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수주 '막판 변수'…법원이 제동 건 최종계약, 향후 절차는 어디로

EDF 소송에 법원 '서명 중단' 가처분…CEZ·한수원 "절차 문제 없어" 반박

2025-05-07     이상명 기자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가 마무리 단계에서 예기치 못한 법적 변수에 직면했다. 체코 법원이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소송을 받아들이며 한수원과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최종 계약 체결에 일시적으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양국 정부 간 ‘성사 임박’ 분위기 속에 준비된 계약 서명식은 무산됐고, 이제 사업의 향방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7일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6일(현지시간), EDF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 계약 서명을 중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 결정으로 인해 한수원과 CEZ 자회사인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 간에 예정돼 있던 최종 계약서 서명식은 하루 전날 전격 취소됐다. 본래 이 서명식은 5월 7일 프라하에서 체코 정부와 의회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열릴 예정이었다.

계약의 막바지에서 이변을 일으킨 EDF는 지난해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줄곧 수주 과정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왔다. 체코 경쟁 당국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를 기각당하자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사업 수주 저지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 신청 역시 그 연장선이다. EDF 측은 한수원의 계약 이행 능력 문제, 체코의 공공 조달법 위반, 보조금 지급의 불투명성 등을 쟁점으로 들고 나왔다. 다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EDF의 구체적인 법적 쟁점은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체코 정부와 CEZ, 그리고 한수원 측은 이번 가처분 결정이 계약 자체의 무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침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CEZ는 “이번 입찰은 공정하게 진행됐으며, EDF보다 한수원의 제안이 전반적으로 우위에 있었다”고 주장하며 기존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체코 반독점당국(UOHS)도 이미 EDF의 이의 제기를 공식적으로 기각한 바 있으며,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단지 ‘계약 서명 시점’을 늦춘 절차적 판단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UOHS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법원이 계약 자체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이 아니며, 단순히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서명을 유예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 판단이 결국 정당했다는 점이 법정에서도 입증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향후 진행될 법적 절차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뉠 전망이다. 우선 CEZ 측은 브르노 지방 법원의 이번 가처분 결정에 대해 항소를 검토 중이다. 최고행정법원에 항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가처분 결정 자체가 뒤집히고 서명 절차가 조기에 재개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EDF가 제기한 본안 소송은 일반적인 법적 절차를 거쳐 심리될 예정으로, 이른바 ‘투트랙 소송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체코 언론은 본안 소송의 판결이 길어질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체코 정부는 일단 한수원과의 협력 기조를 유지하며, 법적 문제가 해소되면 계약 서명식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CEZ 측은 “법원이 본안에서 우리 손을 들어줄 경우, EDF에 손해배상 청구도 불사하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단기적 지연으로 보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체코는 원전 정책에서 공급 다변화를 중요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에 높은 신뢰를 보여왔다”며 “EDF의 문제 제기는 계약 파기를 노린 것이라기보다, 정치적·사업적 압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유럽 내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프랑스가 자국 기업의 수주 실패에 대한 ‘정치적 반격’으로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에너지 산업 전문가는 “체코는 전통적으로 프랑스와도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업은 한수원과 추진하고자 하는 이중적 전략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한수원은 공식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향후 법적 절차에 대비한 대응 전략을 정비 중이다. 체코 원전 사업은 수조 원 규모의 장기 프로젝트로, 국내 원전 생태계의 미래에도 직결되는 핵심 사업인 만큼 그 귀추에 국내외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