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생일 두쪽 난 미국…34년만 열병식 vs 50개 주 'No kings' 최대 시위

걸프전 승전 후 최대 규모 열병식…600억원 이상 소모 트럼프 "미국민을 위협하면 철저하게 몰락할 것" 군중들, 트럼프 생일 축하 노래 불러…군 '사유화' 비판 "미국에 왕은 없다" NO KINGS 美전역 2천여곳 500만명 '反트럼프 시위' '평화 시위' 방침에도 곳곳서 충돌·소요 불법이민 단속 반대 LA시위 지속…美해병대 현장 투입

2025-06-16     김승훈 기자
14일(미 현지시간) 행진하는 군에 경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인 1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두 쪽으로 나뉘었다. 

미 수도 워싱턴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관한 가운데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열병식(퍼레이드)이 34년 만에 열렸다.

반면, 미국의 50개 주 2천여곳에서는 '노 킹(No Kings, 왕은 없다)' 구호를 내건 '반(反)트럼프 시위'가 트럼프 2기 들어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불법이민 단속에 반발한 LA시위도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미 해병대가 시위 진압에 투입돼 논란이 예상된다. 

걸프전 승전 후 최대 규모 열병식…600억원 이상 소모

트럼프 "미국민 위협하면 철저하게 몰락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14일 오후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열병식을 직접 참관했다. 첫 임기 때 참모들의 반대로 개최하지 못한 바 있는데 집권 2기 첫 해에 이를 성사시킨 것이다. 

이날 열병식은 1991년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쟁 승전 퍼레이드 이후 최대 규모였다. 열병식은 워싱턴DC의 상징인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모뉴먼트까지 콘스티투션 애비뉴를 따라 진행됐으며 군인 약 6천700명, 차량 150대, 항공기 50대 등이 동원됐다.

열병식에서는 독립전쟁부터 남북전쟁, 1·2차 세계 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을 거쳐 현재 육군이 사용하는 군사 장비가 총출동했다. 

특히, 주력 전차인 에이브럼스 탱크, 스트라이커 장갑차, 브래들리 보병전투차량, 팔라딘 자주포 등 최신 장비를 비롯하여 블랙호크(UH-60)와 아파치(AH-64), 치누크(CH-47) 등도 모습을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축하 연설에서 "육군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고, 우리를 강하게 한다"며 "오늘 밤 여러분은 모든 미국인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 육군은 사악한 제국의 심장에 총검을 꽂고 악한 폭군들의 야망을 전차로 짓밟으며 후퇴하게 만들었다"며 "적들이 미국민을 위협하면 우리 군이 갈 것이고 그들은 완전하고 철저하게 몰락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생일에 진행된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 [사진=UPI=연합뉴스]

군중들, 트럼프 생일 축하 노래 불러…군 '사유화' 비판 

이날 열병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소원은 이루었으나 비용 문제와 군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행사에 투입된 비용은 최대 4천500만달러(약 615억원)로 추산된다. 미 언론들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6명이 열병식에 세금을 사용하는 데 반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도착하자 21발의 예포가 울렸고 포성이 울리는 가운데 군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마치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파티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논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불법 이민자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패싱하고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투입한 상황에서 열병식까지 치뤄 군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열병식은 주로 러시아와 북한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정권 선전 및 군사력 과시 수단으로 활용하는 만큼 열병식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에 왕은 없다" 美전역서 500만명 '反트럼프 시위'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동안 미국 전체 50개 주에서는 최대규모의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졌다.

앞서 인디비저블(Indivisible),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진보성향 단체로 구성된 '노 킹스'(No Kings) 집회 주최 측은 열병식 행사에 맞춰 '반(反)트럼프' 목소리를 부각시키고자 이날 시위를 계획했다. 

구체적인 집회 참석 인원의 규모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미 전역 2000여곳에서 500만명 이상이 참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2020년 미 전역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시위 이후 최대 규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최 측은 이날 집회 취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을 맞아 거리에 탱크를 내세우고 TV용 권력 과시 행사를 벌이려 한다"며 "그러나 진정한 힘은 워싱턴에서 무대 위에 올려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모든 곳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주최 측은 민주주의를 지지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집회 명칭을 '노 킹스'(No Kings)라고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뉴욕, 시카고 등 주요 도시에서는 많은 인파가 모인 가운데 도심 행진이 이뤄졌다. 

특히 영국 왕정에 대항한 미국 독립 혁명의 상징 도시인 필라델피아는 이날 약 10만명이 운집해 전국적인 노 킹스 집회의 중심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향이자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뉴욕시에서도 경찰 추산 약 5만명이 집회에 참석해 맨해튼 5번가를 행진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구호를 외쳤다.

뉴욕 맨해튼 거리에서 열린 '노 킹스'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 시위' 방침에도 곳곳서 충돌·소요

주최측의 '평화 시위' 방침에 따라 대부분의 집회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도 빚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는 시위가 공식 종료된 뒤 경찰 저지선을 넘어서려는 일부 시위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해 저지했으며, 라틴계 인구가 많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북부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을 향한 별도의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경찰이 최루가스를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는 전날 오후 8시께 약 1만명이 모인 도심 집회 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해 1명이 총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총격 용의자인 남성 1명을 포함해 사건에 연루된 3명을 체포했다.

다만 경찰은 이 총격이 정치적인 동기로 인한 것인지, 관련자들이 서로 아는 사이였는지 여부 등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컬페퍼에서는 전날 오후 시위대가 집회 현장을 떠날 무렵 한 SUV 차량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1명이 차에 치여 다쳤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전날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도심에 모인 가운데 차 한 대가 군중을 향해 돌진해 최소 4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고 NBC 방송이 전했다. 현장에서 차를 몰고 달아난 용의자는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두 곳의 시위 현장에서 총 15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1명은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한 폭행 중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 해병대가 민간인을 체포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불법이민 단속 반대 LA시위 지속…美해병대 현장 투입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LA시위도 일주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 해병대 병력이 시위 현장에 투입돼 시위 진압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 해병대에 따르면 약 200명의 해병대원이 현장에 배치된 주방위군과 합동 작전을 시작했으며 주로 LA 윌셔 연방청사(Wilshire Federal Building) 등 LA의 연방 건물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 청사는 LA 시내에서 약 24km 떨어진 지역에 있으며 연방경찰국(FBI), 재향군인부, 미국 여권국 사무실 등이 입주해 있다.

특히, 해병대가 민간인을 구금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해병대원이 윌셔 연방 건물 앞에서 한 남성을 구금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한 대원이 벤치를 넘어 정원을 가로질러 남성을 추격해 제압했고 이후 다른 해병이 가세했다고 전해진다.

구금된 민간인은 27살 이민자이자 미 육군 참전 용사인 마르코스 레아오로 파악됐다.

그는 풀려난 후 현장 취재진과 만나 "재향군인부 사무실에 가려고 했는데, 해병대가 자신을 시위자로 오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LA에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진 지 3일째인 전날 총 4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33명은 해산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13명은 통행금지를 위반했다는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