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1기 FTA 재협상 주역 유명희 "마스가 '빨간모자' 관세협상 1등 공신"

"마스가 꺼내니 판 바뀌었다, 협상의 주요 포인트" "협상단, 시간압박 상당했을 것…기한 넘겼다면 관세 폭탄" "15% 관세율, 무역적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선방했다" 정상회담 앞두고 방위비 등 '제2의 청구서'에는 우려 전해

2025-08-04     김성지 기자
 대통령실이 3일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마스가'는 이번 한미관세협상 때 조선 분야 협력 내용을 압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만든 슬로건으로 한국협상단은 이 모자와 대형 패널 등을 준비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 "쉬운 결과가 아니었다. 미국 측에 조선업 협력을 설득력 있게 제안한 것이 협상의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뉴스쇼>에 출연해 "우리가 협상에서 전략으로서 정말 주요하게 작용했던 것은 M.A.S.G.A"라며 "조선업 협력을 우리의 기회로 우리의 경쟁력을 기회로 포착해 미국에 설득력 있게 제시한 순간부터 미국이 '한국은 협상을 해야겠다, 해볼 만하다'라고 클릭하게 만든 주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M.A.S.G.A.'는 '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이란 뜻으로 줄여서 '마스가'라고 하는데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쓰인 빨간 모자를 산업자원부 직원들이 만들자고 아이디어로 내면서 급히 동대문에 제작을 의뢰, 대한항공을 통해 긴급히 현지로 공수된 모자다.

유 전 본부장은 "(모자가)아주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모자뿐만 아니라 1m 패널에는 미국과 한국이 어떤 지역에서 조선을 생산할 수 있으며 우리가 얼마만큼 투자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줬다"며 "제가 러트닉 장관이었다면 보는 순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할 거리가 된다, 계속 발전시켜 보자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입된 미국 브랜드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15% 관세율, 무역적자국 중 가장 낮은 수준…선방했다"

이번 협상에서 한국 자동차에 15%의 관세가 부과된 데 대해 유 전 본부장은 "FTA 체결국으로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조건에서 선방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자동차 빅3가 다 진출해 있는 FTA 체결국인 멕시코조차도 현재 15% 수준이다. 한국에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FTA 프리미엄이 반영되지는 못했지만 15% 역시 어렵게 도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아쉬운 점은 분명히 있다고 전한 유 전 본부장은 "협상단이 갖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과 여건을 봐야 되는데 미국 빅3 디트로이트의 회사들의 강한 반발, 멕시코마저도 15% 이하로 못 내려가고 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현실적인 여건을 봐도 그 이상 내려가는 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협상단이 노력한 결과를 볼 때 투자 금액을 좀 더 늘려도 자동차는 더 내려가기 힘든, 자동차 15%가 굉장히 어려운 선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선 "정부가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던 발표를 신뢰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와 약속을 명시한 문서, 실제 이행 과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상회담 앞두고 방위비 등 '제2의 청구서'에는 우려 전해

이번 달 안에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제2의 청구서가 나올 것이며 청구서란 미군을 둘러싼 방위비가 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으로는 예측 가능한데 전술적으로는 예측 불가능하다. 전략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건 방향을 미리 볼 수 있다는 건데 비용 분담, 코스트 셰어링은 트럼프 대통령이 40세 때부터 거의 40년간을 계속해서 얘기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역에서는 불균형인 무역 관계를 바로잡겠다고 관세로 나오고 안보에서는 국방비, 방위비 문제로 나간다는 방향은 분명히 확실하다"며 "이를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 강도로 제기해서 얼마만큼 받아내느냐는 전술은 때로는 예측 불가능한 점이 있다.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을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방위비, 국방비의 비용 분담이 트럼프의 주 관심사이기 때문에 우리가 정말 철저히 대비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