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정청래에 쏟아진 원로들 쓴소리 "당원 아닌 국민뜻 수렴해야"

민주당 소속 전 국회의장들과 12일 국회서 간담회 가져 정청래 개혁 속도전에 "취지 옳으나 과유불급" 고언 건네 "방향 맞더라도 국민 차원에서 속도 조절해야" 대통령 중임제 개헌·최저임금 다원화 등 주문 정청래 "李대통령,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업적 계승 돕겠다"

2025-08-12     김성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출신 원로 정치인들은 강경파인 정청래 당대표를 앞에 두고 "과유불급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민주당은 12일 국회에서 당 상임고문단 초청 간담회를 열고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여당의 상임고문들은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3대 개혁을 빠르게 추진 중인 정청래 당대표를 향해 "취지는 옳으나 과유불급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원로들은 "집권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여당 대표로서 여야 협치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도 건넸다.

정 대표는 인사말에서 "뿌리 없이 줄기가 없고, 줄기 없이 꽃과 열매가 어찌 있으며 어제의 역사 없이 어찌 오늘의 역사가 있겠느냐"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후배로서 잘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 세력을 단호히 척결하고 정의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시면 좋겠다. 민주당의 앞길을 밝히는 등대가 돼 달라"고 강조했다.

"방향 맞더라도 국민 차원에서 속도 조절해야"

고문단은 정 대표의 인사말 이후 가감 없이 쓴소리를 전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처리하겠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지나치면 안 된다. 정치 자체가 붕괴한 상황에 처해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길은 그것(속도)만으로는 안 되는 걸 잊지 말라. 그걸 하려다 죽도 밥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야 협치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당원 중심 정당'을 거론하며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게 아니다. 집권당은 당원만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데 1년 8개월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파멸한 원인은 정치 실종"이라며 "당원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존중받고 함께하는 정당으로 발전해줘야 미래 지향적으로 거듭난다"고 말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내란의 뿌리를 끊어야겠다는 정 대표의 발언이 때로는 과격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 본질에서는 올바른 역사적 맥락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러나 과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용득 전 의원도 "정치는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건데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며 정 대표가 내세운 '내란 세력과는 손잡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한 것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상임고문단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왼쪽부터) 한민수 대표 비서실장, 이용득 전 의원, 정세균 전 국무총리김진표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 대표, 김원기 전 국회의장, 문희상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박병석 전 국회의장, 조승래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중임제 개헌·최저임금 다원화 등 주문

고문단은 개헌과 사회·노동 개혁 등을 주문하며 각종 현안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올해 말까지 언론개혁, 검찰개혁, 내년 지방선거 준비, 개헌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이제는 소통을 반드시 해야 하는 민주사회로 옮겨가고 있다. 그것이 국민주권이고 당원주권"이라며 "2030년에 중임제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향으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개헌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세계 무역 질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제조업 공동화 현상을 지적한 뒤 "기업들이 요구해온 규제 완화,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다원화, 재정지원, 노동정책들을 선진 국가들이 채택하는 데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한·미 관세 협상으로 발생하는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 문제를 해결하는 입법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일부 장관인 정동영 의원은 "북·미, 북·일 수교라는 오랜 공약이 이재명 정부에서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청래 "李대통령,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업적 계승 돕겠다"

간담회 후 정 대표와 고문단은 50분간 오찬을 함께하며 교육 문제 등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며 "3개월에 한 번씩 모시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국민의 손으로 다시 세운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우리가 모두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하지만 아직은 내란이 끝나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온전하게 정상화할 길은 멀고 험하다. 지난 3년 망가졌던 민주주의와 어려움에 빠진 경제를 회복하는 것에 집중하며 다시 힘차게 일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의 빛나는 업적을 계승하고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강력하게 뒷받침하겠다"며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고 건강을 잃으면 전부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선배들이 창조한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후배로서 잘 이어나갈 테니 많은 지혜를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