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심판 10차변론] 한덕수 "계엄 국무회의 흠결" 홍장원 "체포명단 사실" 조지호 "尹, 계엄 후 수고했다 전화"
한덕수 "비상계엄 모두가 반대" "계엄 국무회의 흠결" 홍장원 '체포 메모' 증거 제시.. 尹 "통화를 '체포 지시'로 내란 공작" 조지호 "형사재판서 확인해야"…증언 거부 헌재, 尹탄핵심판 25일 변론종결…3월 중순 선고 전망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달 25일 종료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10차 변론기일을 마무리하면서 25일 변론을 마지막으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헌재 선고는 3월 중순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10차 변론기일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정원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한덕수 "비상계엄 모두가 반대" "계엄 국무회의 흠결"
한덕수 국무총리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10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12·3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 총리는 "통상 국무회의와는 매우 달랐고 실체적, 형식적 흠결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국회와 수사기관 조사에서 당시 회의를 '간담회'로 표현한 데 대해선 "통상 국무회의와는 달랐다는 취지"라며 "제 주관적 느낌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는 김형두 헌법재판관이 국무회의와 간담회의 차이를 묻자 "간담회는 개의·폐의를 말하지 않고 기록을 하지 않는다"며 "통상적인 국무회의와 달랐다는 취지에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회 측 대리인이 '비상계엄을 찬성한 국무위원이 있었나'라고 묻자 "모두가 걱정하고 만류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일부 찬성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한 것에 대해 "제 기억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 온 국가 핵심을 흔들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만류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한 총리의 증언 중에는 윤 대통령의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도 있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김용현 전 장관에게 '어차피 계엄이란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다'고 말한 게 기억나느냐고 물었다.
윤 대통령 측 조대현 변호사도 같은 날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이었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총리는 "(계엄) 이틀 뒤에 무역협회의 '무역의날' 행사가 있었다. 거기에 대신 좀 참석해달라는 말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주관하는 무역의날 행사는 통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로 윤 대통령도 2022년과 2023년 모두 참석했다.
즉,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자신이 참석할 행사에 한 총리를 참석토록 한 것은 계엄이 적어도 이틀 이상 이어질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총리는 비상계엄이 반나절이면 해제될 것이라고 윤 대통령이 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들은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탄핵 심판 10차 변론기일에 출석했지만 8분 만에 퇴정했다. 이로써 관심을 모았던 윤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간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국무총리와 같은 심판정에 앉아 있는 모습이 국가 위상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윤 대통령의 퇴정 이유를 설명했다.
홍장원 '체포 메모' 증거 제시.. 尹 "통화를 '체포 지시'로 내란 공작"
이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체포 명단이 담긴 메모를 놓고 윤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홍 전 차장은 지난 4일 증인으로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싹 다 잡아들여'란 지시를 받은 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으로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을 전달받아 메모를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최근 증인신문에 출석했던 조태용 국정원장이 홍 전 차장의 메모가 총 4가지 버전으로 작성됐다며 신뢰성에 의구심을 표했던 것을 거론하며 집중 공세를 펼쳤다.
이날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이 불러준 '주요 인사 체포 명단'이 적힌 메모 실물을 갖고 나왔다.
20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은 메모에 대해 "방첩사가 왜 체포하려 했는지 궁금해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이 정도로 가치 있는 증거가 될 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물 메모와 메모 사진을 찍어 인쇄한 A4용지를 들어 보이며 "계엄 당일 첫 메모를 적자마자 보좌관에게 정서를 시켜 두 번째 메모가 만들어졌고,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오후 4시쯤 다시 복기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헌재가 증거로 채택한 메모에 파란색 글씨는 보좌관이, 검은색 글씨는 자신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홍 전 차장의 메모에서 체포 대상자가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홍 전 차장은 "처음 들을 때부터 12명의 명단을 정확히 기억했고, 2명은 들었는데 잘 기억은 못했다"며 "1~2명이 더 있었던 것 같아서 숫자를 16명으로 적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14명이냐, 16명이냐' 묻길래 (16명을) 지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은 해당 보좌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현대고 동문인 친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홍 전 차장은 "보좌관 친구까지 어떤 사람인지는 기억 못 한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1992년 현대고 5회 졸업생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 대표측은 언론에 해당 보좌관은 고등학교 동문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의 증인신문 후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홍 전 차장의 메모는 모두 엉터리고 거짓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홍장원 메모 문제는 저와 통화한 것을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지시와 연결해 바로 내란과 탄핵의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잘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받아서 '에이, 미친X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네'라고 했다면서 그 메모를 만들어 갖고 있다가 지난해 12월5일 사표 내고 6일에 해임되니까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고 엮어낸 게 이 메모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서를 수사관이 받은 모양인데 전부 엉터리"라며 "우리나라에서 국정원 직원을 빼고 저만큼 국정원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조지호 "형사재판서 확인해야"… 증언 거부
조지호 경찰청장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수고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20일 뉴스1에 따르면 조 청장은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뒤인 지난해 12월4일 오전 5시쯤 대통령에게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그 시간에 전화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은 전화로) '수고했다'고 말씀하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조 청장은 당시 윤 대통령의 전화를 "질책하고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오히려 질책했으면 제가 다른 생각을 했을 텐데 그렇진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 청장은 계엄사령관이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전화는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박 총장, 여인형 전 국군 방첩사령관의 요청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국회측의 질의에는 형사 재판을 이유로 진술을 거부했다.
그는 "형사재판을 통해 다 이야기하겠다.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고, 사실은 사실로 밝히고 책임질 건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헌재, 尹탄핵심판 25일 변론종결…3월 중순 선고 전망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오는 25일 종결하기로 했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일 오후 열린 10차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다음 기일은 2월 25일 오후 2시"라며 "양측 대리인의 종합 변론과 당사자의 최종 의견 진술을 듣겠다"고 고지했다.
윤 대통령과 국회 양측 모두 이 결정에 별다른 이견 없이 수용했다.
최종 변론에서는 청구인 국회 측이 2시간, 피청구인 윤 대통령 측이 2시간 각각 변론할 예정이다. 이어 국회 탄핵소추 위원인 정청래 법사위원장(민주당 의원)과 윤 대통령이 시간 제한 없이 최종 의견 진술을 하게 된다.
25일 변론이 종결된다면 최종 선고는 약 2주 후인 3월 중순 경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종결 후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선고됐다.
만일 헌재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5월 중순경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