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행정부 "미국에 원전 지어달라"…K원전, 한미 정상회담 의제 급부상 "제2 마스가"
트럼프 행정부, 2050년까지 원전 300기 건설 계획 원전 건설 능력 없는 美…한국 도움 절실 한미정상회담서 원전 협력 논의 하나…'제2 마스가' 기대 조현 외교부 장관, 급거 방미…원전 논의? 산자부 장관·한수원·한전사장도 줄줄이 미국행 위성락 "한미, 원자력 등 새 협력 분야 개척...원자력 협정 의제 논의 진행중" 李대통령, 빌게이츠 만나 "한국도 SMR 강자될 수 있어" 원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한미정상회담 동행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전임 윤석열 정부 당시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원전 수주를 위해 미 웨스팅하우스(WEC)와 '굴욕 계약'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K원전이 경쟁력을 잃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미국과 원전 협력 가능성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원전 300기 건설 계획을 확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우리 정부에게 원전 건설에 동참해 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한수원은 WEC와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원전 협력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빌게이츠 게이츠 재단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거론한데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한미간 원전 협력'을 공식화한 것을 볼 때 이미 양국간 상당 부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 원전 협력이 현실화 된다면 K원전이 '제2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 2050년까지 원전 300기 건설 계획
원전 건설 능력 없는 미국, 한국 도움 절실
21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과 WEC는 조인트벤처(JV·합작회사) 설립을 논의 중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대대적인 원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2050년까지 원전 설비용량을 300GW 추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원전 약 300기 분량에 해당한다. 그 첫 걸음으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미국 내 기업 중에는 원전 건설 노하우를 가진 곳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신규 건설 인허가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자국내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이에 최근 트럼프 행정부 측에서 우리 정부에 한국 기업들이 자국 내 원전 건설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설계는 WEC가 맡고 건설은 한국 기업이 담당하는 파트너십을 제안한 것이다.
만일 한수원과 WEC의 조인트벤처가 성사된다면 한국 원전 기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WEC와 '굴욕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50년간 원전 1기를 건설할 때마다 WEC에게 1조원이 넘는 금액을 보장하기로 한데다 한국 원전 기업이 북미와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에는 진출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하지만 조인트벤처는 이러한 제약에서 자유롭다.
아울러 그동안 WEC는 미국 수출통제법을 내세워 한국 원전의 해외 수주를 가로막아 왔는데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이런 리스크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서 원전 협력 논의 하나…'제2 마스가' 기대
조현 외교부 장관, 급거 방미 '원전 논의?'
산자부 장관·한수원·한전사장도 줄줄이 미국행
한미 원전 협력은 오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국은 관세 협상 타결 과정에서 1천5백억달러의 조선 협력과 2천억달러 규모의 투자 지원 패키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2천억달러 투자에는 반도체, 이차전지, 원전 등이 포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수원과 WEC가 합작법인 설립 추진하면서 한미 원전 협력이 제2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23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21일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향한 것도 원전 협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2일 미 워싱턴DC로 출국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 등 주요 인사를 잇달아 만날 예정이다.
또한,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23일 WEC 고위 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출국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한국전력 김동철 사장도 지난 21일 출국해 WEC 고위 관계자와 별도의 면담을 할 계획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조현 장관이 전날 미국으로 출국한 것에 대해 "조금 더 긴밀한 조율을 위해 일본을 가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말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한일ㆍ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직전에 미국에 가서 마지막 점검을 하고 조율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는 산업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도 참여하고 성공적 정상회담을 위해 점검하는 절차에 있다"고 밝혔다.
李대통령, 빌게이츠 만나 "한국도 SMR 강자될 수 있어"
위성락 "한미, 원자력 등 새 협력 분야 개척""한미 원자력협정 논의 진행중"
원전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한미정상회담 동행
이재명 대통령도 원전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을 만나 "한국 정부도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이 "SMR(소형모듈원자로)이 AI(인공지능)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력 수요 증가에 효과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하자 이같이 답한 것.
이 대통령은 "한국이야말로 SMR의 강자가 될 수 있다"며 "우리 기업들도 준비를 많이 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이 SMR에서 굉장한 강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간 새로운 협력 분야 개척을 강조하며 '원전'을 언급했다.
위 실장은 "한미동맹의 새로운 협력 문화를 개척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협력 지평으로는 원자력, 조선,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기술, 국방분야 연구개발(R&D)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여부에 대해선 "정상회담 계기로 진전을 만들어보겠다는 입장하에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원전 협력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한미원자력 협정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며 "AI를 위해 전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원전이 전력 생산에 효율적이어서 미국 내에서 관심이 많다. 우리는 원전 건설에 경쟁력이 많은 나라"라고 말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에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건설뿐만 아니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소형모듈원자로(SMR)와 관련한 한미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