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 한미정상회담 '국방비 인상' 요구 공식화…"韓, 대북방어 주도적 역할·국방지출 롤모델될것"
美 콜비 차관 "한국은 국방 지출의 롤모델"…'동맹 현대화' 요구 한미정상회담서 국방비 5% 요구 전망…현재(2.32%) 2배 수준 정부, '동맹 현대화' 큰 틀 합의에 주력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달 이재명 정부 첫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주한미군 재배치와 국방비 인상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공식 의제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한미 외교 안보 라인에서 '동맹 현대화'가 잇따라 거론된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세계 동맹관계 변화 추진의 '키맨'으로 꼽히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대북 방어와 국방지출 측면에서 한국의 더 큰 역할을 기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동맹 현대화'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美 콜비 차관 "한국은 국방 지출의 롤모델"…'동맹 현대화' 요구
연합뉴스에 따르면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와 한국은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하며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에 있어 긴밀히 연계돼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전략적으로 지속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비 차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 세계 동맹 관계 재설정 작업 핵심 인사로 꼽힌다. 그러한 그가 한국이 북한을 강력하게 방어하는 데 더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흐름인 '동맹 현대화'와 맞닿는 대목이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할과 성격 변화가 주된 내용이다. 즉, 지금은 주한미군에게 '북한 억제'라는 임무가 주어져 있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해협 등 동북아 전반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한국 정부가 더 많은 국방비를 써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로 인한 공백은 우리 스스로 메워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시작한 상태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6월 미 의회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국방지출 확대 노력을 하면서 우리는 지금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모든 우리의 동맹들이 나아가야 할 국방 지출의 새로운 기준을 가지고 있다"며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 및 국방 관련 투자에 지출한다는 공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천500명 가운데 약 4천500명을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하면 '미국은 대(對)중국 억제에 군사 역량을 더 투입해야 하니 대북 방어는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맡고, 그것을 위해 국방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입장 내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에는 우리 정부를 향해 보다 직접적으로 '동맹 현대화'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날에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만났다.
외교부는 "두 장관이 변화하는 역내 안보·경제 환경 속에서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한미정상회담서 국방비 5% 요구 전망…현재(2.32%) 2배 수준
8월 중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측이 지속적으로 '동맹 현대화' 를 거론하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동맹 현대화로 필연적인 국방지 지출 확대가 그리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 지출(2035년까지 달성 목표) 약속을 얻어냈고, 우리 정부에게도 이와 동일한 수준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미국 국방부의 션 파넬 대변인도 지난 6월 19일 연합뉴스의 질의에 답변으로 보내온 성명에서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도 GDP의 5% 수준으로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한국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GDP의 2.32%이다. 'GDP의 5%'는 결국 현재 국방비 61조2천469억원 보다 2배 수준의 지출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대북 방어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 요구는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 '동맹 현대화' 큰 틀 합의에 주력
우리 정부는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에 대해 큰 틀의 합의에 주력하고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세부 사안은 실무회담으로 넘긴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을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강화하고,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을 호혜적으로 현대화해 나간다'는 취지의 원칙만 정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한미군 역할 조정 문제를 정상회담 결과물에 담기 위한 실무 협상에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동맹 현대화가 사실상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전략이라는 점에서 한국도 중국 견제에 동참한다는 것이 표면적으로 드러날 경우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이재명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이 물 건너 가는 것은 물론 최근 들어 해빙 무드인 한중 관계에도 직격탄이 예상된다.
따라서 정상회담에서는 큰 원칙만 정하고 이후 외교·국방장관이 참여하는 2+2 협의체 등의 틀을 활용해 추가로 조율될 것으로 관측된다.
동맹 현대화의 또 다른 이슈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나토 회원국의 사례처럼 장기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려가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