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국힘, ‘중도층 민심 20%p 차이’에 “일희일비 안 해...대선 들어가면 극복 가능”

한국갤럽, 중도층 ‘국힘 22% 민주당 42%’ 리얼미터, 중도 ‘정권교체 56.5% 정권연장 38.3%’ 신동욱 “계엄 좋게 비칠리 없으니 우리가 감수하고 더 잘해야” 원내대표실 “‘이재명 안 된다’ 비율 높기 때문에 바뀔 것” 평론가들, “‘정권교체’ 여론 쉽게 안 바뀔 것”

2025-02-24     김민주 기자
공수처를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소속 의원들이 24일 과천정부청사 민원실 앞에서 공수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수사 권한 및 영장 청구 적법성 논란 등을 비판하며 공수처 폐지를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중도층 지지율에서 더불어민주당에 20%p 뒤처졌지만, 당 지도부는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평론가들은 정권 교체 여론과 당 이미지가 쉽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탄핵에 찬성했던 대선주자들은 지금부터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22%, 민주당 42%, 무당층 28%로 나타났다. 전주와 비교하면 국민의힘은 10%p 빠졌고, 민주당은 5%p 상승했다. 

24일 공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56.5%가 ‘정권 교체’를 지지하며, 이는 ‘정권 연장’ 지지(38.3%)보다 20%p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 조사는 20~21일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책임을 떠넘기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등 반성 없는 모습에 중도층의 이탈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의 “비상계엄은 잘못했지만, 탄핵은 반대한다”는 모순된 입장 역시 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중도보수 정당’ 선언도 중도층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이를 위기로 받아들이기보다 조기대선이 시작되면 중도층을 다시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통화에서 “아직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물론 계엄사태라는 게 중도층에 좋게 비칠 리는 없다. 우리가 감수해야 하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원래 선거 때가 되면 각 정당이 중도층을 잡기 위해 가운데로 가는 게 정상이다. 이재명 대표는 정상적 대선을 치르고 있지만, 우리 당 상황은 그게 아니다”라며 “탄핵 결론이 나면 정상적으로 대선에 돌입할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중도라는 무당층의 20%가 민주당 쪽으로 갔다고 해서 고정 지지층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현안이나 이슈에 따라 또 바뀐다. 각 당 고정 지지층이 40%라고 하면 20%는 대선 당일까지 왔다 갔다 할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는 죽어도 안 된다’는 무당층 비율이 높기 때문에 대선에 들어가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봤다.  

또 “현재 특정 후보가 너무 뜬다고 하더라도 탄핵이 인용되고 경선에 들어가면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것”이라며 “탄핵에 대한 입장이나 윤 대통령을 어떻게 대할지 등 전반적으로 고려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강성 지지층보다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대선주자가 최종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탄핵 기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조기대선 국면에서 당 입장이 바뀌더라도, 비상계엄 이후 높아진 ‘정권 교체’ 여론을 쉽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극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결국은 중도 싸움이니까 외연 확대에 나서야 한다. 타이밍이 문제인데 탄핵 결정이 나오면 그때부터 스탠스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상계엄이 터졌을 때 초기 여론을 보면 탄핵 찬성이 60% 이상으로 탄핵 반대보다 훨씬 높았다. 이번에는 중도층이 정권 교체론 쪽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난 20일 당 전략기획특위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정당이나 정치인 이미지가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 시간 축적의 결과물”이라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이 갖는 이미지가 탄핵 인용된 이후 두 달 동안 대선 준비하며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분석했다.

이를 의식한 듯,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탄핵심판 수용 여부 질문에 “헌재는 단심(제)이기 때문에 그 단심 결정에 대해서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과에 대해서 저희 당으로선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같은 취지의 질문에 “(탄핵심판의) 절차의 공정성이 확보 안 된 상태”라고 답한 것과 확연히 달라진 답이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 찬성 대선주자들은 민주당의 중도층 소구 전략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안철수 의원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입장에서 보면 중도층에 대해서 주의를 기울이거나 지지를 호소하거나 그런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지만, 민주당은 오히려 중도층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대로 그냥 두면 우리 당이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보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중원은커녕 안방까지 내줄지도 모른다.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구석으로 내몰린 운동장이 될지 모른다”며 “보수는 중원경쟁에 지금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