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시진핑, 90분 통화서 후속 무역협상 합의…'中 희토류 통제 통했다'

美中, 제네바 합의 후 서로 향해 '합의 위반' 주장하며 갈등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美 자동차 업계 '생산 중단' 우려 트럼프 "매우 좋은 통화"…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성사된 듯 시진핑, 트럼프 방중 제안…대만문제 경고 메시지도

2025-06-06     김승훈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하고 양국간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양국의 '관세 전쟁 휴전'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는 미중 간 갈등은 일단 봉합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 카드가 트럼프 정부에 먹혀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美中, 제네바 합의 후 서로 향해 '합의 위반' 주장하며 갈등

중국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美 자동차 업계 '생산 중단' 우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갖고 90일간 '관세 전쟁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서로에게 부과하던 관세를 115%포인트 낮추고 협상을 지속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양국의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중국이 핵심 광물 및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제하지 않는 것을 문제삼았다. 

중국은 지난달 4일부터 사마륨·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에 대해 대미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즉, 제네바 합의에서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관세 인하에 합의했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차별적 제한을 지적했다. 차별적 제한은 트럼프 정부가 최근 항공기 엔진,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 것과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비자를 적극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신경전이 팽팽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미국이었다. 

희토류는 전기차와 풍력 터빈, 전투기 등의 제조에 쓰이는 필수 자원인데 전 세계 희토류의 60%를 생산하고 있는 중국의 수출 제한이 지속될 경우 미국 자동차 산업의 생산이 중단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미국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에 비공개 서한을 보내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관련 단체도 별도의 성명을 통해 "희토류 광물은 핵심 자동차 부품과 직결된다. 필수 부품이 없다면 미국 자동차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4일 희토류 수출 통제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부품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대형 자동차 제조사, 부품 공급업체들이 희토류 소재 자석을 사용한 자동차용 전기모터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거나 미국에서 제조된 미완성 모터를 중국으로 보낸 뒤 희토류 자석을 부착해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희토류 수출 제한 후폭풍이 거세지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에게 통화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시 주석과 대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으며 지난 2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주중 전화 통화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양 정상의 통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날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으로 성사됐음을 의미하는 '잉웨'(應約·약속에 응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매우 좋은 통화"…희토류 수출 제한 해제 성사된 듯

시진핑, 트럼프 방중 제안…대만문제 경고 메시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시 주석과 1시간 30분 동안 통화 후 "매우 좋은 통화를 마쳤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SNS에 "시 주석과 최근에 체결하고 합의한 무역 협정의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며 "양국에 매우 긍정적인 결론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이날 통화에서는 희토류 수출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희토류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시 미중 협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 협상팀이 곧 만날 것"이라며 "곧 열릴 (미중) 회담의 일정과 장소를 언론에 공지하겠다"고 덧붙였다.

통화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은 통화 도중 영부인과 나의 중국 방문을 초청했으며 나도 이에 화답했다"면서 "두 위대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이는 양측이 고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통화 소식을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매우 존중하고, 미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은 중국 경제가 강고한 성장을 유지하는 것을 낙관한다. 미중 협력은 매우 많은 좋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 유학생이 미국에 와 공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밝히면서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등 대중(對中) 정책에 변화를 시사했다고 전했다.

한편,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은 응당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하고, 극소수 '대만 독립' 분열 분자가 중미 양국을 충돌·대결의 위험한 지경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계속해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