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한미연합훈련 시작, 北 반발 고조…'9.19 복원' 밝힌 李대통령 '안보·외교 균형 전략' 시험대 올라

'을지 자유의 방패' 18일부터 열흘간 진행 북한 "대응 불가피" 강력 반발 속 한반도 긴장 고조 이 대통령, 광복절 축사에서 '군사합의 복원' 의지 피력 국힘 "평화는 '구걸' 아닌 억지력에서 나온다" 비판

2025-08-18     김성지 기자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이 시작된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한미 군 당국이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연습을 18일부터 시작했다. 한미 간 정례적인 훈련 때마다 강하게 반발해 왔던 북한은 이번에도 훈련을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단호한 대응태세를 갖추고 대비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단 뜻을 밝히며 "남북 공존의 길로 나아가자"고 말했지만 이번 연합 훈련을 두고 국내 여론과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이재명 정부의 국가 안보 전략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28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UFS 연습은 한미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다. 다만 북한이 한미훈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를 빌미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의 첫 번째 정례 연합훈련 시행 첫날 오후 1시 50분경 탄도미사일을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등 훈련에 반발한 바 있다.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단순한 군사 훈련이 아니라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과 국내외 정치 환경이 총체적으로 맞물린 시험대다. 한반도의 긴장은 다시 높아졌지만 동시에 대화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안보와 외교, 강경과 유화, 국내 여론과 국제 정세가 교차하는 복합적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균형의 외줄타기'에 나서고 있다. 남북 관계 '균형 전략'은 열흘간 이어지는 훈련을 마친 후에 성패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성공적으로 훈련을 마치고 북한의 도발을 최소화 한다면 정부의 '강한 안보와 유연한 외교' 병행 전략은 힘을 얻게 되겠지만 반대로 북한이 대규모 도발에 나선다면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이 시작된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미군 기지에서 장병들이 차량을 점검하며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을지 자유의 방패' 18일부터 열흘간 진행

정례적인 연합 방위 훈련인 UFS 훈련은 오는 28일까지 열흘간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 8000명과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군 병력이 대규모로 참가한다. 훈련은 지휘소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으로 구성되며 시나리오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뿐 아니라 최근 전쟁 양상까지 반영한다.

올해 훈련은 폭염과 훈련 여건 등을 고려해 계획된 FTX 40여 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다음 달로 연기됐으나 한미 군 당국은 "훈련의 본질적 목표는 달라지지 않는다. 북한의 어떠한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연합훈련과 동시에 전국 단위 '을지연습'을 시행한다. 18일부터 21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훈련에는 4000여 개 기관과 약 58만 명이 참가한다. 20일에는 공습 상황을 가정한 민방위 대피훈련과 소방차·구급차 길 터주기 훈련이 동시에 진행돼 국민 체감형 훈련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군사적 억제력뿐 아니라 국민 생활과 직결된 위기 대응 능력까지 점검하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접경 지역에 배치한 대남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 또한 없다.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대응 불가피" 강력 반발 속 한반도 긴장 고조

북한은 훈련 개시 전부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광철 북한 국방상은 지난 10일 담화를 통해 "한미가 계선을 넘어 도발한다면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훈련을 "침략 연습"으로 규정하며 무력시위를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노광철 국방상은 한미 훈련을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한미의 적대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수호하는 것은 공화국 무력의 절대 사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미 훈련에 맞서 단호한 대응태세로 대비할 것이며 계선을 넘어서는 그 어떤 도발 행위에 대해선 자위권 차원의 주권적 권리를 엄격히 행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해마다 미사일 발사나 강경 담화로 대응해온 점을 고려하면 일단 예상된 반응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군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북한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훈련 기간 중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신형 무기 시험, 대남 사이버 공격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해외 일부에서 북한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겨냥한 해킹 활동을 확대해온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이버전 양상으로의 확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역시 합동참보본부가 지난 9일 "북한군이 전방 일부 지역에서 대남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활동이 식별됐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접경 지역에 배치한 대남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 또한 없다.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4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 같이 말하며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 했다. 이어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을지 자유의 방패' 연습 일정을 일부 조정한 것에 대해서도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되며 헛수고"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일축하며 관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며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남북은 공존과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 대통령, 광복절 축사에서 '군사합의 복원' 의지 피력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며 군사합의를 복원시키겠단 대북 기조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은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의 체제를 존중하고 9·19 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으며 "한반도에서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남북은 공존과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미연합훈련을 통한 강력한 안보 태세와 동시에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어두려는 이중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번 훈련을 계기로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을 통한 긴장 완화의 여지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18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을지국무회의에서 "기존 남북 합의 중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하며 "급변하는 대외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기 위해선 남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남북 간 평화 분위기 조성을 강조했다.

이어 "진짜 유능한 안보는 평화를 지키는 것"이라며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낫고, 그것보다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 상태가 가장 확실한 안보라고 자주 말씀드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통합 안보 역량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이 대통령은 "기존 남북 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 달라"고 지시했다.

국힘 "평화는 '구걸' 아닌 억지력에서 나온다" 비판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북한 정책 기조와 9·19 군사합의 주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은석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9·19 군사합의도 '선제적·단계적'으로 복원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이 듣고 싶어 했던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도발에 대한 단호한 경고와 그에 맞설 강력한 억지력 강화 방안이었다"며 "머리 위에 핵을 인 채 '적대행위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은 현실을 외면한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 취임 이후 이 정부가 걸어온 대북 행보를 보면 대북전단 단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확성기 철거, 한미연합훈련 조정, 북한인권보고서 발간 중단 검토까지 온통 북한 김정은이 웃을 일만 이어졌다"며 "심지어 북한이 '허망한 개꿈'이라 조롱하는 상황에서도 화답을 기대하겠다는 것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9·19 군사합의는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북한이 밥 먹듯이 위반하며 사실상 무력화됐다. 이를 다시 복원하겠다는 것은 실패로 증명된 족쇄를 우리 스스로 발목에 채우겠다는 것"이라며 "허상의 평화에 구걸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군의 억지력 유지와 전력 강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