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푸틴, 4번째 통화서 휴전 합의 실패…푸틴 "우크라에 보복"
트럼프 "좋은 대화...즉각적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냐" 우크라 드론, 러에 '진주만급' 타격…러 군용기 10여대 파괴 2차 러-우 협상 전 폭발 사고로 러시아 민간인 사상 젤렌스키 '4자회담 전 휴전 제안'…푸틴 "테러 집단과 협상 불가" 거절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이하 현지시간) 약 2주 만에 다시 통화에 나섰으나 휴전 합의에 실패했다.
오히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드론 공격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밝히며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좋은 대화...즉각적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냐"
우크라 드론, 러에 '진주만급' 타격…러 군용기 10여대 파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에 푸틴 대통령과 75분간 통화한 사실을 공개한 뒤 "좋은 대화였지만 즉각적인 평화로 이어질 대화는 아니었다"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의한 공군기지 공격에 보복할 것이라고 매우 강력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최근 드론 공격으로 인해 러시아의 군용기 등 수십대가 파괴된 것에 대한 보복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2차 직접 협상을 하루 앞둔 지난 1일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에 전례없는 대규모 무인기(드론) 공격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에 있는 벨라야 기지를 포함한 러시아 본토 공군기지 4곳을 공격했으며 이를 통해 러시아 전략폭격기 40여대, 약 70억 달러(약 9조7천억원)어치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거미집'으로 명명된 이번 작전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지휘했으며, 바실 말리우크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장이 총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공군기지 5곳에 대한 공격이 있었지만 이르쿠츠크 등 2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공격은 격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은 4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 군용기 최대 20대를 타격했고 이 가운데 약 10대가 파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WSJ은 대중에 공개된 영상과 위성사진을 자체 검토한 결과 러시아 공군기지 2곳에서 전투기 약 12대가 피해를 입은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고, BBC 방송은 올라냐 기지에서 항공기 5대, 벨라야 기지에서 항공기 7대가 손상되거나 파괴됐다고 알렸다.
한편,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이번 공격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대통령외교정책보좌관은 이날 통화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당국의 계획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우크라이나와 2차 평화회담 결과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세히 설명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2차 러-우 협상 전 폭발 사고로 러시아 민간인 사상
젤렌스키 '4자회담 전 휴전 제안'…푸틴 "테러 집단과 협상 불가" 거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지난 2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차 협상을 벌였으나 휴전 등 핵심 쟁점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지난달 16일 1차 협상과 마찬가지로 전쟁 포로와 전사자 시신 교환만 합의하는 데 그쳤다.
이에 튀르키예는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튀르키예가 참여하는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백악관도 긍정적인 의사를 나타냈지만 크렘린궁은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번 드론 공격으로 자신감을 젤렌스키 대통령은 4자 회담 전 휴전을 제안했다.
4일 AFP·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언제든지 그런 회담을 열 준비가 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연합뉴스와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4일 화상으로 주재한 정부 회의에서 "서방 무기를 쏟아붓고, 강제 동원을 계속하며, 다른 테러 공격을 준비하는 데 사용될 적대 행위 중단으로 왜 그들에게 보상을 줘야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러에 의존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협상할 수 있는가"라며 "테러리스트와 협상하는 사람은 없다"고 일축했다.
푸틴 대통령의 '테러 공격'은 지난 1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 브랸스크와 쿠르스크주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열차 탈선 사고를 의미한다.
이번 사고에 우크라이나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2차 협상 전날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협상 과정을 방해하기 위해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키이우 정부가 테러 조직으로 타락하고 있고 그 후원자들은 테러 공범이 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행동은 모든 국제 규범에 따라 테러로 간주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