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획-1] 정부조직법 개정 임박…금융감독 체계 개편, 혁신과 혼란 기로에

2025-09-23     김지혜 기자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개혁과 정부 조직 개편이 정치경제 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가계부채·부동산 PF 리스크·금융소비자 피해 등의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금융정책 신뢰를 흔든 가운데, 정부는 금융 감독체계 및 정책 부문 전반에서 조직 재편을 통해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개편안 실행 여부가 현실화하는 단계에 접어들면서, 금융당국 내부와 금융권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부조직법 일부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퇴장한 가운데 신정훈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부 조직개편안의 핵심 내용은 기획재정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의 역할을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로 나누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갖고 있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돼 감독기능과 검사·재제 기능을 강화하는 조직이 된다. 동시에 금융감독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리를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이 개편안에 들어 있다.

또 금감원과 금소원(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독립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국회 논의 흐름을 보면,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22일 행정안전위원회 문턱을 넘었으며, 25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금융소비자보호원 관련 법안 등 후속 법안들이 정무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을 통과해야 하고, 야당의 반발이 심해 통과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금융감독기관 내부의 반응은 들끓고 있다.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에 강하게 반발하며 조직 개편을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 노동조합과 직원들은 9일 출근길·로비 시위, 국회 앞 집회 등을 통해 공공기관 지정과 기능 분리에 대하여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총파업 가능성까지 언급 중이다.

이찬진 금감원장도 직원 면담에서 "기능과 역할, 중복 가능성, 독립성 약화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정부 방침에 따라 세부 사항을 꼼꼼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부 조직개편안에 대해 '졸속', '일방통행식'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논점으로는 금융감독체계의 독립성 약화, 권한 책임 구조의 흐림, 감독과 정책 기능의 재정경제부 이관에 따른 위험성 등이 지적된다. 재정 책임과 예산 통제 기능이 강화되는 재경부가 금융 정책을 흡수할 경우, 감독 및 정책 간 충돌 가능성, 관료적 간섭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쪽에서는 조직 개편이 금융정책과 감독의 전문성을 높이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며, 금융산업 경쟁력을 국제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수장 역시 정부 방침을 수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공적 기관으로서 결정된 조직개편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정부는 2026년 1월 2일부터 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하며, 금융감독 조직 개편도 이와 연계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 상태는 혼란과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모습이다. 조직 개편 시점과 기능 이관 범위가 법안 처리 여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시점이나 역할 범위, 공공기관 지정 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현장에서 금융위 직원들, 금감원 직원들 모두 세종 이주 여부, 부서 이관, 역할 축소·증가 등에 대한 불안이 크다. 또한 규제와 감독의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 기관 간 기능 중복 또는 권한 경계 불명확성 등에 대한 우려가 금융업계, 금융사 쪽에서도 나오고 있다.

금융개혁 공약에서 제시된 "금융 규제 혁신, 금융소비자 권익 강화,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는 현재 조직 개편안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규제 혁신은 금융정책 기능의 분리 및 감독 강화, 감독 기능을 가진 기관의 책임성 확대를 통해 이루려는 것이고, 소비자 권익 강화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의 신설 및 금감원의 분리 기능 조정을 통해 방향성이 드러나고 있다.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는 감독체계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확보, 국제 투자자 대응력 확보, 역할 분산을 통한 유연성 확보 등이 강조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금융조직 개편은 단순한 행정적 변화가 아닌, 금융 거버넌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변화가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감독의 전문성 강화, 금융 소비자 보호의 실질적 제고, 금융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권한 분리 및 기능 이관 과정의 혼선, 독립성 약화에 대한 불안, 제도 실행의 지연 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 금융개혁의 성패는 결국 '조직 개편의 설계'만큼이나 '국회 통과 여부 및 실행력'에 달려 있으며, 금융권 내부의 수용성과 금융 산업 전체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