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불법이민 단속 반발 'LA 시위' 격화…트럼프, 연방군·해병대 투입...'LA 한인사회 초비상'
시위대, 방화·기물파손 'LA폭동' 재현?…경찰, 최루탄·고무탄으로 대응 주방위군 2천명 이어 해병대 700명 LA 투입 트럼프, 민주당 우세 지역서 불법이민 단속…정치적 노림수 뉴섬 "트럼프 제소" vs 트럼프 "뉴섬 지사 체포 지지" 한인사회, 92년 'LA폭동' 트라우마…격화되는 시위에 위기 고조 트럼프 장남 '루프탑 코리안' 사진 게재…한인사회 강력 반발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 단속에 반발하며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시작된 LA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과거 'LA 폭동'을 연상케 할 정도로 폭력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군과 미군의 정예 전투 자산인 해병대까지 시위 진압에 동원하면서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소속 대권 잠룡인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기 전에는 평화적인 시위가 이뤄지고 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진압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불법이민 단속과 시위 강경 대응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 불법이민과 폭력 시위에 강경 대응함으로써 자신은 법 집행과 미국인 보호를 지지하고, 뉴섬 주지사는 범법자를 보호하는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LA 시위로 지난 1992년 LA 폭동이 재조명 되고 있다. 당시 폭도들은 한인타운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으나 경찰과 군대는 한인 사회를 보호하지 않고 백인들이 거주하는 부촌만 보호해 '인종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인사회는 별도의 자경단을 조직해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의 장남이 이번 LA 시위 와중에 자신의 SNS에 '한인 자경단'의 사진을 게재하며 정치적으로 활용하자 한인사회는 강하게 반발했다.
시위대, 방화·기물파손 'LA폭동' 재현?…경찰, 최루탄·고무탄으로 대응
이번 로스앤젤레스(LA)시위는 지난 6일 이민세관단속국(ICE)과 FBI 등이 의류 도매시장과 홈디포 매장에서 일하는 불법이민자 44명을 체포·구금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ICE의 단속 현장을 비롯해 불법이민자들이 구금된 연방 구금센터 주변과 히스패닉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패러마운트 지역 등에서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시위는 7일부터 과격해졌다. 시내 곳곳에서 방화, 기물파손 등이 벌어졌고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지거나 오토바이를 몰고 돌진해 경찰관을 다치게 한 사례도 발생했다.
시위대가 한때 현지 주요 도로인 101번 고속도로를 점거하면서 도로 진입이 한때 차단되기도 했으며, LA에는 극심한 교통 혼잡이 벌어졌다.
LA 경찰은 이번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과 섬광탄, 고무탄, 공포탄을 발사했다. 이에 현장을 취재하던 호주 방송사 기자가 고무탄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중계되기도 했다.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56명에 이른다.
한편, LA 시위는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워싱턴DC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일 샌프란시스코의 이민국 청사 밖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약 60명이 체포됐다.
트럼프, 주방위군 2천명 이어 해병대 700명 LA 투입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가 격화하고 있지만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시위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군대 투입을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내란 폭도들이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막으려고 연방 요원들에게 몰려가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LA를 이민자 침공으로부터 해방하고 이민자 시위를 끝내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질서는 회복되고, 불법 이민자들은 추방될 것이며, LA는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 8일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2천여명이 배치됐으며, 9일에는 해병대도 파견키로 했다.
미 북부사령부에 따르면 제1 해병사단 산하 제7 해병연대 제2 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이 LA 지역에 투입된다.
현재 해당 지역은 미 육군의 북부 비상 지휘소 '태스크포스 51'이 총괄하고 있는데 이번에 투입되는 해병대는 이곳의 지휘를 받게 된다.
미군의 정예 전투 자산인 해병대까지 시위 진압에 투입되면서 시위대와 무력 충돌 및 유혈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정부의 군 투입에 대해 의도적으로 시위대를 자극하는 조치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는 더 많은 단속과 더 큰 통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혼란을 바라고 있다"며 시위대를 향해 "침착함을 유지하고 절대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라. 평화를 유지하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민주당 우세 지역서 불법이민 단속…정치적 노림수
뉴섬 "트럼프 제소" vs 트럼프 "뉴섬 지사 체포 지지"
이처럼 LA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뉴섬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도 이어지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위한 주방위군 배치를 명령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뉴섬 주지사의 체포를 지지하고 나섰다.
뉴섬 주지사는 9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주방위군까지 동원된 강경 진압 기조 속에 시위가 격화하자 "이는 정확히 도널드 트럼프가 원했던 것"이라며 "그는 사태를 격화하고, 불법적으로 주방위군을 연방 차원에서 동원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주방위군에 대한 통제권한은 국가적 반란과 같은 중대한 경우를 제외하고 주지사에게 있지만 자신을 '패싱'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방위군 동원을 명령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뉴섬 주지사는 "우리는 트럼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섬 주지사의 체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경 문제 총괄 담당자인 톰 호먼이 불법이민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주지사와 카렌 배스 LA시장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체포)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개빈은 형편없이 일했다"며 "나는 개빈 뉴섬을 좋아하고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철저히 무능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캘리포니아에서의 폭력적이고, 선동된 폭동에 대처하기 위해 주 방위군을 파견한 것은 훌륭한 결정이었다"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LA는 완전히 파괴됐을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과 뉴섬 주지사의 충돌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치적 기회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NYT는 차기 대선 잠룡 중 한명으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가 있는 민주당 우세주(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의 핵심 국정 어젠다인 불법이민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즉, 트럼프는 법 집행과 미국인 보호를 지지하고, 뉴섬 주지사는 범법자를 보호하는 프레임을 만들게 됐다는 것이다.
뉴섬 주지사로서도 작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반트럼프 여론을 규합하는 데 실패하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 민주당내 반트럼프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어 보인다.
한인사회, 92년 'LA폭동' 트라우마…격화되는 시위에 위기 고조
트럼프 장남 '루프탑 코리안' 사진 게재…한인사회 강력 반발
이번 LA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면서 지난 1992년 LA 폭동을 겪은 한인사회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A에는 현재 약 20만명 이상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 LA폭동은 백인 경관 4명이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을 잔혹하게 구타하는 동영상이 언론에 공개된 상황에서 경관들이 모두 무죄 평결을 받자 분노한 흑인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가 시작됐다.
이후 무장 갱단이 합류하면서 폭동으로 변질됐고 6일간 63명이 사망했다.
당시 폭도들은 한인타운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으나 경찰과 군은 한인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에 한인들은 직접 자경단을 꾸려 대응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9일 자신의 SNS에 과거 LA 폭동 당시 한인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한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총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옥상의 한국인들(Rooftop Koreans)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이 사진 속 남자는 1992년 발생한 LA 폭동 당시의 한인 자경단으로 추정된다. 당시 폭도들의 표적이 돼 약탈·방화 피해를 본 한인들은 총기로 무장한 채 코리아타운을 지켰고 이들은 '루프탑 코리안'으로 불렸다.
즉, 무법 상태였던 1992년 LA 폭동을 상기시켜 연방정부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LA한인회는 9일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비판했다.
이들은 "LA에서 아직까지 소요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33년 전의 LA 폭동 당시 '루프탑 코리안'을 언급하며, 이번 소요 사태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엑스에 게재하는 경솔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 대통령의 장남이자, 약 1천5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의 행동은 살얼음과 같은 지금 시기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불법이민 단속으로 현지에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LA 한인회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연방요원들이 LA 한인타운, 한인 의류업체를 포함한 여러 비즈니스(사업체)를 급습했다"며 "대대적 단속과 체포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업체들은 갑작스러운 단속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