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북한 비핵화 아닌 '핵동결' 가능성 커졌다…"이란 핵시설 폭격이 결정적"
빅터차 "미국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북한 비핵화 불가능해져" NYT "비핵화 정책은 실패…핵동결이 현실적" 트럼프 "북한은 핵보유국"…하노이 '노딜'로 이어진 'CVID' 폐기? 10월 APEC 전후로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가능성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 내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하면서 트럼프 정부가 북한 비핵화보다 핵동결 노선을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 언론들도 '핵동결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빅터차 "미국 이란 핵시설 폭격으로 북한 비핵화 불가능해져"
NYT "비핵화 정책은 실패…핵동결이 현실적"
최근 미국 싱크탱크와 주요 언론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할 경우 기존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간) CSIS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빅터 차 석좌는 "우리가 이란을 폭격함으로써 치르게 된 대가 중 하나는,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완전하고 비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는 끝장났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이란과 핵 협상을 진행하던 중 이스라엘과 분쟁이 본격화되자 이란 주요 핵 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를 투하했다.
이를 지켜본 북한은 이란처럼 일방적으로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결코 핵무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 석좌는 "북한이 이번 일에서 얻은 교훈은 '우리는 수십발의 대형 지하 관통폭탄이 북한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들의 무기(핵무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도 그동안 실패해온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폐기하고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인정한 뒤 김정은 북한 정권과 핵동결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NYT에서 안보 문제를 다루는 칼럼리스트인 W.J. 헤니건은 29일 칼럼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제재를 완화해주는 대가로 빠르게 성장하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할 수 있는 외교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헤니건은 "미국은 더는 오래된 비핵화 요구가 외교 재개의 걸림돌이 되도록 하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며 "워싱턴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공식 인정하지 않지만, 미군은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반해 훈련 계획을 짜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을 인정하고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불러오는 게 북한이 제기하는 증가하는 위협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북한은 핵보유국"…하노이 '노딜'로 이어진 'CVID' 폐기?
10월 APEC 전후로 트럼프-김정은 판문점 회동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다시 정상회담을 한다면 '비핵화'가 아닌 '핵동결'을 목표로 할 것이라는 분석은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차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 지칭했기 때문이다.
지난 집권 1기 당시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국 '하노이 노딜'로 귀결된 만큼 집권 2기에는 '핵동결'이라는 현실적인 카드를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북핵 관련 공식적인 정책 목표로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서 '핵동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과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 시기는 오는 10을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며 "판문점으로 가서 북한 지도자를 다시 만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이란 공습이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것이라고 봤다.
차 석좌는 "북한 입장에서는 '당신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이제 알겠다. 협상을 해보자'고 말할 외교적 여지가 생긴 셈"이라며 "김 위원장이 푸틴만 끌어안으며 미국을 멀리하는 대신 이제는 미국과 직접 대화에 나서야겠다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로서도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제공, 이란의 우라늄농축시설 재건 지원을 포함한 이란과 북한 간 협력 등을 막기 위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이유가 있다고 차 석좌는 진단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과 협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물음에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내고 있다. 갈등이 있다면, 북한과 갈등을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고, 정말 잘 지내왔다. 어떻게 될지 지켜보자"면서 "누군가 이것을 잠재적 갈등이라고 얘기한다. 나는, 우리가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