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반도체에 100% 관세" 국내 반도체 기업 '초비상'…대통령실 "한국은 최혜국 대우"
트럼프 "수입 반도체 관세 100%…미국에 공장 지으면 관세 없다" 대통령실 "최혜국 대우 약속" 통상본부장 "100% 관세, 한국과 관계 없어"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103억 달러…자동차·기계 이어 3위 "관세 부과시 타격 클 것" vs "대미 수출 비중 낮아 충격 크지 않을 것"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이하 현지 시간) 반도체 품목별 관세율이 100%가 될 것이라고 밝혀 한국 반도체 업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달 무역협정을 맺으면서 미국이 반도체와 의약품 분야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때 한국은 최혜국으로 대우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관세율이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점검 중이다.
트럼프 "수입 반도체 관세 100%…미국에 공장 지으면 관세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에 대해 100%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한 반도체 품목별 관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50%), 구리(50%), 자동차(25%)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자동차에 품목별 관세 25% 부과 계획을 언급하면서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질문에 "25%로 시작할 수 있다. 관세는 1년에 걸쳐 인상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후 4월에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의 미국 공장 신설 계획을 언급하면서 "여기에 공장을 짓지 않으면 25%, 50%, 어쩌면 100%의 세금(관세)을 낼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날 다시 '100%'를 거론한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다면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미 투자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전날(5일) CNBC 인터뷰에서 "다음 주 내로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이달 중에는 반도체 품목별 관세율과 부과 시기에 대한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최혜국 대우 약속" 통상본부장 "100% 관세, 한국과 관계 없어"
반도체는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제품인만큼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7일 우리나라가 미국과 무역 협정에서 최혜국에 대한 약속을 받았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반도체나 의약품 분야에 있어서 최혜국 대우 약속을 받았다는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 무역협정에 참여했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한국은 최혜국 대우를 받게 돼 15%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 본부장은 7일 SBS 라디에서 "이번에 협상 타결을 하면서 미래의 관세, 특히 반도체나 바이오 부분에 있어서는 최혜국 대우를 주는 걸로 했다"며 "만약에 15%로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면 우리도 15%를 적용 받는 것으로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00% 관세 맞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 103억 달러…자동차·기계 이어 3위
"관세 부과시 타격 클 것" vs "대미 수출 비중 낮아 충격 크지 않을 것"
하지만 미국이 한국에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가에 일률적으로 높은 반도체 관세를 부과한다면 한국 역시 이와 같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은 물론 소재, 장비 제조 업체 등의 협력사들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 품목이자 대미 수출 비중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419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6838억 달러)의 20.8%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액만 보면 반도체 수출액은 103억 달러로 완성차(342억 달러), 일반기계(149억 달러)에 이어 3위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보다 높은 관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관세 부과로 반도체가 탑재되는 PC와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면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이는 다시 반도체 수요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반도체를 공급 받는 기업들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상대로 반도체 단가 인하 압박을 할 가능성도 높다.
즉,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존보다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된다.
반면, 관세 부과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받을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국 반도체는 대부분 B2B 형태로 거래돼, 대만과 중국 등의 조립 기업에서 조립한 후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런 거래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 관세 부담은 거의 없다.
또한, 한국의 대미 반도체 직접 수출 비중은 전체 수출의 7%에 불과하다.
반도체는 자동차와 달리 경쟁 제조사 수가 적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메모리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3개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데 주력 공장이 모두 해외에 있다. 즉,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특정 기업이 더 큰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반도체 핵심인 HBM 기술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미국 빅테크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반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AI 산업 확장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 한국의 반도체가 핵심 공급망 역할을 하는 점을 미국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