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재원 칼럼] 윤석열 김건희 '패밀리 비즈니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의힘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10월 24일. 유력 경선 주자 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기자들 앞에 섰다. "원래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라고 하지 않나". 바쁜 와중에도 따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른바 '개사과 논란' 때문.
이에 앞서 닷새 전 그는 대형 사고를 쳤다.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 공개석상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민주당뿐 아니라 국힘도 발칵 뒤집혔다. 그가 선두를 달리며 후보가 확실했던 탓에 당내 우려가 컸다.
의외로 그는 사과에 인색했다. 굼뜬 그에게 비판이 증폭되자 마지못한 듯 10월 21일 한마디 했다.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유감을 표한다." 이렇게 넘어가는 듯하던 사태는 이날 밤 더 크게 폭발했다. 그의 반려견 토리 인스타그램에 누군가 개에게 사과를 건네주는 사진이 게재된 것. 즉각 네티즌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사과는 개나 줘 버려라". 이런 뜻으로 해석된 탓이었다.
화를 더 돋운 건 사과를 건넨 사진 속 손의 주인공. 그의 아내, 김건희라는 추측이 지배적이었다.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자, 그가 뒤늦게 내놓은 해명이 바로 '패밀리 비즈니스'. "사진에 나와 있는 개는 저한테는 아주 소중한 제 가족"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아내를 향한 의혹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제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명토를 박기까지 했다.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아 (처가 했다고) 오해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캠프 주변에선 개사과 사진이 "김건희 작품"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았다. "윤핵관 실세가 김건희에게 자제를 요청했다가 눈 밖에 났다." 이런 '카더라'도 무성했다. 윤석열 정권이 몰락한 지금. 이제야 그때를 타박하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진즉 김건희를 말리고 제대로 단속했더라면…".
과연 '김건희 통제'만 제대로 됐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결론부터 미리 말하면 절대 그렇지 않다. 남편 윤석열의 책임이 오히려 더 클지 모른다. 이유는 김건희 일탈이 '패밀리 비즈니스'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구속된 김건희 영장 발부에 결정타는 서희건설 회장 이봉관의 자수서였다. 이에 따르면 김건희는 이봉관이 건넨 반클리프 다이아 목걸이 등 1억 원 상당의 보석류를 챙겼다. 그 대가로 이봉관의 사위를 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아무리 힘이 세도 김건희는 인사권을 직접 행사할 수 없다. 결국 대통령 남편이 나서야 한다. 관행상 총리 비서실장은 총리의 선택 몫. 그래도 총리 한덕수는 윤석열이 추천한 이를 비서실장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은 아내와 이봉관의 은밀한 거래를 눈치채지 못했을까. 뇌물 수사에 정통한 특수통 검사 출신이 몰랐을 리 없다. 설사 다이아 목걸이 수수까진 몰랐다고 치자. 그러면 첫 해외 순방길에 김건희의 고가 목걸이로 난리가 났을 때는? 당시 행정관들은 김건희가 그 목걸이를 두르는 걸 말렸다고 한다. 이들도 떳떳한 목걸이가 아니란 걸 알았다는 얘기다.
김건희는 기어코 목걸이를 걸쳤다. 남편이 묵인했기 때문 아니었을까. 사실 전직 검찰총장의 촉만으로도 윤석열은 아내의 '매관매직'을 짐작했을 법하다. 이것만 봐도 패밀리 비즈니스를 위한 권력 작동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아직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으나 나머지 의혹도 똑같은 구조다. 통일교가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6천만 원 대의 그라프 다이아 목걸이와 1천만 원짜리 명품백. 김건희가 이를 챙기고 통일교가 원하는 사업을 국가 예산으로 밀어주는 형태다. 당연히 윤석열이 인지해야 대가 지불이 가능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명품 시계 역시 마찬가지. 김건희에게 이를 사다 줬다는 한 사업가. 공교롭게도 그는 비슷한 시기 대통령 경호처의 시범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가 개발한 로봇개가 경호용으로 채택된 것. 물론 그는 5천만 원이 넘는 시계를 '영부인 할인' 받아 대신 사서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김건희가 건넨 돈은 계약금 5백만 원 뿐이라고 한다. 남편 권력을 이용, 떼먹었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가 처음부터 작정하고 뇌물로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른 다른 비리 의혹도 윤석열 부부 패밀리 비즈니스로 보기 충분하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관저 이전 공사 비리 등. 모두 김건희의 이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심지어 민주당 일각에선 충격적 제보까지 공개했다. 김건희가 대통령 취임식 때 애국가 부를 이에게 5억 원, 대통령 특별사면 대가로 100억 원을 흥정했다는 얘기다. 적어도 이런 얘기는 낭설이길 정말 바란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망신이다.
지난해 초 김건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말이 나온 적 있다. 마리는 프랑스 대혁명 때 루이 16세의 왕비로 사치의 대명사로 알려진 인물. 혁명의 한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비유가 그것도 총선 직전, 여당 국민의힘에서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 직전에 공개된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동영상 탓이었다. 대통령 아내가 3백만 원짜리 가방을 버젓이 받아 챙기는 모습에 국민은 경악했다. 그래서 김건희 반성을 촉구하는 차원에서 나온 말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부부의 반응은 적반하장, 그 자체였다. 오히려 이를 문제 삼아 여당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당시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강력히 반발했고, 집권 세력은 분열됐다. 그 결과는 역대급 총선 참패였다. 그래도 윤석열은 반성하지 않았다. 정신 차리지 않았다. 오히려 '비상대권' 계엄을 통해 정치판을 뒤엎으려고 했다.
"민주당의 줄 탄핵으로 인한 국정 마비와 반국가 세력의 국헌 문란을 막기 위해 내린 고도의 통치 방법이다." 줄곧 윤석열이 강변 해온 이유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이제 김건희 패밀리 비즈니스가 하나하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결국 패밀리 비즈니스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관련 법 절차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면 이걸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일까. "정치적 복수에 눈이 멀어 국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한창 진행 중인 국힘 전대에 대표로 출마한 김문수. 그가 김건희 구속에 발끈해 한 말이다. 그와 선두를 다투고 있는 장동혁 역시 이렇게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쉽게 얻은 권력을 주체하지 못하고 '광란의 권력 파티'를 하고 있다." 오직 당권에 눈이 멀어 정말 국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일까. 이거야말로 '미친 듯 날뛰는' 광란의 인식이다.
윤석열 김건희 패밀리 비즈니스의 파장이 당분간 계속될 모양새다. 우리 국민 스스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차재원
폴리뉴스 칼럼니스트
부산가톨릭대학교 특임교수(현)
국회부의장 비서실장(전)
육군미래자문위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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