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미완성에 그친 국힘 김용태의 개혁과 쇄신…끝내 '친윤' 못 넘어

취임 일성 "빠른 변화"…당 주류의 벽 못 넘고 임기만료 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후보교체 당무감사 등 개혁 실패 차기 전당대회 준비 맡을 '관리형' 비대위로 전환 언론계, 송언석 비대위 출범에 "변하지 못하면 멸종"

2025-07-01     김성지 기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빵점". 김용태 국민의힘 전 비상비대위원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개혁 점수'를 묻는 질문에 짧게 한 대답이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달 30일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5월 11일 '대선 후보 교체 파문'으로 사퇴한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의 후임에 지명된 지 49일 만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이 놀랄 정도로 빠른 당의 변화"를 주장하며 5대 개혁안을 내놨지만 당 주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문 당'의 모습만 남겼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김문수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명으로 취임했을 당시 당 일부에서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수도권 지역구(경기 포천·가평)에 35세의 당 최연소 의원, 비대위원 중 유일하게 후보 교체에 반대한 점 등이 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취임 일성으로 빠른 변화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지우지 못한 것 당의 과오"라며 국민 앞에 고개 숙이며 보수의 혁신을 꿈꿨지만 성과 없이 임기를 마무리 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자리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며 전당대회에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혁 방향이나 탄핵의 강을 넘을 수 있는 확실한 주자가 있다면 함께하겠다"고 말해 여전히 개혁의 불씨를 모을 여지를 남겼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직 사퇴를 선언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후보교체 당무감사 등 개혁 실패

김 전 비대위원장의 '변화, 쇄신하는 국민의힘'은 당 주류에 막혀 후퇴를 반복했다. 그는 취임 4일 만인 5월 15일 기자회견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윤 전 대통령을 찾아뵙고 탈당을 권고 드리겠다"고 말했다가 다음날 "윤 전 대통령 탈당은 대선 시국에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 발 물러났다. 친윤계 의원들의 반발에 의해 물러섰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지난 달 8일 김 전 위원장이 발표한 5대 개혁안은 △9월 전당대회 개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대선후보 부당 교체 진상 규명 △100% 상향식 공천으로 당의 주류인 친윤계를 겨냥한 내용들이다. 이 중 조기 전당대회 개최만 받아 들여졌다. 

당 내 인사들은 개혁안 발표가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 발표라고 비난했으며 11일 열릴 예정이었던 의원총회를 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개의 40분 전에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김용태 패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개혁안 수용을 위해 원외당협위원장과 간담회를 갖고 재선 의원들의 중지를 모으며 개혁안 수용여부를 묻는 당원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당 내 '친윤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대선 패배 이후 당 쇄신에 반대해 온 친윤계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기득권 구조를 혁파해 국민의 보수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당의 몰락을 가져온 기득권이 근본적 변화도 가로막고 있으면 국민의힘에 미래는 없다,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 등 당내 친윤계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헌승 전국위원회 의장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제17차 전국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송언석 원내대표를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사진=연합뉴스]

차기 전당대회 준비 맡을 '관리형' 비대위로 전환

김 전 위원장의 퇴임기자회견 이후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친윤계로 분류되는 송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송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본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지명했고 반대의견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민의힘은 '송언석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구성하고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준비에 착수했다. 

1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한 국민의힘은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전국위는 안건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추인 건과 송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건을 상정해 전국위원 802명을 대상으로 ARS투표를 실시한 결과 538인 투표(투표율 67.1%)에 417명이 찬성(찬성율 77.5%)해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송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비대위원장을 겸직, 원톱 체제로 당을 운영하게 됐다.

비대위원에는 4선 박덕흠 의원과 재선 조은희 의원, 초선 김대식 의원, 원외 인물로 박진호 전 김포갑 당협위원장과 홍형선 화성갑 당협위원장이 임명됐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을 하던 중 들어온 송언석 원내대표와 인사를 마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계, 송언석 비대위 출범에 "변하지 못하면 멸종"

주요 언론은 송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비대위 출범을 두고 국민의힘에게 쇄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일보는 1일 <국민의힘, 대선 뒤 새 가능성 보여준 것 뭐 있나>란 제하의 사설에서 "김 전 위원장의 말처럼 지금 국민은 국민의힘에 해체에 가까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선 패배 후 한 달 가까이 지나도록 국민의힘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게 뭐가 있는지 뚜렷이 기억나는 게 없다"고 밝혔다. 

송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에 대해선 "그렇다면 새 대표가 뽑힐 때까지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체제가 지속하는 셈"이라며 "심지어 전대에서 친윤계가 미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그야말로 완벽한 '갈라파고스 정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쇄신·국민정당" 말 공허한 김용태 퇴임사, 문제는 '친윤'이다>란 사설에서 김 전 위원장의 퇴임사에 대해 "쇄신은커녕 변화 자체를 거부하며 '박물관 정당'으로 퇴락한 국민의힘을 이보다 분명하게 보여주진 못할 것"이라며 "쇄신과 '보수·국민정당'을 재건하자는 김 비대위원장 고언도 당 주류를 장악한 친윤계가 건재하는 한 모두 공염불"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빈손 마감 김용태 비대위, 국민의힘 희망은 있나>란 사설에서 역시 국민의힘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냈다. 

사설에서는 "국민의힘은 친윤계 지원에 힘입어 선출된 TK 3선 송언석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하면서 '보수 쇄신'에서 한발 더 멀어지는 모양새"라며 김 전 위원장의 퇴임사에 대해선 "처절한 반성과 쇄신 없이는 지역당으로 전락할 것이란 당 안팎 경고에도 변화를 거부하고 있는 영남·친윤계를 보수 재건의 걸림돌로 지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김용태 비대위원장 퇴임…혁신 없는 국힘에 미래는 없다>의 사설에서 "제1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향후 보수 유권자들의 대안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국민의힘은 깊이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