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 '안동 출신' 이재명, 국힘 내분에 동요하는 TK 표심 공략…"30% 득표 목표"

이재명, 머슴론 견제론 펼치며 지지 호소 "파란색·빨간색 말고" 민주, 득표율 30%대 목표...과거 대선, 20%대 초반이 최대치 대선 홍보물에 청색 적색 함께 사용...보수 인사 대거 영입 TK 지지율 상승세...김민석 "민주당 출신 최초 TK 출신 대통령"

2025-05-09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선 후보가 빨간색 점이 찍힌 선거운동용 파란색 점퍼를 입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국민의힘이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로 자중지란에 빠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당의 험지를 훑으며 대세론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험지 중의 험지로 꼽히는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 공략을 위해 보수 인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대선 홍보물에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최초로 득표율 30%를 넘겨 향후 당의 외연 확장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산이다.

이재명, 머슴론 견제론 펼치며 지지 호소 "파란색·빨간색 말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지만 이후 일주일 가까이 제대로 된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 지도부와 주류 인사들이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후보와 지도부가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주로 당의 험지를 집중 공략하며 지지세를 모으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나흘간 경기 포천·연천, 강원 철원·화천·인제·고성 등 접경 지역과 강원 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 동해안 지역, 경북 영주·예천, 충북 단양·제천, 강원 영월 등 내륙 지역을 순회하는 1차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진행했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험지인 TK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후보는 9일 1박 2일 일정의 '영남 신라벨트' 경청투어 첫 날 경주·영천·칠곡·김천·성주·고령 등 6개 도시를 찾았다. 지난 4일 경북 영주와 예천을 방문한데 이어 닷새 만에 다시 TK로 달려간 것이다. 

이날 TK를 찾은 이 후보는 '머슴론'을 펼치며 일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후보는 경북 영천시와 칠곡군에서 주민들을 만나 "6월 3일은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주권자의 권력을 행사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날"이라며 "내 운명을 결정할 도구를 잘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왕을 뽑는 것도 아니고, 지배자를 뽑는 것도 아니다"며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할 머슴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머슴의 제1조건은 파란색이냐 빨간색이냐가 아니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충직하냐, 두 번째 중요한 것은 유능하냐"라고 강조했다.

특히, TK 지역이 경제적으로 낙후된 이유를 언급하며 '견제론'을 펼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TK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 정당이 집중적으로 집권한 지역일수록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경쟁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당내에서 편이나 가르고 당내 유력자에게 줄 서서 공천만 받으면 되는데 왜 국민을 위해 일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투표가 총알이다. 행동해야 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투표를 독려했다.

또 이 후보는 자신을 향한 비호감 여론에 대해서도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경북 영주를 찾은 자리에서 "경북이 제 고향인데도 가끔 오면 눈을 흘기는 분들이 있다. 당연하다. 제가 미울 것"이라며 "그런데 제가 왜 미울까. 제가 뭘 그리 잘못한 것이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온갖 모함을 당하기는 했지만, 제가 정말 뭐가 있었다면 이 자리까지 왔겠나. (저를) 먼지 이상으로 털었는데"라며 "그럼에도 저에 대해 악감정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분들이) 저하고 무슨 원수를 졌겠나. 정보가 왜곡돼서 그럴 것"이라며 "정보가 중요하다. 가짜 정보, 가짜 뉴스는 퇴치해야 하고 진짜 정보와 진실을 유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TK의 비토 정서가 편향된 언론탓이라는 지적을 하며 '유권자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 득표율 30%대 목표...과거 대선, 20%대 초반이 최대치

대선 홍보물에 청색 적색 함께 사용...보수 인사 대거 영입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TK 지역에서 득표율 30%대를 달성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파면에 이어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 간의 단일화 갈등 등에 실망한 민심을 공략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과거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의 TK 지역 득표율은 10~20%에 그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대선 당시 대구에서 18.67%, 경북 21.65%를 얻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5대 대선에서 대구 12.53%, 경북 13.66%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19대 대선에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구 21.76%, 경북 21.73%가 한계였다. 

이 후보의 경우에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대구에서 21.60%, 경북에서 23.80%를 각각 득표해 큰 차이가 없었다. 

민주당은 'TK 30%대 득표율 달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가 당 후보로 확정되자마자 첫 일정으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통합'을 강조한 것도 TK 민심을 공략하기 위함이었다. 

또, 선대위에 보수·지역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기도 했다.

'보수 책사'로 불리며 이명박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윤여준 전 장관을 상임총괄선대위원장,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서 3선을 한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또, 안동 출신의 권오을 전 한나라당 의원, 이명박(MB) 정부 인사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과 함께 국민대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겼다.

최연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영입해 대구시당 선대위를 지휘하게 했고, 고령 출신의 신재현 전 MB정부 에너지·자원협력 대사를 선대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

9일 발표한 대선 홍보물에도 민주당의 고유색인 청색과 보수의 적색을 함께 사용해 국민 통합의 의미를 담았다.

지역 맞춤형 공약도 개발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4월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대구 경북 지역을 새로운 첨단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로봇과 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2차 전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등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및 울릉공항 추진, 남부내륙철도·달빛철도 완공 등을 통한 교통 인프라 구축도 약속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BI [사진=민주당]

TK 지지율 상승세...김민석 "민주당 출신 최초 TK 출신 대통령"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30% 득표율 달성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6~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14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무선 100% 전화면접, 95% 신뢰 수준 ±3.1%p)를 실시한 결과 이 후보는 TK에서 2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또,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가 SBS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무선 100% 전화면접, 95% 신뢰 수준 ±3.1%p)에서는 TK 지지율이 27%였다.

TK 지역 지지율 상승세도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무선 100% 전화면접, 95% 신뢰 수준 ±3.1%p) 이 후보는 TK에서 직전 조사보다 4%p 오른 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석 당 최고위원은 8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에 대한 어느 지역 득표율이 (직전 대선 대비) 가장 성장했는지 비교한다면 TK가 1등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성공(승리)한다면 민주당 출신의 최초의 TK 출신 대통령이 배출되는 것이고 TK 지역민들도 그 사실을 안다"며 "TK가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TK 득표율 30%를 달성한다면 진정한 '전국정당'으로 도약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미 정통 보수 인사들이 술렁술렁한다"며 "(보수 정당 출신) 전직 의원들과의 결합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급속도로 증폭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