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덕수, 상법개정안은 '거부권'-마은혁 임명도 '거부'.. 野 "나라 망치는 청개구리"
한덕수 국무회의 주재...尹정부 41번째 거부권 행사 韓 9번, 崔 7번 대행체제 16번 거부권 이복현 금감원장 "직 걸고 거부권 반대".. 결국 거부권 행사 韓 "상법 개정안 취지는 공감.. 자본시장법 개정이 효과적" 연금법개정안 공포.. "청년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이재명 "자본시장 불신과 좌절로 들끓어" 野3당 "거부권 행사로 국민권리 짓밟아" 與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경제계 "거부권 행사 다행" vs 시민단체 "정부, 재벌 이익 보호에 앞장 서"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일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정부들어 41번째 거부권 행사다.
한덕수, 최상목 대통령 대행체제에서 무려 16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한 대행은 9번, 최 대행은 7번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또한 이날 한 대행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결국 임명을 거부함으로써 '위헌' 상태를 이어갔다.
이에 야당은 한 대행이 당장 해야 할 마은혁 재판관 임명은 미루고 하지 말아야 할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국민의 바람과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총리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심의·의결됐다.
이복현 금감원장 "직 걸고 거부권 반대".. 결국 거부권 행사
韓 "상법 개정안 취지는 공감.. 자본시장법 개정이 효과적"
연금법개정안 공포.. "청년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
한덕수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해 야권 주도로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 대행은 "정부는 지금까지 일반주주 보호를 위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 제고에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일관되게 노력해 왔다. 이에 동 법률안의 기본 취지에 깊이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이 법률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환경 및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이 아닌 자본시장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상장기업의 합병·분할 등 일반주주 이익 침해 가능성이 큰 자본거래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일반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며 "이를 통해 상장회사 중심으로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관행이 정착되고 관련 판례도 축적돼 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의 기본 취지에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재차 강조하며 "오늘 정부가 재의 요구하는 법안과 정부가 제시한 대안을 함께 놓고 국회에서 다시 한번 심도 있게 논의하여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은 법무부·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합동 브리핑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일반주주 보호에 역행하고 국가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행은 "이 법률안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을 포함한 대다수 기업의 경영 환경 및 경쟁력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재의요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 입장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것처럼 합병이나 물적 분할에 있어 주주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라며 "단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현실에 더욱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추진 계획에 김범석 기재부 1차관은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여러 상법 논의과정에서 경제 단체를 포함해 재계에서도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해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하겠다"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서도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을 41.5%에서 43%로 상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며,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한 권한대행은 "모수개혁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우리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연금 재정 구축을 위한 구조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청년층을 포함해 각계각층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자본시장 불신과 좌절로 들끓어"
野3당 "거부권 행사로 국민권리 짓밟아" 與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례를 언급하며 상법 개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 6천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면서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며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자본 시장이 이렇게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는데도 기어이 거부권을 쓸 것이냐"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 3당 의원들은 1일 "재벌과 대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소액주주와 국민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폭거다"며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는 대한민국 경제 정의를 퇴행시키는 반민주적 만행이다"며 "명백히 재계와 한 권한대행이 한편이 돼 개미투자자와 해외기관, 금융감독원장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을 두고 "시대를 역행하는 주장"이라며 "법인 100만여 개에 적용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자는 것은 결국 대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면피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대행이) 당장 해야 할 마은혁 재판관 임명은 미루고 하지 말아야 할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국민의 바람과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 총리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당연한 결론"이라며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이 요청한 것이 이뤄졌다"며 "당연한 결론이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안을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시킨 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를 민주당과 협상하겠다"며 "대주주의 방만한 경영을 봐주려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자본시장법 개정과 함께 자본시장을 국민 소득 창출의 장으로 만들어가는 대대적인 종합 대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문제가 된 것은 상장회사이기 때문에 '핀셋'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시작하고, 복합적 대책은 차차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 "거부권 행사 다행" vs 시민단체 "정부, 재벌 이익 보호에 앞장 서"
이날 한 대행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재계는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이날 "상법 개정안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입법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운 반면 기업의 신산업 진출을 위한 투자 저해,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위협 등 기업 경영에 미칠 부작용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법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핀셋 처방이 기업의 합병·분할 과정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하는데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경제계도 논의 과정에 참여해 건설적인 제안을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경제계는 주주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 경영에 더욱 노력하는 한편 저성장, 통상문제 등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해야 할 헌법적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재벌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는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고 규탄했다.
경제개혁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여당은 일반 주주들의 권리침해는 안중에 없고 재계 우려만 걱정한다"며 "한 대행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히 규탄하며 국회는 재의결로 상법 개정안을 확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정부·여당이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의 염원을 외면한 채, 다시 지배 주주가 전횡을 일삼던 후진적인 기업 거버넌스 체제로 돌아가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핀셋 규제를 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자본시장법 개정은 합병가액 불공정, 쪼개기 상장 등 일부 주주가치 훼손 사례에 대한 대안일 뿐 주식회사 이사에 대한 일반적인 원칙으로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상법을 대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