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김문수, 현충원 참배 후 첫 선대위 회의...‘호남 사람’ 한덕수는 ‘광주 사태’ 발언 논란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묘역 참배...민주당 겨냥 “히틀러·김정은·스탈린보다 더 해” 첫 선대위서 “좌우 넘어 노사·동서·남녀·빈부 모두 통합” 일성...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 안철수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달라” 한덕수, 오월 단체 저지로 5·18 민주묘지 참배 무산...“다시 찾을 것” “5·18 광주 사태” 표현에 민주당 “민주주의 무시” “윤석열 아바타 답다” 오월 단체 “스스로 내란 동조세력 입증”

2025-05-04     김승훈 기자
선대위 모임 참석한 김문수 후보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가 나란히 공식행보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4일 서울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첫 선대위 모임에서 ‘통합’을 일성으로 내세웠다. 또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하여 한 후보와 단일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만, 안철수 의원이 선대위 모임에서 김 후보에게 계엄과 탄핵에 대한 사과를 공개 요구하고 나서 대선 기간 내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오월단체의 반발로 5·18 민주묘지 참배가 무산된 후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표현해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광주 사태’라는 표현은 과거 전두환 군부가 5·18 민주화 운동을 폄하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묘역 참배...민주당 겨냥 “히틀러·김정은·스탈린보다 더 해”

김문수 후보는 4일 서울 현충원을 찾아 공식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김 후보의 현충원 참배에는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인 권성동 원내대표·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안철수 의원·나경원 의원 등 당 지도부와 캠프 관계자들이 동행했다. 김 후보가 전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한동훈 전 대표는 불참했다.

김 후보는 방명록에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발전시키겠다’고 적었다. 이후 이승만·박정희·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현충탑을 참해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이 후보가 자신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헌정질서 회복과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 같다’고 평가한 것에 대해 “적반하장이라고 본다”며 “저는 이 나라 헌법이 무엇인지, 이 헌법을 어떻게 하는 게 옳은지, 삶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 옳은데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사람이 저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한마디로 적반하장, 후안무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대법원의 이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거론하는 것을 두고 “히틀러보다 더하고 김정은 보다 더하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 의회를 장악해서 대통령을 계속 탄핵하고 줄탄핵을 31번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법원장을 탄핵하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현충원에서 다시 강조하건대 대한민국은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이 왜 민주주의인가. 위대한 나라를 히틀러, 김정은, 스탈린, 시진핑 이런 나라보다 못한 나라로 끌고 가려고 하는데 왜 응징하지 않느냐. 제가 반드시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첫 선대위서 “좌우 넘어 노사·동서·남녀·빈부 모두 통합” 일성...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

안철수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달라”

김 후보는 이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 간담회에서 첫 일성으로 “좌우를 넘어서 노사, 동서, 남녀, 빈부 모든 것을 반드시 다 통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도 우리가 기적을 이룩했지만, 지금 제로성장 시대라 너무 어려운 점이 많다”며 “노사와 기업, 국민과 정부가 힘을 합쳐서 열심히 뛰면 다시 한번 도약의 대반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말 잘한다, 불가능한 것이 전부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이런 기적을 만들기 위해서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며 “대한민국 정치가 삼류가 아니라 정말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온 정성을 다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첫 회의에는 김 후보와 경선에서 떨어진 후 선대위원장이 된 안철수·나경원 의원, 당 비상대책위원의 권영세 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안·나 의원 등과 함께 선대위원장에 임명된 한동훈 전 대표는 불참했다.

회의에서 국민의힘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하기 위해 선거대책위원 내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선대위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선대위 하에 단일화 추진 기구를 빨리 만들어서 한덕수 후보 쪽과 단일화 문제를 협상해 나갈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신 수석대변인은 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 시점에 대해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속도전’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단일화는 굉장히 예민한 상대가 있는 작업”이라며 “상대방 의사를 정확하게 타진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추진 기구를 만들어 그쪽과 접촉해 공식적으로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선대위 모임에서 안철수 의원은 김 후보에게 “계엄과 탄핵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안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께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대통령을 파면했다”면서 “그 결과로 열린 조기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다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위원을 지낸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제 국민 앞에서 계엄과 탄핵에 대해 사과할 때라 생각한다”며 “그것이야말로 이재명을 막을 첫 번째 명분”이라고 강조했다.

오월 단체 향해 소리치는 한덕수 예비후보 [사진=연합뉴스]

한덕수, 오월 단체 저지로 5·18 민주묘지 참배 무산...“다시 찾을 것”

한덕수 예비후보는 ‘광주 사태’ 발언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한 후보는 지난 2일 광주를 찾아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려 했다. 하지만 민주묘지로 들어가는 초입인 ‘민주의 문’ 앞에서 한 후보의 대선 출마와 5·18 묘지 참배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과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혔다.

이들 단체는 “내란 동조 세력 한덕수는 물러가라” “5·18 참배 자격 없다”면서 한 후보의 출입을 저지했다. 한 후보는 발걸음을 돌리면서 “저도 호남 사람입니다. 우리는 통합돼야 하며 서로를 사랑해야 합니다”고 말한 후 타고 온 버스로 향했다.

한 후보측은 민주묘지 참배를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3일 한덕수 캠프 김소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들의 헌신에 진심 어린 애도와 존경을 표하려 했던 한 후보자의 뜻이 온전히 전달되지 못한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비록 이번에는 참배가 좌절되었지만, 5·18 영령들을 기리고 광주의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5·18 정신은 정파와 세대를 넘어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숭고한 뿌리이며, 이를 계승하고 기리는 일은 모든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할 사명”이라며 “특정 정파나 세력의 전유물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는 어떠한 방해와 압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통합을 향한 용기 있는 행보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의 벽을 넘어, 국민통합의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덧붙였다.

“5·18 광주 사태” 표현에 민주당 “민주주의 무시” “윤석열 아바타 답다”

하지만, 한 후보가 정작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고 표현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한 후보가 3일 헌정회를 예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묘지 참배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한 입장을 밝히던 도중에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언급한 것이다.

그는 “5·18 광주 사태에 대한 충격과 아픔은 광주에 계신 분들이 가장 아팠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저도 호남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가슴이 아팠고, 여러분들과 같은 충격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있던 사람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리를 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민주화 운동은 현재 국가 기념일로 지정돼 ‘5·18 민주화운동’이 정식 명칭이다. ‘광주 사태’는 전두환 신군부가 5·18을 단순 소요 사태로 폄하하기 위해 사용했던 표현인만큼 한 후보의 역사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당장 민주당부터 비판에 나섰다.

조승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한 전 총리가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멸칭했다”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시이고 민주주의에 대한 무시”라고 꼬집었다.

조 수석대변인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하려 하고 통합을 말하는 이유가 내란세력을 용서하자는 뜻이었냐”며 “윤석열의 아바타답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것으로 분명해졌다. 한 전 총리는 윤석열의 대리인으로 윤석열에 대한 국민 심판을 막고 내란 종식을 방해하기 위해 나온 것”이라며 “한 전 총리는 내란 종식을 방해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국민의 심판을 기다리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같은 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한 전 총리가 시민들의 거센 반발로 발도 들이지 못하자 ‘저도 호남 사람’이라는 말을 15번이나 외치며 광주 시민과 오월 영령을 능멸했다”며 “한 총리가 마주한 싸늘한 민심은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 대변인은 “출세를 위해 고향을 속이며 살았던 사람이 대선에 나간다고 호남인을 호소하는 몰염치도 참으로 가관”이라며 “윤석열의 내란을 방조하고, 내란 종식을 계속 방해했던 내란 공범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오월 영령을 참배하겠다고 하는 건지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덕수의 호남사람 발언은 호남 무시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자기 필요할 때만 찾고 드러내는 호남”이라며 “반성과 사과는커녕 막중한 책임을 팽개친 후안무치한 자로 역사와 정의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호남인이라고 생각한다면 최소한의 염치라도 되찾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오월 단체 “스스로 내란 동조세력 입증”

5·18기념재단과 5·18 3단체도 4일 공동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이라는 국가에서 인정한 공식 명칭 대신 ‘광주 사태’라고 부른 한 후보는 스스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국회·헌법재판소·국가기관이 이미 확정한 민주화운동으로서의 공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며 “5·18명칭 왜곡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오월 정신을 훼손한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한 후보는 평소 5·18에 침묵으로 일관해오다가 이제 와서 ‘호남 출신’을 강조하며 표심을 얻기 위해 기억의 현장을 정치적 무대로 삼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그는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고위 공직 경력을 바탕으로 국무총리에 오른 인물로, 헌정을 파괴한 내란세력의 통치 질서에 복무했던 인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