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덕수, 재판관 임명 못한다…헌재 전원일치로 가처분 인용

한덕수 “재판관 발표일뿐 지명 아니다”…‘각하요청’ 의견서 제출 헌재는 이틀 평의 끝에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결정 헌재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명․임명 권한 없다” 우원식 의장 “위헌적 지명과 궤변, 국민께 사죄하라” 민주당 “대통령 행세 실패, 지명 철회하라” 비판 조국혁신당 “헌재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 국민의힘 “정당한 권한이 정치해석 따라 제약, 위험한 선례”

2025-04-16     김성지 기자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법재판소에 청구된 재판관 지명 가처분 효력정지와 관련해 각하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인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가처분 사건을 9일 접수하고 마은혁 재판관을 주심으로 지정한 뒤 15~16일 이틀에 걸쳐 평의를 열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을 인용함에 따라 한덕수 권한대행이 오는 18일 퇴임하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이완규·함상훈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는 중단된다.

헌재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명․임명 권한 없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재판관을 지명해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결정문을 통해 “한 대행이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임명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됐고 현 시점에서는 가까운 장래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판관으로 임명할 것이 확실히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대행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후보자를 재판관에 임명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이에 가처분 인용을 통해 재판관으로부터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을 손해를 긴급히 차단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전했다.

헌재는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헌법소원심판의 종국결정이 선고될 때까지 재판관 2인의 임명이 지연되지만 2인의 재판관이 퇴임한 이후에도 7인의 재판관이 사건을 심리해 결정할 수 있고, 나머지 2인의 재판관 의견에 따라 사건의 향배가 달라질 수 있는 경우는 임명을 기다려 심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가처분 기각 후 본안 청구가 인용되면 “헌재 결정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헌재의 심판 기능에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며 “본안 심판에서 한 권한대행의 임명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두 후보자가 관여한 재판에 대한 재심 청구가 늘어나고 이는 곧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을 불과 이틀 앞두고 후임 후보자의 지명 효력을 정지해 당분간 7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우원식 의장 “위헌적 지명과 궤변, 국민께 사죄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재 판결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사필귀정”이라며 “한덕수 대행은 위헌적 지명과 사실을 호도한 궤변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장은 “한덕수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때는 ‘중대한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 주장하더니 스스로 이를 뒤집고 헌법재판관 후보를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대행이 그동안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거듭하며 헌법을 무시하고 국민을 기만하려 했다”며 “한 대행이 벌인 위헌적 행위는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역사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대통령 행세 실패, 지명 철회하라” 비판

조국혁신당 “헌재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16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총리는 지금 당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했다.

조승래 대변인은 “헌법재판소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만장일치로 인용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을 권한대행이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헌재에 내란 공범 혐의자를 알박기 하려는 인사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한덕수 총리에게 부여된 권한과 임무는 파면된 내란 수괴 때문에 치러지는 이번 대통령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국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전부”라며 “지금 당장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께 사죄해야 한다, 혼란을 틈탄 그 어떤 알박기 시도나 월권행위도 용납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16일 논평을 통해 “헌재의 결정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한덕수 총리는 ‘이번 대통령은 난가?’하는 ’난가병’에 걸렸거나 파면당한 윤석열 등 내란세력의 지시를 받은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할 수 없는 위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김보협 대변인은 “조국혁신당이 경고한다, 경거망동 말고 자중자애하길 바란다”며 “공정한 대선관리에 주력하길 바라며 망상을 좇다 망가지는 꼴을 보고서도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면 그 꼴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당한 권한이 정치해석 따라 제약, 위험한 선례”

국민의힘은 헌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가처분 인용에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을 통해 “대통령 권한대행의 정당한 권한 행사조차 정치적 해석에 따라 제약될 수 있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권한대행은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아 직무를 수행하는 헌법상 주체이며 재판관 지명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신동욱 대변인은 “헌법기관 구성은 국정 안정과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권한 행사를 제약한 것은 향후 국가 비상 상황에서 헌정 질서에 심각한 혼란과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의 주심으로 선정된 마은혁 재판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했다. 신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마은혁 재판관이 지정된 데 대해 강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사법부를 정쟁의 도구로 삼겠다는 시도와 다름없기 때문”이라며 “마은혁 재판관은 특정 성향에 치우친 판결과 언행을 반복해 좌편향 논란을 빚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국민들이 오늘 판결에 마은혁 재판관이 판단을 가장한 사법적 보복을 가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다”며 “헌법상 정당한 권한 행사를 정략적으로 가로막는 시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헌법 위에 정치가 군림하는 상황을 국민은 더 이상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은혁 재판관은 지난 9일 헌재에 김정환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가처분 사건을 접수한 뒤 무작위 전자 추첨을 통해 주심으로 선정됐다. 11일 정식 심판에 회부돼 15일, 16일 오전, 오후 세 번에 걸친 평의를 한 뒤 가처분을 인용했다.

한덕수 “재판관 발표일뿐 지명 아니다”…‘각하요청’ 의견서 제출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과 관련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 ‘발표’는 장차 공직에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JTBC 단독보도에 따르면 한덕수 대행은 16일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해 두 명의 재판관 임명은 단순 발표일 뿐 지명에 해당하지 않으니 사건을 각하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한 대행은 헌재에 낸 의견서에서 ‘후보자 발표는 단순한 의사 표시’에 불과하기 때문에 헌법소원으로 다툴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한대행에게 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가처분 사건을 접수한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16일 오전 헌재에 반박 의견 보충서를 제출하고 한 대행의 각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정환 변호사는 “이 사건 지명행위는 임명의 세부 내용을 확정한 것으로 임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공권력의 행사”라며 “내부적 행위에 불과할 뿐이라는 주장은 이 사건 지명 행위의 본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대행 측은 답변서에 “장기적인 헌재의 기능 마비를 해소하기 위해 2인의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김 변호사는 “믿을 수 없는 진술”이라며 “헌재의 기능 마비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진정한 기능 마비를 가져올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논의에 속도를 냈다. 헌재는 15일 평의에 이어 오늘 오전, 오후 세 차례에 걸쳐 이틀째 재판관 지명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논의하고 오늘 오후 늦은 시간 가처분 인용 결정을 내렸다.

가처분 인용이 결정됨에 따라 한 대행이 지명한 행위의 효력이 정지됐다. 

한 대행은 지난 8일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지명권을 권한대행이 행사하는 것이 위헌·합헌인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헌재는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와 가처분 사건을 9일 접수, 무작위 전자 추첨으로 마은혁 재판관을 주심으로 선정한 뒤 11일 정식 심판에 회부해 논의, 최종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