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기획-2] 금융조직개편과 금융권의 변화…이재명 정부 금융정책의 시험대

2025-09-24     김지혜 기자
[사진=연합뉴스 제공]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조직개편은 단순한 행정 개편을 넘어 금융권 전반의 경영 전략과 사업 모델을 흔드는 직접적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 부동산 PF 리스크 대응, 서민금융 확대 같은 금융 안정 과제와 디지털 혁신·빅테크 협업 같은 미래 과제가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서, 금융권은 새로운 정책 환경 속에서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압박에 직면했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 이관과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제도적 변화는 금융사들의 리스크 관리와 ESG 전략, 소비자 보호 대응까지 전방위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사진=정부는 지난 7일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신설한 뒤 두 기관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돼 감독·제재 기능이 강화된다. 동시에 금융감독원 산하 소비자보호처는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분리되고, 두 기관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독립성과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강하게 된다.

정책은 재정경제부,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소비자 권익은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맡는 구조로 개편되면서 금융사는 각 단계별 대응 체계를 새롭게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사들은 정책 방향이 명확해지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기관 간 조율 실패 시 감독 공백과 이중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금융정책과 감독이 분리되면 지침이 중복되거나 상충할 수 있어, 현장에서는 대출 심사나 리스크 관리 절차를 이중 점검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에서도 조직개편의 영향은 크다. 정부는 건전성 규제 강화와 정책금융 지원을 병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감독 체계가 다층화되면서 금융사들의 보고 라인이 복잡해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리스크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한데, 정책과 감독이 나뉘면 대응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정책과 감독이 구분되면 책임 소재가 명확해져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혁신금융 역시 금융조직개편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분야다. 디지털 금융, 오픈뱅킹, 마이데이터, 블록체인 기반 결제 등은 정책 지원과 규제 완화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 재정경제부가 정책 설계를 담당하게 되면 금융산업 육성이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추진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그러나 감독 기구의 강화로 인해 혁신금융 규제가 중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혁신을 장려하는 정책과 규제를 강화하는 감독이 따로 움직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ESG 경영 요구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책은 재정경제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감독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원이 나누어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면 ESG 실적과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촘촘히 관리될 수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비용은 늘겠지만 장기적으로 글로벌 투자자 신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형 금융지주는 규제 방향이 선명해지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감독 중복을 걱정하고, 중소형 금융사와 지방은행은 인력과 자원이 부족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핀테크·스타트업 업계는 데이터 개방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장 쏠림 심화로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소비자 단체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환영하면서도, 금감원과의 권한 중첩으로 책임이 불분명해지지 않도록 정교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번 금융조직개편은 금융권 경영 전략 전반을 재편하는 시험대다. 규제 준수 비용과 리스크 관리 부담은 늘어나겠지만, 동시에 ESG·혁신금융 등 새로운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계기도 된다.

전문가들은 "금융개혁의 성패는 제도 설계보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금융권과 정부가 얼마나 긴밀히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