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민주 주자3명 '텃밭' 호남행...호남 공약 쏟아내며 '투표율 올리기' 총력
이재명, 1박 2일간 호남 민심 청취...'호남권 메가시티' 실현 공약 김경수 "5+3 권역별 메가시티에 연간 30조 배분" 김동연 "5·18 민주화운동을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호남, 권리당원 30% 이상 최대 승부처...낮은 투표율 '비상'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호남권 순회 경선을 이틀 앞둔 24일 일제히 호남을 찾았다. 호남에는 권리당원 30% 이상이 몰려 있는 만큼 이곳에서 사실상 순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세 후보 모두 호남 지역 맞춤형 공약과 현장 일정에 공을 들이며 표심 공략에 나섰다.
이재명, 1박 2일간 호남 민심 청취...'호남권 메가시티' 실현 공약
이재명 후보는 이날부터 호남에서 1박 2일 일정을 소화한다.
이날 오전에는 전북 김제시 새만금을 찾아 현장 간담회를 열고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10%도 아직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자칫 국제미아가 될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
이어 "3년의 시간을 허비하긴 했지만, 잃어버린 3년을 보상하고 더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사회로 신속하게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며 "20GW(기가와트) 규모의 남서해안 해상풍력을 해상 전력망을 통해 주요 산업지대로 송전하고 전국에 RE100 산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석탄 비중을 최소화하고 LNG 비중도 줄이되 재생에너지 비율을 신속히 늘려야 한다”며 "호남의 풍부한 풍력과 태양광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 경제도약을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간담회 후 취재진과 만나 "원자력발전소 문제는 전기 공급의 필요성과 위험성이 동시에 병존해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광주로 이동해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장소인 전일빌딩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고(故) 문재학군의 어머니 김길자씨도 자리했다.
이 후보는 이날 호남 방문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남권 메가시티 공약을 소개했다.
그는 "호남이 대한민국 산업과 과정에서 소외된 만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첨단시대를 맞아 신성장동력 산업이 호남에 안착하도록 하겠다"며 "수도권 집중을 넘어서기 위한 호남권 메가시티를 실현하겠다. 호남권의 경제부흥 시대를 확실히 열겠다"고 했다.
이어 "AI와 미래 모빌리티·금융산업을 육성해 고부가가치 산업전환을 지원하겠다"며 광주, 전주, 여수, 목포, 전주 등 각 지역별 세부적인 공약도 공개했다.
그러면서 "호남권에 촘촘한 교통망을 구축해 수도권과 영남권을 넓게 잇겠다"면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조기 완공, 전라선 고속철도 신속 추진, 광주·대구 달빛 철도 및 전주·대구 고속도로 조속 추진 등도 세부 공약으로 제시했다.
김경수 "5+3 권역별 메가시티에 연간 30조 배분"
김경수 후보는 지난 22일 광주를 방문한데 이어 이날 두 번째 호남행에 올랐다.
김 후보는 광주·전남을 메가시티로 육성하고 호남을 AI 중심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호남 민심을 공략하고 있다.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에 3개 특별자치도(전북·강원·제주)를 묶는 '5+3 권역별 메가시티 자치정부'를 구성하고 여기에 연간 30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또 새만금 RE100 국가 산업단지 조성과 광역 대중교통망 구축을 지원하겠다며 전주~대구 고속도로와 전라선 고속화 철도망 구축 등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날 김 후보는 전남 목포 동부시장을 찾아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무안과 순천에서 각각 당원들을 만나 전남 지역 당심을 청취했다.
김 후보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광주·전남 메가시티 지방정부에 매년 5조원의 자율예산을 지원해 전남의 운명을 전남이 책임지게 만들겠다"며 "전남에 있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좋은 인재로 길러지고, 지역의 좋은 일자리에 취업해 더 이상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도록 국가 운영의 틀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후 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처가가 목포라며 자신이 '호남의 사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연 "5·18 민주화운동을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김동연 후보도 이날 호남을 찾아 지역 특화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김 후보는 전북을 찾아 "에코 산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전북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ABC 정책, 농업(Agriculture)과 바이오(Bio), 기후 산업 기술(Climate tech)을 제시하고 "ABC 정책을 중심으로 전북의 르네상스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만금 핵심 인프라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신재생 에너지 클러스터 구축에도 확실한 성과를 보이도록 하고, 동서 도로 등 인프라를 차질 없이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주 지역과 관련해서는 "광주와 전남 국립의대 유치를 포함한 공공의료도 국정과제의 최우선 공약으로 담아 실천에 옮기겠다"며 "5·18 민주화 정신의 헌법 수록과 5·18 민주화운동을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에도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경제 위기 극복을 자신의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경제 정책은 역주행했고 트럼프의 관세 폭탄까지 터졌다"면서 "경제는 말이나 구호가 아닌 실력과 경험이다. 경제 위기 극복에 가장 자신 있는 사람이 저라는 생각으로 담대하게 나왔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후보의 일방 독주 양상인 민주당의 경선 판도는 당내 다양성과 민주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건강하지 않다"고 쓴소리를 냈다.
김 후보는 "특정 후보에게 90%씩 몰아주는 것은 압도적 정권 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보시기에 건강하지 않고 저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실 때도 당내 경선에서 70%대로 후보가 되셨다"며 "호남의 당원 동지 여러분들께서 민주당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살려주셔서 더 큰 민주당, 또 정권 교체 이상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제 자리를 잡아주실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호남, 권리당원 30% 이상 최대 승부처...낮은 투표율 '비상'
호남권 경선은 총 4차례 지역 순회 경선 중 3번째로 23일부터 광주·전남·전북 당원 대상 투표가 진행 중이다. 결과는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호남은 주요한 국면마다 당 지지층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 온 상징적 지역인데다 권리당원의 33%에 달하는 37만여명이 집중돼 있어 이번 경선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재명 후보의 독주 탓인지 권리당원 첫날 투표율이 앞선 지역들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민주당이 집계한 호남권 권리당원 1일 차 온라인 투표율은 23.29%로 집계돼 앞선 충청권(31.62%), 영남권 (46.63%) 첫날 투표율보다 크게는 절반가량 밑돌았다.
앞서 치러진 충청권, 영남권 경선은 투표율을 각각 56.87%, 70.88%를 기록해 앞선 20대 대선 경선 당시(세종·충북 41.92%, 대구·경북 63.08%)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충청·영남권 경선 결과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89.56%를 기록하며 김동연 후보(5.27%)와 김경수 후보(5.17%)를 큰 격차로 앞서자 투표 열기가 식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6일 오후 3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호남권 합동연설회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