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北, 러에 추가 파병·직통열차 재개통…북러 밀착 가속화 속 北美 대화 기대
北, 러시아에 공병·군사건설인력 6천명 파견키로 러 드론 공장에 2만5천명 파견 계획도 검토 평양 출발 북러 직통열차, 5년만에 재개 '이란' 사례 본 北, 러시아에 '안전보장' 요구 가능성 이재명 정부, 북미 대화 성사로 남북 긴장 완화 모색 박지원 "트럼프, 10월 경주 APEC 참석 때 북한 방문할 수도"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한지 1년이 지났다. 그간 북한은 러시아에 1만명이 넘는 전투병력을 파병하며 양국 관계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러시아 재건사업에 참여할 공병과 건설인력 6천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하면서 북러 밀착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비핵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이재명 정부의 운신의 폭은 더 좁아지게 됐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대북전단 살포와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고 북한이 대남방송 중단으로 화답하며 남북 긴장이 다소 완화되기는 했으나 남북간 소통 채널은 여전히 막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히고 있는 만큼 이를 고리로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비핵화 프로세스를 다시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北, 러시아에 공병·군사건설인력 6천명 파견키로
러 드론 공장에 2만5천명 파견 계획도 검토
지난해 6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을 체결한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양국 관계는 '운명 공동체', '피를 나눈 형제국가'로 가까워졌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북러 조약 체결 1년을 맞아 북러 조약이 "조로(북러) 친선 관계의 새로운 장"이었다며 대표 사례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언급했다.
신문은 "쿠르스크 지역 해방작전 참전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가장 모범적인 실천"이라며 "전투적 우의를 두터이하면서 공동의 번영과 복리를 이룩하자는 것은 (중략) 두 나라 인민들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4월 착공된 북러 국경 자동차다리 건설사업 등을 거론하면서 "쌍무적 연대와 협력이 보다 긴밀해지고 확대되고 있다"며 경제와 외교, 교육과 보건, 예술 등 여러 분야에서의 소통이 전례없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러시아에 공병 병력과 군사 건설 인력 총 6천명을 추가로 파견하기로 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17일(이하 현지시간)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관련 사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견 인력은 쿠르스크 재건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으로 러시아 영토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공병 병력 1천명과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파괴된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한 2개 여단 규모 군사 건설 인력 5천명으로 구성된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 쿠르스크에 두차례에 걸쳐 전투 병력을 파병한 바 있다. 이어 이 지역 재건에 필요한 병력까지 추가 파견하며 관계를 더욱 밀착시켰다.
쇼이구 서기도 러시아 언론에 "북한인들과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에 보내는 형제적 지원의 일환"이라며 양측의 건설적 협력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의 군사 협력은 무인기(드론) 분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NHK는 북한이 러시아의 무인기 생산 공장에 2만5천명의 노동자를 파견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타르스탄 공화국 알라부가 경제특구의 무인기 공장에 노동자를 파견해 조립을 뒷받침하고 무인기 조종도 습득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NHK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속하면서 무인기 생산에 주력하는 러시아와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는 북한의 의도가 일치하는 형태로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 출발 북러 직통열차, 5년만에 재개
이런 가운데 민간 영역에서 교류도 활발히 이뤄지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5년간 중단됐던 북한 평양과 러시아 모스크바 간 직통열차가 재개된 것이다.
리아노보스티, 타스 통신에 따르면 지난 17일 평양에서 출발한 이 기차는 8일 만인 25일 모스크바 야로슬랍스키 기차역에 도착했다. 이번 열차에는 승객 없이 승무원들만 탑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평양-모스크바 직통열차는 1만㎞ 이상을 이동하는 세계 최장거리 노선이다.
열차는 러시아 하산,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치타, 이르쿠츠크, 크라스노야르스크, 노보시비르스크, 옴스크, 예카테린부르크, 키로프, 코스트로마 등의 도시에 정차한다.
매월 3일과 17일 평양에서 출발해 11일과 25일 모스크바에 도착하고, 모스크바에서는 매월 12일과 26일 출발해 20일과 4일 평양에 도착한다.
이번 열차운행 재개로 양국간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육상 운송로를 통해 양국간 군사 및 경제 협력이 보다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 사례 본 北, 러시아에 '안전보장' 요구 가능성
이처럼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북한이 러시아에 '안전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타격한 것을 지켜본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병 병력과 건설 인력 파견 결정도 러시아에 '안전보장'을 요구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약 1만1천명 규모의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으며, 올해 1∼2월 약 3천 명 이상이 증원 개념으로 추가 파병된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가들은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혼자 힘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었는데 유일하게 북한이 군사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파견으로 북한은 쿠르스크 지역의 교량과 군 시설 복구에도 기여하게 된다.
당연히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반대급부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대화와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경우 러시아가 북한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북미 대화 성사로 남북 긴장 완화 모색
박지원 "트럼프, 10월 경주 APEC 참석 때 북한 방문할 수도"
문제는 북러 밀착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비핵화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데 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켰다.
또, 대북확성기 방송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북한도 대남방송을 중단하며 남북간 긴장이 다소 완화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남북간 소통 채널은 모두 단절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주도의 북미 대화 재개에 기대를 갖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원하고 있는 만큼 과거 문재인 정부의 성공사례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통일 정책의 우선 순위이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같은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은 이뤄질 것이고,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로서는 이것이 긴장 완화와 평화·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기에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처럼 '깜짝' 회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18일 CBS라디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찾을 경우, 북한까지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아무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경제적 협력 및 파병을 통해 돈을 번다고 해도 종국적인 목표는 북미관계 개선을 해서 체제 보장을 받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노벨평화상"이라며 미국이 한반도 안보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