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尹정부, 체코원전 수주 '굴욕계약'...美에 '원전1기당 1조원 보장'…북미·유럽·우크라 수출길도 막혀
尹 l정부 한수원ㆍ한전, 체코 원전 수주시 웨스팅하우스(WEC)에 원전 1기당 1조원 보장 협정 폴란드 사업 철수.. 유럽 4번째 철수.. 북미, 유럽, 영국, 일본, 우크라은 수주 못해 50년간 로열티 폭탄…차세대 원전 SMR 등 수출도 제동 국회 산자위, 한수원 '원전 노예계약'에 여야 한목소리 질타..."호구 짓" "안타깝다" 민주·혁신당 "윤 정부 체코 원전 불공정 계약 진상 조사" 대통령실, 체코 원전 수출 진상 파악 지시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원전강국'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가 체코 원전 수주를 성사시키기 위해 미국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와 '굴욕계약''노예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터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50년간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WEC에 1조원 이상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우리 기업이 소형모듈원전(SMR) 등 독자 기술 노형을 개발해도 WEC 측의 사전 검증을 받지 않으면 수출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독소 조항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미와 유럽, 우크라이나 등으로 수출 길까지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윤석열 정부의 '매국행위'라고 비판하며 국회 차원에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산자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尹 정부, 체코 원전 수주시 WEC와 원전 1기당 1조원 보장 협정..."굴욕계약""노예계약"
폴란드 사업 철수..유럽시장 4번째 철수.. 북미, 유럽, 일본 등 시장 수출 못해
50년간 로열티 폭탄…차세대 원전 SMR 등 수출도 제동
윤석열 정부 당시 한국수력원자력ㆍ한국전력을 비롯한 팀 코리아는 지난해 7월 WEC와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체코 원전 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원전 친화 정책을 펼치던 윤석열 정부는 체코 원전 수출로 26조원을 수주했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하기도 했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WEC) 측에서 '한수원이 수출하려는 원자로(APR1000)에는 자사 기술이 포함돼 있어 수출을 할 수 없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한수원과 정부는 당초 계약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돌연 입장을 바꿔 6개월 만인 지난 1월 WEC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종결하는 합의를 타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원전 수출을 위해 WEC에 퍼주기 계약을 맺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개된 협정서에 이러한 의혹을 입증할 내용이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협정서에 따르면 한수원ㆍ한전은 향후 50년간 원전을 수출할 때 원전 1기당 6억 5000만 달러(약 9000억 원)어치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WEC 측에 제공하고 1억 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도 납부해야 한다. 즉, 원전 1기당 1조원 이상을 WEC에 보장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원자력 제어계측시스템(MMIS), 핵증기 공급 계통(NSS) 등 핵심 기자재와 시스템이 대거 포함됐다. 우리 기업이 원전을 수주하더라도 알짜 계약은 모두 WEC 몫이 되는 것이다.
협정대로라면 체코 원전 2기 건설 비용에서 한국의 몫은 크게 줄어든다.
앞서 한수원ㆍ한전은 체코 정부와 현지화율 60% 달성을 약속했다. 즉, 전체 건설 비용 26조원 중 약 16조원은 체코 현지 업체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2조원은 WEC가 가져간다면 우리 기업의 몫은 8조원에 그친다.
뿐만 아니라 합의문에는 한수원·한전이 원전 수주 활동이 가능·불가한 국가 명단이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한전이 신규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없는 나라로는 동남아시아(필리핀·베트남),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모로코·이집트), 남미(브라질·아르헨티나), 요르단, 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와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은 웨스팅하우스만 진출할 수 있다고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7월 한수원이 두코바니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당시 '유럽시장 교두보 확보'를 했다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올해 1월 유럽에 원전 수출을 할 수 없다는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 해소 합의 이후에는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에 이어 폴란드까지 원전 수주 사업을 잇따라 철수했다.
또한 한국 기업이 SMR 등 차세대 원전을 독자 개발해 수출하는 경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는 독소 조항도 담겼다.
현재 정부와 원전 업계는 2030년 해외 수출을 목표로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을 개발 중인데 i-SMR 역시 WEC의 APR1400를 소형화한 형태다. WEC가 얼마든지 수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실제 한수원은 체코 원전 수주 다음으로 공을 들인 폴란드 원전 수주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에 이어 폴란드까지 유럽시장에서 4번째 원전 사업을 철수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폴란드 원전 철수 계획이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욱 의원 질의에 "일단 철수한 상태"라고 폴란드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고 답했다.
황 사장은 철수 이유에 대해 "폴란드 새 정부가 들어오면서 원래 투트랙으로 진행하던 정부사업과 국영기업 사업이 있었는데 국영기업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철수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산자위, 한수원 '원전 노예계약'에 여야 한목소리 질타...여야 "호구 짓" "안타깝다"
'원전 노예계약' 사실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질타를 쏟아냈다.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의 2024 회계연도 결산을 위한 전체회의를 열고 합의문 내용을 현안으로 다뤘다.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아무리 체코 원전 수주가 급했더라도 웨스팅하우스와 분쟁 해결이 선행됐어야 하더라도 지나치게 불리한 내용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송재봉 의원은 "많은 국민이 당혹스럽게 생각하고 화도 난 상태"라며 "이번에 정말 호구 짓을 한 게 아닌가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자위원장도 황주호 한수원 사장 등을 향해 "2017년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기술 독립 선언을 하지 않았느냐, 왜 국민을 속였느냐"며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은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계약은 비밀 유지 협약 준수 의무가 있는 계약인데, 왜 언론에 이런 내용이 나오느냐"며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비난했다.
황 사장은 비밀 유지 의무에 따라 세부 내용에 대한 답변을 피하면서도 "'불리한'이라는 단어에 동의를 못 하겠다" "저희가 감내하고도 이익을 남길 만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황 사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는 등 장내에서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혁신당 "윤 정부 체코 원전 불공정 계약 진상 조사"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국정조사,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통해 진상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은 사실상 기술 주권, 원전 주권을 팔아먹고 국부를 유출시키는 매국 행위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상임위를 중심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상혁 원내소통수석부대표도 "이 협정의 계약이 50년간 유지된다는 것이 큰 문제다. 50년간 원전 기술 주권을 빼앗긴 상태로 일감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산업 경쟁력을 대한민국은 모두 잃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불공정한 협정을 맺은 근본적인 배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이 하락한 데에서 이를 반등시키고자 한 것에서 출발했다"며 "이렇게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익을 포기하는 것이 매국노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과 검찰 등 사정당국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해 발본색원해 원인이 무엇인지, 그 책임자가 누구까지인지 명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언주·송재봉·김한규 의원 등은 "협정서를 파기, 재협상하고 굴욕적인 노예 계약을 체결한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매국적인 밀실협정의 선봉에 섰던 부역자, 안덕근 전 산업부 장관의 책임을 묻고,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감사원 감사 청구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비밀 협정에 대한 국회의 전면 검증 절차를 추진하겠다"며 "국회에서 협정과 계약 비공개와 (관련해) 허위 답변을 반복해 위증의 죄를 범한 공무원들도 책임을 철저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도 정부 차원의 철저한 감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서왕진 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원전 산업 진흥이라는 표현은 내란 수괴의 치적 쌓기를 위해 국가의 미래를 팔아넘긴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1천억원이 넘는 세금 낭비와 국론 분열을 초래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제2탄이라 할 만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와 국정조사는 물론 한수원, 한전 이사회의 배임 행위 여부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용산 대통령실의 강압적 하명 여부에 대한 부분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체코 원전 수출 진상 파악 지시
대통령실도 진상 파악을 정부에 지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관련 보도 내용을 포함해 진상을 파악해 보고하라"며 "체코 원전 수출에 대해 국민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공공기관인 한전과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 협상하고 계약을 체결한 과정이 법과 규정에 따라 이뤄졌는지, 원칙과 절차가 다 준수됐는지에 대해 조사하도록 오전 점검 회의에서 비서실장 지시로 결정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