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이재명, 조기 대선 노려 비명계 포용...양대 노총 방문해 노동계 지지 견인

‘비명횡사’ 박용진 만나 “큰 역할 같이 만들어 함께해 달라” 한국노총서 “노동시간 단축·주 4일 입장 명확” “노동조건 개선 문제는 우리 사회 핵심 과제…걱정 안 해도 돼” 민주노총서 “억지로 일 시켜 산출 내는 시대 가고, 창의적인 자발성 중요한 시대 올 것”

2025-02-21     안다인 기자
21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대총선에서 '비명횡사'로 공천에서 탈락한 박용진 전 의원을 만나 포용의 행보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안다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기 대선 가능성을 고려해 비명(비이재명)계 포용과 노동계 중도 확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21일 지난 22대총선에서 ‘비명횡사’의 중심으로 꼽히는 박용진 전 의원과 회동을 했고, 최근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노동 이슈와 관련한 '우클릭'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양대 노총을 방문해 노동계와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이다.

'비명횡사' 박용진과 오찬...박 "총선에서 모진 기억...文승계·통합·내로남불 혁신" 李 "더 큰 역할 같이 만들자"

이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박 전 의원과 점심을 함께했다. 이들의 만남은 이 대표가 박 전 의원에게 직접 연락해 이루어졌다. 박 전 의원이 22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대표와 갖는 첫 공식 회동이다.

박 전 의원은 회동 공개 발언에서 “총선 과정에서의 일들이 저한테는 모진 기억”이라면서도 “웃는 얼굴로 마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내란 추종 세력의 기득권을 저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일을 하다 보니 내 손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 저도 힘들다”라며 “박 의원도 가슴 아플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치라고 하는 게 개인 사업이 아니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하는 공적인 역할이며,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위기 상황을 잘 극복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며 “그 속에 박 의원의 역할이 있을 것이고, 그 역할을 하셔야 한다. 앞으로 더 큰 역할을 같이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 측 김성회 대변인과 박 전 의원 측 최선 수석보좌관은 두 사람 간 비공개 회동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양측의 비공개 대화 내용을 전했다.

김 대변인은 “박용진 의원이 세 가지 지점에서 당 대표에게 말씀을 드렸는데,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공과, 자산과 부채를 승계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두 번째는 당내 통합을 시작으로 국민 통합의 길로 나갔으면 좋겠다, 당내 여러 의견에 대해 경청해 달라는 말씀이 있었고, 세 번째는 민주당이 비판받고 있는 내로남불이나 위선 문제에 대해 혁신하는 개혁 이미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박 전 의원이 말씀해 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는 박 전 의원의 말을 듣고 선거 과정에서 박용진 의원이 고통받은 것에 대해서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전했다”며 “당에서 박용진 의원께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좀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친문(친문재인)계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후로 비명계 인사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김부겸 전 총리와 만찬이 예정됐으며, 27일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오찬을 한다. 김동연 경기지사와도 28일 만날 계획이다.

한국노총·민주노총 방문...李 "주52시간제 예외 우려, 민주당 입장 명확...우클릭 걱정안해도 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김동명 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같은 날 오후 한국노총을 방문해 “우리 사회가 노동시간 단축과 주 4일 근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며 “최근에 주 52시간제(화이트 이그젬션) 예외 제도 문제로 많은 분이 우려하시는데, 저나 민주당의 입장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특별법 토론회 당시 반도체 협회, 삼성전자 관계자들에게 새로운 주 52시간 예외 제도를 만들어 총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아니라는 확인을 받았다”며 “필요한 경우 극히 예외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경우를 법으로 금지할 필요가 있냐는 문제에 있어서는 그쪽 입장도 들어야 한다. 대중이 동의하는 합리적 얘기를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핵심은 역시 사람들의 노동 시간을 늘리고 노동을 강제해서 생산성을 올려 경쟁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는 것”이라며 “연구개발직이 졸려 죽겠는데 3시간만 자고 연구하라고 강제로 시키면 연구가 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성장만 하고 우리가 분배 문제나 사회 정의, 사회 개혁의 문제를 모른 척하고 그냥 무시하고 가는 건 전혀 아니다”라며 “이거는 일종의 상대에 의한 프레임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사회가 아주 안정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다면 우리는 진보적 가치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우고 주력하게 될 것”이라며, 최근 이 대표가 ‘우클릭’ 행보를 보인다는 논쟁에 대해서는 “성장 중심, 또는 우클릭 등의 얘기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노동 조건 개선 문제는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과제”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양경수 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열린 민주당-민주노총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표는 한국노총 방문을 마친 뒤 민주노총을 방문해서도 노동시간 문제를 언급했다.

이 대표는 “노동의 질이 강제로 채찍으로 때려서 억지로 일 시켜서 산출을 만들어내는 시대가 가고, 정말로 창의적인 사고의 자발성이 아주 중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럴 때 피곤해 죽겠는데 장시간 일 시킨다고 효율성이 생기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주 52시간 예외 제도가 총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세상은 누구의 편, 보수든 진보든 이런 것 따질 것이 없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 사회의 갈등의 가장 큰 요소 중의 하나는 ‘불합리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다. 똑같은 현장에서 똑같은 조건으로, 똑같은 시간을, 똑같은 효용을 내면서 일하는데, 안정적으로 고용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보통 정규직 보수의 60% 선밖에 주지 않는다”며 “불합리 그 자체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이 사실 많은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반드시 정규직이 돼야 하고, 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더 많은 보수를 지급하니까 당연히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반대로 절대로 정규직으로 뽑지 않으려고 한다. 이게 고용 불안정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합리들을 우리가 고쳐 나가야 한다. 합리적인 사회를 만드는 게 우리 시대의 제일 과제”라며 “진보도 좋고, 보수도 좋고 다 좋은데, 그것보다는 일상적, 일반적 상식을 회복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