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경력직' 강경화 주미대사, 25일 한미정상회담 전 아그레망 가능할까

강경화, 트럼프 1기 행정부 맞상대 경험 한미정상회담 전 아그레망 여부에 관심…한미관계 리트머스 시험지

2025-08-20     김승훈 기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주미대사로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장관을 지낸 강경화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내정하면서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수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대통령이 '강경화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경험한 '경력직'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관세 협상은 마무리 됐으나 대미투자와 동맹 현대화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앞두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한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강 내정자가 한미정상회담을 수행하려면 미국이 아그레망(agrément·주재국 부임 동의)을 주어야 한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아그레망이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화, 트럼프 1기 행정부 맞상대 경험

이재명 대통령은 첫 주미대사에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을 내정했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지냈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외교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엔(UN)에서는 코피 아난·반기문·안토니우 구테흐스 등 사무총장에게 중용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현재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절차가 진행 중이며 주미대사에 정식 임명되면 한국 최초 여성 외교부 장관에 이어 첫 여성 주미대사가 된다.

이 대통령이 강 전 장관을 주미대사에 낙점한 것은 그가 장관 재직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를 직접 상대해 본 '경력직'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모두 현장에서 대응한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기에서도 각종 현안을 담당하는데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는 25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대미 투자와 동맹 현대화 등 굵직한 현안이 다뤄질 예정이다. 강 전 장관이 주미대사의 자리에서 정상회담 전후로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한 소통이 가능할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경험한 전직 장관이 대사로 온다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 내정자가 외교 장관으로 상대한 트럼프 1기와 지금의 2기는 많은 면이 달라졌다.

강 내정자의 카운터 파트였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모두 일선에서 물러났고, 국무부와 국방부 등도 한미 동맹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인물들로 채워졌다.

한미정상회담 전 아그레망 여부에 관심…한미관계 리트머스 시험지

미국이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에 강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줄지도 알 수 없다. 

아그레망은 주재국의 의사에 따라 빨리 될 수도 있고 미뤄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강 내정자의 아그레망을 언제 처리하는지에 따라 한미 관계의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보수 정부 때는 상대적으로 빨리 주는 경향이 있었다. 

2012년 3월 최영진 주미 대사는 내정 열흘 만에 출국해 업무를 시작했고, 2023년 4월 외교부 1차관으로 있던 조현동 주미 대사는 내정 일주일 만에 아그레망을 받아 현지에 부임했다. 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앞둔 시점이었기에 당시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배려가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때 조윤제 초대 대사는 47일, 이어 부임한 이수혁 대사는 60일이 걸렸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등 외교현안에 시선이 쏠린 상황인 만큼 아그레망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이재명 대통령의 방미도 국빈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 방문 형태인 것도 앞선 경우와 다르다. 

반면 한미 조선업 협력 등 미국 측에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기조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파격적인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 내정자는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아그레망을 받지 못해도 이 대통령 수행단 일원으로 함께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