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러시아-우크라, 美 중재로 '흑해 휴전' 동의.. 러, 경제 제재 일부 해제 얻어내
미-러-우, '흑해 휴전' 합의.. 우크라 곡물 수출길 열려 러, 금융·농업 제재 해제 관철… 외신 "첫 주요 제재 철회" 젤렌스키 "부분휴전 즉시 발효…러 위반 땐 美에 제재요청" 유럽, 대러 제재 해제 반발 기류.. 美-유럽 균열 가능성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5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중재 속에 '흑해 휴전'에 합의했다. 이로써 3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한 실질적인 첫발을 내딛게 됐다.
이번 합의로 우크라이나는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는 흑해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경제 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이에 외신들은 러시아의 '완승'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러-우, '흑해 휴전' 합의.. 우크라 곡물 수출길 열려
미국 백악관은 지난 23∼2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3국 실무 협상을 통해 '흑해 휴전'에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과 러시아는 흑해에서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군사 목적으로 상업 선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크렘린궁도 성명에서 "흑해 협정 이행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모든 당사국은 흑해에서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고 무력 사용을 배제하며 상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단은 직접 만나지 않았으며 미국 측이 양국 대표단과 따로 회담하며 '3각 합의'를 유도했다.
2022년 2월부터 3년 이상 이어지고 있는 전쟁 종식을 위한 첫 발을 뗀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전화 통화에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과 흑해 항해 문제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이날 3국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30일 부분 휴전 합의 이행을 위한 세부 조치를 마련하는데도 합의했다.
크렘린궁은 공격을 유예하는 시설로 정유공장과 석유 저장 시설, 석유·가스관 시설, 발전소와 변전소 등 전력 생산·송전 시설, 원자력 발전소와 수력발전소 등을 제시했으며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 중단 기간이 지난 18일부터 30일간으로 합의됐다고 밝혔다. 합의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수 있지만, 한쪽이 공격 중단을 위반하면 다른 한쪽은 합의를 철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흑해 휴전 합의를 통해 이제 우크라이나의 곡물이 다시 수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 속에서도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의 안전한 수출을 보장하기 위해 2022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곡물협정이 체결됐다.
러, 금융·농업 제재 해제 관철… 외신 "첫 주요 제재 철회"
젤렌스키 "부분휴전 즉시 발효…러 위반 땐 美에 제재요청"
이번 흑해 휴전 합의로 러시아는 '제재 해제'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러시아가 흑해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대(對)러시아 제재 해제를 요구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협상에서 러시아는 국영 농업은행(로셀호스)과 러시아 선적 선박, 러시아 식품 생산·수출업자 등에 대한 제재가 해제되고 식품·비료 관련 금융기관이 국제 결제 시스템에 다시 연결돼야만 합의 결과를 이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백악관은 "미국은 농업 및 비료 수출을 위한 러시아의 세계 시장 접근을 복원하고 해상 보험 비용을 낮추며, 이러한 거래를 위한 항구 및 결제 시스템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우크라이나전 발발 후 러시아에 대한 첫 주요 제재 철회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의 정치·군사적 양보와 2022년 침공 이후 시작된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출을 요구할 것이고, 지금까지로 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런 거래를 할 의향이 있는 것 같다"고 봤다.
BBC는 "그들(러시아)은 이 거래를 흑해곡물협정 부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당수의 경제 제재를 철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고 짚었다.
야니스 클루게 독일국제안보연구소 연구원은 "러시아의 입장을 '미국에 대한 양보'로 판매한 다음, 그 위에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러시아의 거래 기술"이라고 말했다.
한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기자회견에서 부분 휴전안 즉시 발효 소식을 전하면서 "러시아가 합의를 어기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무기와 제재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대러 제재 해제 반발 기류.. 美-유럽 균열 가능성
문제는 대러 제재를 주도해 온 유럽이 어떤 반응을 내놓느냐이다.
전쟁 발발 후 유럽은 러시아 국영 농업은행과 농업 기업 등이 국제결제시스템(SWIFT)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식으로 러시아의 농산물 수출을 제재해 왔다. 이에 러시아는 이러한 결제시스템 차단을 풀고 식량·비료 수출 기업이나 보험사 등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럽 국가 다수는 제재 해제에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의 농산물·비료 수출이 원활해지면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효과가 사실상 약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미국이 러시아 농산물 수출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아직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는 이것이 제재의 약화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무역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 방식을 놓고 미국과 대서양 동맹인 유럽이 정면으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추가적인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