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與, '중도층 이탈' 위기감에 '기류 변화' 조짐.. '尹과 거리두기' 조기대선 모드 돌입

극우 동조하던 지도부 → "尹, 대국민 사과해야" "헌재 결정 승복" 최근 여론조사서 중도층 국민의힘 이탈 심화 동아 "극우세력에 대한 중도층 거부감 나타나" 이재명 '우클릭', '중도' 성향 한동훈 복귀 조기대선 '중원싸움' 치열.. 유승민 "정신 안차리면 구석으로 내몰려"

2025-02-25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당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 당내 기류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친윤 반탄파를 중심으로 극우 세력과 보조를 맞추면서 수사기관의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불법'이라 비판을 쏟아내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과정에 대해서는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했으나 탄핵 심판 절차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자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거나 윤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

윤 대통령이 파면될 경우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도 여당을 향한 비판에 동참하자 위기감을 감지하고 노선을 바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일 중도층뿐만 아니라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고, 중도층에 소구력이 있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복귀를 예고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극우 동조하던 지도부 → "尹, 대국민 사과해야" "헌재 결정 승복"

12·3 비상계엄 내란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국민의힘은 친윤 반탄파를 중심으로 지난 두달여간 극우 세력과 보조를 맞춰왔다. 

여당 의원 상당수가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전광훈 목사나 역사학자 전한길 씨 등 극우세력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윤상현·김기현·나경원 등 여당 중진 의원들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로 달려가기도 했으며,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서부지법 폭동에 대해서도 폭도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시작되자 권성동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는 헌법재판소를 여러 차례 항의방문했고, 헌법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거론하며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탄핵 불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들자 당내 기류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분명히 잘못됐다. 과도한 조치였다"며 "민주당의 무도한 행태들을 감안하더라도 비상계엄으로 거기에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는 것, 계엄이 적법하게 선포가 됐을 경우에 각 헌법 기관에 보내는 건 맞다"면서도 "국회에 보내는 거는 조금 문제가 있었다. 국회에 (계엄) 해제 요구권을 주고 있는 만큼 국회 활동에 제약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던 지도부에서 반성의 메시지가 나온 것이다. 

약 일주일 후인 25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이날 예정된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후 변론에 대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국민에 큰 불편과 정국 불안정을 가져다준 점에 대해 진솔한 대국민 사과 내지 진솔한 심정이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계엄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일단 계엄에 대해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은 사과해야 한다"며 "시대 정신에 맞게끔 국민 통합의 메시지를 내줬으면 좋겠다"라고도 말했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권 원내대표는 24일 "그 결과에 대해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헌재는 단심이기 때문에 단심 결정에 대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최근 여론조사서 중도층 국민의힘 이탈 심화 ...중도층, 한주만에 양당격차 20%p 급증

동아 "극우세력에 대한 중도층 거부감 나타나" 

최근 정당 지지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한국갤럽]

이와같은 지도부의 기류 변화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보수 언론의 비판 메시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자 위기감을 느낀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2월3주차)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결과, 중도층의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 22%, 더불어민주당 42%였다. 직전 조사와 비교해 국민의힘은 중도층에서 10%p 하락했고, 민주당은 5%p 늘면서 5%p 차였던 양당 격차 한주만에 20%p로 늘었다.

지난 2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한 리얼미터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중도층 응답자 중 45.6%는 민주당을, 35.3%는 국민의힘을 지지했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 41.1%, 국민의힘 42.7%로 오차범위 내였으나 중도층은 오차범위 밖으로 벌어진 것이다. 

또한 갤럽 같은 조사에서 '탄핵찬성' 60%, 반대 34%로 2배 가까이 탄핵 찬성 여론이 높았다. 한 주전(2월11일~13일, 2월2주차) 찬성 57%, 반대 38%에 비해 찬성은 상승, 반대는 하락했다. 특히 중도층은 69%가 찬성입장을 보여 전 주 조사에서 60% 찬성율에 비해 9%p나 올랐다. 

尹탄핵심판 여론 [출처=한국갤럽]

또 지난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뉴스토마토 의뢰,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0%p)에서는 민주당 48.7%, 국민의힘 36.4%로 7주 만에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앞섰다. 해당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민주당 55.6%, 국민의힘 22.5%로 격차가 더 컸다.

이와 같은 상황이 펼쳐지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도 국민의힘에 날선 비판을 내놓고 있다.

동아일보는 21일 사설에서 "그동안 극우 성향 인사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집회가 주말마다 열렸고, 여기에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 참여했다"며 "이들 집회에선 '부정선거에 중국인이 개입했다' 등 중도층이 선뜻 수긍할 수 없는 황당한 주장들이 쏟아졌고 이런 극우세력에 대한 중도층의 거부감과 견제 심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최근 중도층이 국민의힘을 떠나고 있다는 경고성 기사를 여러건 작성한데 이어 24일 사설에서는 "윤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승복 의사를 밝히고 여야는 거리 선동과 헌재 압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매체는 "대통령은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이를 존중하고 승복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혀야 한다"며 "탄핵에 찬성하고 반대하는 양쪽 국민에게도 같은 당부를 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 통합을 책임져야 할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최근 정당지지율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미디어토마토]

이재명 '우클릭', '중도' 성향 한동훈 복귀

조기대선 '중원싸움' 치열.. 유승민 "정신 안차리면 구석으로 내몰려"

지지층 결집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한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도보수'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극우정당'이라는 공세를 가하자 당 안팎에서는 중도층을 고려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3일 자신의 SNS에 "보수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중원은 커녕 안방까지 내줄지도 모른다"며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구석으로 내몰린 운동장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안철수 의원도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우리 당은 중도층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거나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이대로 그냥 두면 우리 당이 위험하다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은 25일 SBS라디오에서 "현재 당이 극우화되고 있고,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분위기로 가기 때문에 최근 여론조사에서 계속 우리 당 지지율이 빠지고 있는 거라고 지금 분석되고 있지 않나"라며 "아마도 그렇게 간다면 우리 당은 매우 어려운 그런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다면 조기대선 모드에 들어가는 만큼 결국 중도층 싸움이 본격화될 것이나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해질 수밖에 없고 극우 강성 지지층도 이재명 대표를 상대로 가장 잘 싸울 수 있는 후보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논리다.

이미 '찬탄파'는 대권 행보를 개시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조기대선 출마를 선언했으며, 유승민 전 의원도 대선 출마를 시사한 상태다. 

한동훈 전 대표도 26일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간에 맞춰 대권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탄핵 반대 목소리를 내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도 메시지 관리를 하며 중도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오 시장도 다음달 '6대 국정 비전'을 담은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정 철학과 지방 분권 개헌 등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공약이 담길 것이란 관측이다.

또, 상속세 개편안을 꺼내 들며 중도 공략을 위한 '정책 대결'에 나섰다. 오 시장은 25일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으로 중산층을 위한 상속세 개편을 원한다면 단순한 공제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녀 공제액 5억원 상향, 손자녀 공제 5억원 신설 등을 제안했다.

홍 시장도 24일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만약 대선이 생기면 시장직을 사퇴한다"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홍 시장은 이달 말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