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李대통령 첫 시정연설, 與 '환호·박수'…野 '침묵'으로 대응 '질끈' 눈 감기도
취임 22일 만에 첫 국회 시정연설 야당 향해 "어려운 자리 함께 해줘 감사하다" 인사 전해 민주당 의원들, 연설 내내 수차례 박수…'이재명' 연호하며 배웅 국힘, 무표정·무대응으로 일관…대학선배 권성동과 짧은 대화 "이 대통령, '정치적·포퓰리즘 추경'…근본 대책 빠져 있어"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을 듣는 여야 분위기는 엇갈렸다. 여당은 기립 박수로 이 대통령을 맞이하며 환영했고 연설 중간 중간 쉴 새 없이 박수가 쏟아졌다.
반면 소수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미동 없이 연설을 지켜봤다. 일부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기도 했으며 휴대전화를 보는 의원들도 있었다. 몇몇 의원은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이내 묻혀 버렸다.
국민의힘이 시정연설 전 규탄대회나 의원석 피켓팅을 하며 충돌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는 의견만 나눴을 뿐 시정연설에서는 시종일관 '무박수, 무표정'으로 대응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총 12차례의 박수를 치며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으며 메모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종이에는 '내로남불'이라고 적혀있어 해당 메모가 이 대통령을 향한 비판으로 추측돼 향후 논란이 될 소지를 남겼다.
야당 향해 "어려운 자리 함께 해줘 감사하다" 인사 전해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며 맞이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화답하며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연단으로 향했다.
국민의힘은 박수는 치지 않았으나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 입장을 지켜보며 예의를 갖췄다.
여당 의원들과 웃으며 악수를 마친 이 대통령은 연단으로 올라 "국민의힘 의원들이 반응이 없다"고 했으며 박수를 치는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서는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박수를 치자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보며 "국민의힘 의원들 반응이 없으니 쑥스럽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여야 협력을 강조하며 야당을 향해 시선을 두기도 했다. 그는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하며 국민의힘 의석을 바라봤다.
세부 예산 내역을 소개하는 과정에서도 야당 의원들을 향해 "정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심의과정에서 의견을 내달라, 삭감에 주력하겠지만 필요한 예산항목이 있다면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석에서는 "들어주지 않을 거면 얘기하지 말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으나 시정연설을 방해할 수준의 고성이 오가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국민의힘 의석을 똑바로 바라보며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주신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고맙다"는 말로 시정연설을 마쳤다.
이후 여당인 민주당 의석 방향이 아닌 야당 의원들 좌석 쪽으로 퇴장하며 한지오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진종오, 인요한, 박정하 의원 등과 악수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짧게 웃음 짓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입장에 이어 퇴장하는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기립하며 예의를 표했다. 이 대통령의 중앙대 선배로 오랜 인연이 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는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 이 대통령이 권 의원의 어깨 부근을 툭 치는 모습도 보였다.
권 의원은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에게)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2번 얘기하니까 알았다면서 툭 치고 갔다"고 전했다.
민주당 의원들, 연설 내내 수차례 박수…'이재명' 연호하며 배웅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입장하기 전부터 상기된 표정으로 들뜬 모습을 보였다. 의원들 모두 웃는 표정으로 이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렸고, 이 대통령이 입장하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이재명'을 외쳤다.
이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입장해 제일 먼저 박찬대 전 원내대표와 악수를 한 이후 도열한 민주당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연단에 올랐다.
연설 중 총 12차례의 박수를 친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웃으며 이 대통령을 바라보는 등 미소가 만연한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갈 때는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 문 앞에 서서 배웅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과 사진을 찍고 악수를 하며 손을 맞잡고 크게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어 차기 당대표 선거에 나선 정청래·박찬대 의원과 나란히 손을 모으고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국힘, 무표정·무대응으로 일관…대학선배 권성동과 짧은 대화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과 추경에 반대하며 무력 충돌이 있을 것이란 관측과는 달리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시정연설을 들었다.
고성이 오가는 상황은 없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을 연설에 집중하기 보단 고개를 떨구고 종이를 만지작거리거나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또 고개를 뒤로 젖히는 모습, 일부는 휴대전화를 만지는 등 연설에 집중하지 않았다.
충돌은 없었지만 이 대통령을 향해 간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단상에 선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들 쪽으로 허리를 숙여 인사할 때도 야당 의원들은 아무도 화답하지 않았다. 가벼운 목례도 없이 그저 이 대통령을 무표정으로 지켜보기만 했다.
이 대통령이 연설의 시작과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을 언급하며 "반응이 없으니 쑥스럽다", "감사하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이 연단을 내려와 국민의힘 의석으로 먼저 향하며 악수를 청하자 일부 의원들은 선뜻 손을 내밀어 악수를 나누고 짧은 환담을 나누기도 했지만 몇몇 의원들은 뒤쪽으로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과는 대학 선배이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권 의원은 해당 대화 내용에 대해 "총리 임명은 안 된다고 2번 얘기하니까 알았다면서 툭 치고 갔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할 당시에는 "범죄자", "뭐 하자는 거야" 등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지만 이 날은 별다른 항의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마무리했다.
한편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들으며 메모를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대통령의 연설문 종이에 송 원내대표가 직접 작성한 메모에는 '내로남불'이라고 적혀있다. 해당 메모가 대통령을 향한 비판으로 추측되며 향후 논란이 될 소지를 남겼다.
"이 대통령, '정치적·포퓰리즘 추경'…근본 대책 빠져 있어"
국민의힘은 이번 시정연설의 목적인 추가경정예산에 대해 '빚내서 뿌리는 당선 사례금'이라며 혹평했다.
박성훈 원내대변인은 26일 논평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오늘 국회 시정 연설에서 '호텔 경제학 포퓰리즘' 시작을 공식 선언했다"며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등의 현금성 사업을 문제로 지목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재명 당선 축하금'인 돈 뿌리기 방식은 효과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며 이번에도 뚜렷한 경기 회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빚"이라며 "정부는 이번 추경을 위해 19조 8천억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한다고 밝혔고 이대로라면 국가채무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49%, 총액은 13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추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치용 추경', '포퓰리즘 추경'과 같은 방향과 방식이 잘못된 추경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진짜 민생과 경제 회복을 위한 추경 심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좋은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가 된다면 그건 결국 거짓말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차이를 포용하겠다'고 했는데 대화 상대인 '극소수 야당' 국민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