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관세인상에 中·캐나다·멕시코 '보복관세'.. '글로벌 관세전쟁' 본격화

트럼프 행정부, 대폭 인상된 관세 부과 개시.. 철강·반도체·의약품 등 줄줄이 중국, 미국산 농산물 80%에 10~15% 보복관세.. 기업 제재도 시행 캐나다, 30조원 규모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 추후 125조원 추가 멕시코, 美에 보복관세 부과 예고 "9일에 품목 발표" 트럼프 "보복관세시 상호관세 추가 부과" 엄포 美상무, 캐나다·멕시코 관세 경감 가능성 시사 한국도 관세 직접 영향권.. 정부 한미 관세 논의채널 구축

2025-03-05     김승훈 기자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4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폭 인상된 관세를 부과하자 이들 3개국이 보복관세에 나서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당장 캐나다와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고, 향후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 개시.. 철강·반도체·의약품 등 줄줄이

미국은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한 제품에 25% 관세를,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이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은 이날부터 최대 45%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는 약 한달간 관세 부과를 유예했으나 이날 예정대로 시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명분은 불법이민자와 마약 단속이다.

특히, 이들 3개국을 통해 '좀비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이 유입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3개국이 펜타닐 유입을 충분히 차단할 때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장벽 등을 고려해 적용하는 '상호 관세'를 4월 2일부터 부과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오는 12일부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나 면제없이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지난달 결정한 바 있으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관세도 이달 중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밖에 구리와 목재 수입이 미국 국가안보에 미치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해당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가 예상된다. 

중국, 미국산 농산물 80%에 10~15% 보복관세.. 기업 제재도 시행

트럼프 2기의 관세 부과에 중국 등 3개국은 강하게 반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우선 중국은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농축산물을 대상으로 10∼15%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일부 미국 기업에 전략 물품 수출 통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4일 미국산 닭고기와 밀, 옥수수 등에 대한 관세를 15% 인상하고, 대두·돼지고기·쇠고기·농수산물 및 유제품에 대한 관세는 10% 높인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농산물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미국 공화당의 가장 아픈 곳으로 꼽히는 농산물을 겨냥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미국산 농산물의 약 80%에 관세가 부과된다. 

또, 해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산 원목 수입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결정했다. 중국 상무부는 티콤(TCOM)과 S3에어로디펜스·텍스트오어 등 미국 방산업체 10곳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추가하고 중국과의 수출입 및 중국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방산업체 레이도스·깁스앤콕스 등 15개 업체에 대해서는 핵심 광물 등 이중용도 물자(민간용으로도 군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자) 수출을 막기로 했다.

이밖에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업체인 미국 일루미나도 신뢰할 수 없는 기업 리스트에 포함해 중국으로의 유전자 시퀀서 수출을 금지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30조원 규모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 추후 125조원 추가

멕시코, 美에 보복관세 부과 예고 "9일에 품목 발표"

캐나다도 보복 관세에 동참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4일 300억 캐나다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맞불 보복 관세를 즉각 발효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지속될 경우 21일 후 추가로 1천250억 캐나다달러(약 125조원) 규모의 추가 보복 관세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해 "어떠한 정당한 근거나 필요성도 전혀 없다"며 "그(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캐나다 경제가 완전히 붕괴해 우리를 합병하기가 더 쉬워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나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메커니즘에 제소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 체제를 통해서도 이의제기를 한다는 방침이다. 

멕시코 정부도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미국의 결정에 맞대응한다"면서 오는 9일 구체적인 관세 품목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미국의 관세 부과에 "아무런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트럼프의 결정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무역전쟁을 벌이려는 의지는 전혀 없다"면서 지속적인 협상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출처=연합뉴스]

트럼프 "보복관세시 상호관세 추가 부과" 엄포

美상무, 캐나다·멕시코 관세 경감 가능성 시사

3개 국가가 보복관세 방침을 천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추가로 즉각 부과하겠다고 다시 맞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자신의 SNS에 "미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 우리의 상호관세는 즉각 같은 수준만큼 인상될 것"이라고 적었다.

다만, 미 정부 관계자는 관세 경감 가능성을 시사해 눈길을 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장관은 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멕시코와 캐나다 측 인사들이 오늘 종일 저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자신들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저는 그(트럼프)가 그들(멕시코·캐나다)과 함께 뭔가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신들(멕시코·캐나다)이 더 하면 중간 지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한 관세 경감 방안을 발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한국도 관세 직접 영향권.. 정부 한미 관세 논의채널 구축

글로벌 관세 전쟁의 막이 오르면서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삼성전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수백개의 한국 기업이 생산 기지를 두고 있어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됐다.

또, 향후 트럼프 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도 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한미 소통을 강화하여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문제를 비롯한 조선, 에너지 등 산업 협력 방안을 상시 논의할 채널을 구축했다. 

안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반도체, 바이오, 자동차 관세 얘기가 나왔다가 또 목재, 구리 얘기가 나오고 앞으로 어떤 품목이 추가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관세 부과가 발표된 뒤에도 면제 협의가 이뤄질 수 있고, 관세를 유예받은 뒤 또 어떤 새로운 관세가 또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며 "계속 미국과 협의해 나갈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효과적으로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열린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 화상 면담,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미 상무부 장관·USTR 면담 등을 통해 추가로 파악된 미 측의 관심 사항과 양국 간 공감대를 토대로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해 한·미 양국간 실무협의체에서 3월 중 집중적으로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최 대행은 또 4일 발효된 미국의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와 중국에 대한 추가 10% 관세 조치의 국내 영향을 재점검하면서 "해당 국가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