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대 "금융위·금감원 현행 유지, 정부조직개편서 철회"…"야당 존중해 속도조절"
금융개편 제외로 전격 선회…"국힘, 필리버스터 말고 협조해야" 금감원 직원 1500여명 24일 빗속 야간집회…"금소원 분리 반대" 개편 백지화 발표 순간, 금감원 직원들 '안도·환호'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2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대통령실은 긴급 당정대회의를 열고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안 중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현행 금융정책·감독 기구의 체계를 바꾸는 개편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충분한 협의 없이 이뤄진 정부 조직 개편에 전면 반대하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에 필리버스터를 예고하자 금융 감독 체계 개편안을 제외한 뒤 정부조직법 처리에 협조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2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 협의 종료 후 브리핑을 열고 "신속 처리 안건으로 추진하려 했던 금융위원회의 정책·감독 기능 분리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을 이번 정부 조직 개편에 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금융위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고, 금융위의 국내 금융 기능을 재정경재부로 넘기겠다는 부분을 원위치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금융위 개편을 당분간 보류하는 것인지, 아예 취소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거기까지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관련 상임위에서 추후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법률 개정 없이, 금융감독 체계상 소비자 보호 기능의 공공성,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우선 마련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예정대로 재정경제부와 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예정이다.
당초 민주당은 25일 본회의에서 기획재정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금감위 설치법 등 연계된 법안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할 방침이었다.
금융개편 제외로 전격 선회…"국힘, 필리버스터 말고 협조해야"
당정대는 금융기관 개편 관련법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경우 여야가 합의했을 때보다 6개월에서 1년가량 법안 처리가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금융개편 보류를 결정한 것에 대해 "정부 조직 개편이 소모적 정쟁과 국론 분열의 소재가 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당정이 어제(24일) 오후부터 긴급하게 논의했다"며 "어제 오후 대통령실 정무비서관 등이 국회를 방문하고 수정안 작성을 논의했으며 이 같은 상황을 강훈식 비서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당 의견을 존중해 정부 조직 개편의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대결이 아닌 대화의 장으로 나와 달라"고 촉구하며 "금융기관 개편과 관련한 9개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결정도 모두 철회한다. 야당의 문제 제기가 일정 부분 반영된 수정안이 올라가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합의 처리해 주면 좋겠다"고 협조를 요청했다.
당정은 금감원과 금융위 개편을 제외한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마련해 오늘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본회의에 제출할 예정이며, 우원식 국회의장은 수정안 처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본회의 시작 전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협의에 들어간다.
24일 열린 당정대 회의에는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우상호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김병욱 대통령실 정무비서관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금융 자본시장에 대한 기대가 큰데 정부 조직 개편에 필리버스터와 패스트트랙으로 수개월간 불안정한 상태를 지속하는 데 대한 무거움이 있었다"며 "정부조직 개편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길 원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당초 정부는 금융감독과 정책 기능을 분리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감독에 집중토록 하고 국내정책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넘기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의 소비자 보호기능은 따로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할 예정이었다.
금감원 직원 1500여명 24일 빗속 야간집회…"금소원 분리 반대"
지난 7일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9일 금감원 직원 약 700명은 상복을 입고 로비 1층에서 출근 시위를 벌이며 즉각 반발했다. 조직 분리를 반대하는 직원들의 명패 수백 개가 바닥에 깔렸고 '금융소비자 보호가 운명을 다했다'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게시하며 조직 개편 반대에 나섰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이 통과돼 본회의 상정을 앞두게 되자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 등 직원 1500여명은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를 반대하며 빗속에 거리를 나서 야간 장외 집회를 열었다.
빗속 야간집회는 지난 18일 장외집회를 진행한 이후 두 번째로 금감원 직원들은 검은 옷에 우비와 형광 조끼를 입고 국회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금소원 분리,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반대 팻말을 들고 빗속에서 항의를 이어갔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감독원은 통합감독기구로서 감독·검사업무 역량을 분쟁 ·민원 업무와 연계해 분쟁조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지만 조직을 분리하면 역량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태완 비대위원장은 "조직개편은 실상은 기관장 자리 신설, 고위직 자리 마련을 위한 금융감독원 해체이며 오히려 금융소비자 보호 역량이 약화되는 개악"이라고 규탄했다.
개편 백지화 발표 순간, 금감원 직원들 '안도·환호'
빗속 야간집회를 했던 금감원 직원들은 25일 오전 긴급 당정대 회동 결과가 생중계로 발표되며 금융 개편 백지화를 언급하자 "와"하는 환호성과 함께 안도와 환호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조를 비롯한 금감원 직원들은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감독 체계 개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며 24일 저녁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국회 앞에 모여 반대 시위를 벌여왔던 금감원 직원들은 집회가 끝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개편안을 보류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금소원 분리는 무산됐지만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등이 완전 철회인지 보류 후 재추진인지 등 정확히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25일 오후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하고 금융당국 조직개편 보류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찬진 금감원장 대신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