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관세휴전' 美中, APEC 계기 정상회담 가능성…李대통령 '미중 중재자' 역할 맡나
미중, 관세폭탄 주고 받다 90일 휴전…11월 9일까지 연장 10월 말 APEC 전후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李 대통령, 트럼프에 APEC 초청 및 북미정상회담 제안 전망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미국과 중국이 '관세 전쟁 휴전'을 90일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9일(이하 현지시간)까지 양국은 현재 관세율을 유지하게 된다. 양국의 관세 전쟁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 충격도 일단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오는 10월말 예정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양국의 관세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결국 정상간 담판을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는 25일 백악관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외교적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 초청을 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의지도 확인한다면 한국이 다시 한번 한반도 외교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세폭탄 주고 받다 휴전…11월 9일까지 연장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SNS에 '관세 휴전'을 90일 더 연장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를 계기로 서로 100%가 넘는 관세를 부과하며 정면충돌했다.
이후 양국은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상호간의 관세율을 115% 포인트씩 대폭 낮추기로 합의했다.
당시 양측은 각자 수입품을 겨냥한 추가 관세율 115% 가운데 4월 매겨진 91%포인트는 취소하고 24%포인트에 대해선 적용을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이후 중국의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대(對)중국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관련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 지난 6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고위급 무역회담에 이어 지난달 28∼2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3차 미·중 무역회담에서 양측은 관세 유예를 90일 더 연장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다.
그리고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새로운 관세 휴전은 오는 오는 11월 9일 자정까지 연장되게 됐다.
중국 정부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미 스톡홀름 무역 협상 공동성명' 전문을 공개하고 양국이 90일 더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중국 시간 12일 낮 12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관세 휴전 조치를 90일 동안 다시 시작한다며 "중미가 일부 추가 관세 중단을 계속하기로 한 것은 양국 각자의 발전 목표 실현과 세계 경제 발전·안정 촉진에 이롭다"고 밝혔다.
이로써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몰고 올 수 있었던 세계 1·2위 경제대국 미·중 간 관세전쟁 재개라는 '파국'은 일단 피했다.
10월 말 APEC 전후로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
미중 양국은 90일 유예 만료 시한 전까지 다시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정상회담을 통해 무역 합의 타결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모든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오는 10월 31일~11월 1일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트럼프 대통령이 10월이나 11월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인터뷰에서 "가장 큰 초점은 중국과의 협상"이라면서 세계 각국과의 무역 협상을 오는 10월 말까지 대략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중 양국은 서로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해제하는 대신 중국 내 H20 칩 매출의 15%를 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도 미국에 대한 희토류자석 수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중국 세관당국에 따르면 6월 중국의 대미 희토류자석 수출은 5월(46t)보다 667% 증가한 353t을 기록했다.
李 대통령, 한미정상회담서 '북미정상회담' 제안 전망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25일 미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에서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정식으로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APEC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한국이 미중 무역전쟁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도 공식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기간 북미정상회담까지 성사된다면 한반도 외교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오는 15일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러정상회담 결과가 중요하다.
양 정상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다면 자연스럽게 한반도 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물밑 접촉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1일 칼 울르프 안데르손 주한 스웨덴대사와 만나 "스웨덴이 보유하고 있는 외교 네트워크와 신뢰 자산은 한반도 대화 재개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과 스웨덴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서방국가 중 거의 유일하게 북한과 외교관계가 돈독한 곳이다. 안데르손 대사는 북한 문제 관련 스웨덴측이 기울이고 있는 외교적 노력에 대해 설명하고, 앞으로도 한국측과 긴밀한 소통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도 최근 국빈 방문한 베트남 공산당 서열 1위인 또럼 서기장에게 남북 소통 재개를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또럼 서기장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공안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 안전과 보안을 책임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