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청구서…美 "GDP 5% 국방비로 지출해야" 韓 새 정부 압박 본격화

美 국방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 GDP 5% 국방비 지출해야" 외교 1차관, 국방비 증액 "들여다보고 협의할 것" 외교부-국방부 "GDP 대비 국방비 높은 편...국방비는 우리가 결정"

2025-06-20     김승훈 기자
한국의 새 정부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한국의 새 정부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미국 국방부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무역협상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뿐만 아니라 국방비 증액을 놓고도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美 국방 "나토 및 아시아 동맹국 GDP 5% 국방비 지출해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열린 2026회계연도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동맹국들에 대한 새로운 국방비 지출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헤그세스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국방지출 확대 노력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나토 동맹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은 19일 연합뉴스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18일 청문회에서 말한 GDP의 5%를 국방비에 지출하는 것에는 한국도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은 GDP의 2.32%인 61조2천469억원의 올해 국방예산을 책정했는데, 이를 GDP의 5% 수준까지 늘린다면 100조원을 상회하게 된다. 

파넬 대변인은 "중국의 막대한 군사력 증강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 및 미사일 개발을 고려할 때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 속도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라며 "국방지출 증액이 아시아 태평양 동맹국들의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국방비 지출 증액 또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요구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상호관세를 골자로 하는 한미 무역협상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뿐만 아니라 국방비 인상까지 요구하며 협상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출처=연합뉴스]

외교 1차관, 국방비 증액 "들여다보고 협의할 것"

외교부-국방부 "GDP 대비 국방비 높은 편...국방비는 우리가 결정"

일단 우리 정부는 국방비 증액은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20일 연합뉴스 TV에 출연해 트럼프 정부의 국방비 증액 요구에 대해 "미국은 기본적으로 여러 국가에 국방비 증액을 요청하는 상황은 사실"이라며 "상세히 들여다보고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같은 날 "정부는 엄중한 안보 환경 속에서 우리 국방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켜 나가기 위해 필요한 국방비를 증액해 오고 있다"며 "국방비는 국내외 안보환경과 정부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우리가 결정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교부는 한국이 미국의 주요 동맹국 중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는 점도 강조했다.

올해 한국의 국방비(61조2천469억원)는 10년 전보다 23조6천919억원(63.1%) 증가한 규모로, GDP 대비 국방비 비율도 2.16%에서 2.32%로 0.16%포인트 늘었다. 해당 비율은 마찬가지로 주둔 미군이 있는 아시아 동맹 일본(2025회계연도 기준 1.8%)과 비교해서도 높은 편이다.

국방부 역시 이 사안에 대해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이 매우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위협 등 엄중한 안보 상황을 고려해 국방비를 지속 증액해 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주요 국가들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비율을 살펴보면 작년 기준 미국의 국방비도 GDP 대비 3.38%로 자신들이 제시한 GDP 대비 5% 기준에 훨씬 못 미친다.

또한, 한국(2.6%)은 영국(2.3%), 프랑스(2.1%) 독일(1.9%), 호주(1.9%), 이탈리아(1.6%) 등 주요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