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러-우크라, 개전 3년 반만에 첫 정상회담 가능성…미-러-우 평화협정 맺나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회담 후 나 포함 3자회담" 푸틴, 트럼프에 "2주내 젤렌스키 만날 준비 돼있다" 미-유럽,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공조하기로…푸틴도 수용 트럼프 중재외교 일단 순항…영토 문제가 뇌관 젤렌스키, '정장' 입고 트럼프 만나…'외교참사' 없었다

2025-08-19     김승훈 기자
우크라이나, 미국, 러시아 3국 정상[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발발 3년 6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 하에 양 정상이 만나 종전을 위한 논의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미-러-우 3자 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맺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영토'와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나토 수준의 안보보장'을 놓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회담 후 나 포함 3자회담"

푸틴, 트럼프에 "2주내 젤렌스키 만날 준비 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연쇄 회담을 가졌다.

이후 자신의 SNS에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간의 회담을 조율하기 시작했다"면서 "그 회담 후 나를 더한 3자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후 3년 반동안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만일 러-우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전쟁 발발 후 첫 정상회담이 된다. 

푸틴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백악관 회의에 참석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통화로 러-우 정상회담을 2주 안에 개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미러 정상이 약 40분간 전화 통화했다고 확인하며 양측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직접 협상에 참여하는 대표의 급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주도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끝낼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영토 문제와 안보 보장 문제에 대해 합의를 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는 3자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종전을 선언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미-유럽,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공조하기로…푸틴도 수용

이처럼 러-우 정상회담이 급물살을 탄 것은 이날 유럽 정상들이 요구한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영국·프랑스·독일 정상 등 유럽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백악관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위한 안보 보장을 논의했다"며 "미국과의 공조 속에(with a coordination with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다양한 유럽국가들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과 미-러 정상회담에서 이러한 내용을 미리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안보 보장을 수용했다"며 "우리는 집단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억제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집단적 안보 보장'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규약 제5조와 유사한 집단 방위 체제, 즉 한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다른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함께 대응 조치에 나서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위해 "유럽 국가들이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면서도 "우리도 도울 것이고, 이를 확실하게 만들 것"이라며 미국의 동참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같은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안보는 미국과 여러분(유럽 등)에게 달려 있다"며 "미국이 그렇게 강력한 신호를 주고 안보 보장에 준비가 됐다는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지도 두고 대화하는 트럼프와 젤렌스키 [사진=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 엑스 계정]

트럼프 중재외교 일단 순항…영토 문제가 뇌관

러-우 정상회담 개최가 공식 발표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순항하는 모습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이 공조하는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구상을 수용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성과라는 평가다. 

이제 관건은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다. 푸틴 대통령은 종전의 핵심 조건으로 친러시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토 포기 불가' 입장을 유지해 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3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댄 스커비노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 점령지를 표시한 우크라이나 지도를 두고 대화하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영토 문제에 대해 장시간 논의했다"며 "영토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함께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헌법이 영토를 양도하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국민도 영토 양보에 극도로 민감한 정서를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실제로 영토를 포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백악관 웨스트윙 앞에서 젤렌스키 맞이하는 트럼프 [사진=AFP=연합뉴스]

젤렌스키, '정장' 입고 트럼프 만나…'외교참사' 없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날 만남은 지난 2월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 연출됐다. 

앞서 두 정상은 지난 2월 28일 백악관에서 만났으나 종전 추진 방향,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인식 등을 놓고 거친 발언을 주고 받았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카드가 없다" "무례하다"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내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몰아세웠고, 밴스 부통령도 "감사할 줄 모른다"며 면박을 줬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예정된 오찬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쫓겨났다. 

하지만 이날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으러 간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차에서 내리기 전 손을 들어 인사했고, 차에서 내린 후에는 밝게 웃으며 악수하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지난 2월에는 군복을 입고 왔던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은 정장 스타일의 검은색 옷을 입었다. 

또한,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아동을 염려하는 서한을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데 대한 것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영국 BBC 방송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감사 인사를 흩뿌렸다"며 "처음 단 몇 분 말하는 동안 트럼프와 미 정부에 '감사합니다'를 6번쯤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 태도나 고압적인 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기자 질문에 자신의 발언을 한 뒤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한마디 하라고 기회를 주는 매너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