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송미령 유임'에 여권도 '당혹'...대통령실 "우려 전달하겠다"

전현희 "당내 반감 있는 건 사실...계엄 국무회의 수사에 협조해" 백승아 "장관 임기 따로 없어...어떻게 일하는지 지켜봐야" 우상호,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 만나..."李, 통합 실용 강조·능력 높이 평가" 李대통령, 국무회의서 "사회적 갈등 조정하는데 직접 역할하라"...송 장관, 수긍 안철수 "계엄 무대응만으로 공직 마감했어야...역사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 농민들 "농민 소외시킨 전철 밝겠다는 것...즉각 철회하라"

2025-06-24     김민주 기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한 것을 두고, 여당과 농민단체에서 반발이 나오자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지켜보자"며 진화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 시절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건의하며 '농망법'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한 점, 12.3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전력 등을 들어 새 정부 철학과 배치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24일 CBS라디오 '김현정이 뉴스쇼'에서 "그동안 '농업 4법' 거부권 행사에 가장 앞장선 사람으로 당내에서는 반감이 상당히 많은 인물로 당내에서도 아직 반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양곡법 자체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주무 장관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설득하고 대안과 해법을 제시한 부분에 대통령께서 귀를 기울인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12.3 비상계엄 당시 회의 참석과 관련해선 "이후 당시 국무회의의 여러 가지 정황에 관해서 많이 알리는 데 협조를 한 걸로 알고 있다"며 "당시 국무회의의 위치라든지 그 전후 사정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관해서 수사 기관에 사실상 적극 협조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지도부는 유임 철회 가능성도 언급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에서는 송 장관 인선에 대해 통합과 실용, 개혁의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송 장관은 지난 정권에서 '농망법(農亡法)'으로 농민 가슴 멍들게 한 전력도 있다"고 말했다. 

백 대변인은 "다만 정부에서는 진보든 보수든 능력 있으면 하는 탕평 인사를 펼쳤다고 보고 있다"며 "송 장관이 '새 정부에서는 새 정부의 운영 철학에 맞게 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국무회의에도 가장 진지하고 성실하게 임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송 장관이 윤 정권 하에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고 본인이 밝힌 대로 새 정부 철학에 맞게 일하길 바란다"며 "장관은 임기가 따로 없지 않나. 대통령께서 임명하고 언제든 철회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께서 송 장관이 어떻게 일을 해나가는지 지켜봐 주십사 말씀 드린다"고도 했다.

우상호,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 만나..."李, 통합 실용 강조·능력 높이 평가"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수습에 나섰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를 방문해 민주당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들을 면담하고 "전임 정권에서 각료로 일하던 분이 유임되셔서 민주당 소속 농해수위 위원들이 조금 당황하실 것 같아 인선 배경을 설명하고 이해를 도우러 왔다"며 "대체로는 '대통령 인사니까 존중한다'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좀 서운하신 분도 있고 배경을 좀 알고 싶다는 요청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 수석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면 지명을 철회할 건가'라는 물음에 "받아들이기로 하고 왔다"며 "제가 반발을 진정시키러 온 것이 아니라, 인선의 배경을 설명하러 왔다"고 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선 "구체적 법안이나 정책까지 아직 제가 관여할 건 아니다"라면서 "송 장관 인선 과정에서 그 문제에 대해 이재명 정부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고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안다. (송 장관이)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면담을 마친 뒤 "의원들은 대통령 공약 관련해 여러 정책이 차질 없이 수행될 수 있는지 우려했고, 대통령께 잘 전달하겠다 말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의중도 직접 전했다. 우 수석은 "이 대통령께서 통합과 실용을 강조하면서 '비록 전 정권하에서 있었던 장관이어도 발탁한다. (송 장관의) 능력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한다. 민주당과 함께 해주신 분들 중에서도 뛰어난 분들이 있는데 이번 인사만큼은 통합적으로 가기로 했다'고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李대통령, 국무회의서 "사회적 갈등 조정하는데 직접 역할하라"...송 장관, 수긍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인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유임된 장관으로서 들어보고 그 부분에 있어서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라고 직접 제안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송 장관이 수긍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 대변인은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거지만, 그 이후에 갈등 조정의 기능과 역할 또한 내각에 임명된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관 인선에서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날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송 장관은 '새 정부 철학에 맞게 생각을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장을 바꿨음을 시사했다. 

또 "양곡법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부작용 없는 방향으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과거 '농망법' 발언에 대해서는 "이미 표현에 문제가 있었다고 사과드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계엄 무대응만으로 공직 마감했어야...역사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

국민의힘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송 장관은 국회에서 양곡법에 대해 새 정부에 철학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는데 국민들 시각에서는 매우 비겁한 태도로 보인다"며 "본인이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를 건의했던 법안에 대해 그 누구도 아닌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중심으로 국민에게 상세히 설명하길 바란다"며 공개 질의했다.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송 장관은 일국의 장관으로서 그리고 공직자의 기본자세조차 의심받는 사람"이라며 "무엇보다도 2024년 12월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선포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한 장관이다. 그 계엄이 선포된다면, 향후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대통령에게도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질지 알아차렸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문을 걸어 잠그고 손발을 붙잡고 몸으로라도 막아섰어야 한다. 그런데 아무 일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무대응만으로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공직을 마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 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이 되니 "새 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며 "'장관 오래 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라며 "역사를 배우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난감하다. 이 대통령께 이러한 인사는 다시는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우 수석은 국민의힘이 기존 입장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비판하는 데 대해선 "그런 면이 있다"면서도 "어쨌든 장관이 되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 주 업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농민들 "농민 소외시킨 전철 밝겠다는 것...즉각 철회하라"

농민단체들도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은 이날 경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의 생존과 직결된 '농업민생 4법'을 '농망 4법'이라고 조롱하고, '재해대책법은 법안 자체가 재해'라는 막말까지 쏟아냈다. 수입안정보험 추진으로 재해예산을 허비하고, 농지규제를 풀어 투기 자본의 배를 불리는 데 앞장섰다"라며 "게다가 '농업판 전세사기'로 불린 청년창업농 대출지원 사태는 무능과 기만의 극치를 보여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장관을 유임한다는 것은 농민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며 무시하고 소외시킨 역대 모든 정권들의 전철을 그대로 밟겠다는 선언"이라며 "농민들은 그런 대접을 받기 위해 '우금치'를 넘고, '남태령'을 넘은 것이 아니다. 농심을 저버린 정권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우 수석은 농민단체의 반발에 대해 "송 장관이 과거 정권에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견해 차이도 있고, 농민단체 입장에서는 아마 대단히 이해가 되지 않을 거다. 그분들의 우려나 서운함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상황은 다 이해하는데 대통령이 인사한 큰 취지가 있으니 취지를 잘 받아주시길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