ‘대권 잠룡 엄호’ 나서

오세훈, 명태균 등 3자회동설에 ‘적극 반박’ 홍준표 “명태균 사건은 내가 피해자” 與 ‘명태균 특검법’에 잠룡 엄호 방호막…崔에 거부권 요청할 듯

2025-02-19     고영미 기자
(왼쪽부터) 명태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김건희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씨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사이에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경우 오 시장과 홍 시장 등이 연루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수사가 여권의 대선준비에 큰 변수로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명 씨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황금폰’이 여권의 대선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세훈 “사기꾼이 물건 팔러 왔다가 쫓겨난 것”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명태균 씨에 대한 고소장을 들어 보이고 있다. 2024.12.3 [사진=연합뉴스]

오 시장은 명 씨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한 사기꾼이 물건 팔러 왔다가 실패하고 쫓겨난 것”이라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오 시장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최재란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명씨에 관한 질의에 대해 “답변 시간을 많이 할애할 가치도 없다”며 “한 사기꾼이 물건 팔러 왔다가 실패하고 쫓겨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 시장은 “(명씨가) 자기 여론조사를 팔러 와 처음에 테스트하느라고 좀 시켜봤는데, 거기에 허점이 너무 많았다. 제가 직접 (명씨를) 쫓아낸 건 아니고 제 참모 중 한 사람인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당신과 거래할 수 없다고 쫓아냈다”고 했다. 이어 “(명씨가) 앙심을 품고 상당한 악담과 저주와 해코지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 시장과 후원자로 알려진 김모씨, 명 씨가 ‘3자 회동’을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서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사기꾼의 거짓말은 반드시 법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종현 서울시 민생소통특보도 19일 입장문을 내고 "엉터리 여론조사를 발견하고 사기꾼들을 쫓아내기 전 벌어진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에 나오는 김모 씨는 운전 담당이었고, 문자를 보냈다는 A씨는 당시 수행실장이었던 현 정무특보"라며 "김 씨는 강철원 당시 캠프 비서실장을 명태균에게 소개할 때 식당 예약자이자 운전 담당이었고, 박 수행실장은 수행 담당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분 모두 단순히 수행 담당인데 이분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 무엇이 새롭냐"고 했다. 문자를 보낸 시점 또한 강 실장이 1월말 명 씨 등을 쫓아내기 이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노컷뉴스는 명 씨가 오 시장과 2021년 1월20·23·28일, 2월 중순까지 모두 4번을 만났고, 2월 중순에는 오 시장과 명씨, 김아무개씨가 함께 만났다고 검찰에 진술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명 씨 변호인인 여태형 변호사도 지난 1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명 씨가 검찰 조사에서 (오 시장과) 만난 장소, 당시 상황, 오간 얘기를 소상히 밝힌 걸로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만난 시기로는 2021년 1월20일, 23일, 28일과 2월 중순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명 씨와의 만남 횟수에 대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두 번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홍준표 “나는 여론조작 당한 피해자일 뿐”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오 시장과 함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받는 홍 시장도 강경 반발을 이어갔다. 홍 시장은 지난 18일과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 씨와 자신은 연관이 없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홍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명태균 사기꾼에 의해 여론조작을 당한 피해자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를 다른 사람과 묶어서 '명태균 리스트'가 리스크라고 쓰는 언론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라며 ”언론이 막연한 소문이나 사기꾼들의 거짓 주장에 놀아나 허위 기사를 만든다면 그건 찌라시 언론이나 할 짓"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8일에는 명 씨의 황금폰에서 홍 시장 아들의 문자메시지가 나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내 아들이 명태균에게 속아 감사 문자 보낸 게 무슨 죄가 되냐"고 주장했다. 

SBS는 검찰이 명씨의 황금폰 포렌식 과정에서 확보한 그와 홍 시장 아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3년 5월 15일 홍 시장의 아들은  명씨에게 홍 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이 갈등할 일은 없을 거라는 내용의 지역지 기사를 보내면서 "잘 살펴봐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홍 시장의 아들은 비슷한 시기에 대구시에서 주최한 트로트 페스티벌 티켓을 명씨에게 주겠다고 했고, 며칠 뒤 이를 받은 명 씨가 "감사하다"고 하자 "언제든 필요하면 말씀하시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 씨 측은 명 씨가 홍 시장과 직접 주고받은 내용은 없지만 아들을 통해 계속 홍 시장과 긴밀하게 교류했고, 다른 측근들을 통해서는 2022년 대구시장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여론조사도 수차례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내용이 보도된 이후 홍 시장은  "내 아들이 명태균에게 두 번의 문자를 보낸 것은 명태균 밑에서 정치하던 최모씨가 내 아들과 고교 동창이라서"라며 "그를 통해 명씨가 하는 일방적인 주장을 사실로 믿고 감사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일 때문에 내 아들과 최씨는 지금 의절한 상태"라며 "여론조사 의뢰는 나와 상관없이 명태균과 경남지사 시절부터 친분 있던 내 주변 사람이 선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다른 여론조사 기관보다 반값도 안 되는 명태균이 주선하는 기관에 의뢰한 것으로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홍 시장은 "아무리 나와 사기꾼을 얽어매려고 해본들 그런 사기꾼에 놀아날 내가 아니다"라며 "(명씨의) 황금폰에 내 목소리가 있는지, 내 문자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말했다.

그는 "내 기억에 딱 한 번 있을 것"이라며 "정권 교체 후 김건희 여사를 팔며 하도 실세라고 거들먹거리기에 전화 받고 더러워서 잘하라고 한마디 건넨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명 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홍 시장이 2014년 경남지사 선거 때 지인들로부터 20억 원을 빌리고 법정한도를 초과해 선거비용을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홍 시장은 선거비용 중 일부를 차용했으며, 당선 후 선거비용을 보전 받은 즉시 차용한 채무를 전액 변제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거비용을 차용해 조달하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공직선거법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남 변호사가 자신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한 상태다. 

친한계도 ‘명태균 특검법’ 반대 움직임    

이처럼 오 시장과 홍 시장이 명 씨와의 관계를 적극 부인하는 가운데 민주당 등 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다음주 처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명태균 특검법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오 시장, 홍 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여권 잠룡들을 흠집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본회의 통과 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현재로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해 재표결을 할 경우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친한계도 명태균 특검법에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신지호 전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최 권한대행이 명태균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거라고 본다"며 "민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던지는 건 전형적인 이간계다. (한동훈 전 대표가) 편 들어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한계인 정성국 의원도 이날 BBS라디오에 출연해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안 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