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진단 인터뷰] 미래에셋 박희찬 센터장 "美시장 넘어 中 '규모의 경제' 극복할 新시장 개척 시급"

"제조업, 중국 '규모의 경제' 뛰어넘기 어려워" "K-컬처 확장모드...'브랜드 밸류업' 방향으로" "미디어·엔터 넘어 산업 전반 시너지 확산해야"

2025-09-26     최준호 기자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K-컬처 활용해 산업 전반으로 시너지를 확산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 우리 수출의 돌파구"라고 분석했다.

[폴리뉴스 최준호 기자] 지난 8월 한미정상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경제 상황은 불확실하다. 미국은 2024년 20년 만에 최대 수출국 지위를 중국으로부터 되찾았지만 상호관세와 무역협상 난항으로 다시 대미 수출이 주춤하고 있다.

'한국의 수출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폴리뉴스는 25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박희찬 센터장을 만나 현안질의와 함께 돌파구를 모색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과의 경제 관계에 대해 "EU와 일본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15%로  타결했는데 우리는 아직 25%가 유지되고 있어 기업들이 대미 경쟁력에 부담을 갖고 있다"면서 "하지만 중국 기업들의 미국시장 진출이 상당히 막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경쟁에서 자유로워진 측면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배터리·태양광 관련 우리 기업들의 주가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 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해서는 "AI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강력해 그에 따라 반도체, 특히 낸드나 DDR과 같은 메모리반도체가 현재 공급 부족 상황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가격 전가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박 센터장은 "대미 수출에 대해서는 조선 수출도 긍정적이어서 우리 경제에 큰 위험적 요인이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미국시장 외 수출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미국 외의 시장으로 물량 공세가 시작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센터장은 "미국 외 해외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 확실한 경쟁 우위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이에 대해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기 때문에 석유화학이나 철강과 같은 제조업에서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며 "중국에 의해 따라잡히고 압도당할 산업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면 수출 환경은 계속 나빠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한국 수출의 대안은 무엇일까?, 박 센터장은 "코리아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적으로는 '되는 쪽' 산업에 적극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K-컬처를 한 예로 들었다.

박 센터장은 "K-팝으로 시작된 한국의 문화산업이 드라마, 패션, 푸드로 이어지면서 확장 국면에 돌입했는데, 이를 잘 활용해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센터장은 K-컬처의 세계적 영향력이 오랜 기간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가 외국인들이 봤을 때 충분히 유니크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그들로 하여금 한국을 방문하게 하고 더 관심을 갖게 하는 중요한 배경"이라는 것이 박 센터장의 견해이다.

"간과해서는 안될 점은 K-컬처의 영향력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산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른 산업으로 확산시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을 짜야 한다"며 "그런 부분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희찬 센터장은 1973년생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를 거쳐 교보생명에 2004년 입사했다. 미래에셋증권에 2006년 10월 입사해 현재 상무 직급으로 리서치센터장을 맡아 미래에셋 리서치센터를 총괄하고 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전문]

현재 미국과의 관세협상 난항 등으로 미국 수출이 어려움을 맞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우리 수출기업이나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에게  미칠 악영향은 무엇일까요?

우리 미국 수출 환경이 좋아진 것이 있고 나빠진 것이 있습니다. 일단 25%에 달하는 관세를 맞게 되는 것이 나쁩니다. 소비자들에게 이 관세 부담을 얼마나 전가시키지 않고 갈 것인가에 대한 기업들의 전략적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심지어 더 심각한 상황은 미국이 일본·EU와는 관세 협상이 타결돼서 15%의 관세가 적용되는데, 우리는 25%이니까 10%의 차이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 두 가지가 나쁜부분이고, 좋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상당히 막혀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경쟁 관계가 덜 성립하지 않습니까? 그 영향으로 최근에 우리 배터리·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간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된 마켓인데 거기서 중국하고 별로 경쟁할 일이 없으니까 좋지 않느냐는 이야기죠. 또 반도체는 지금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강력하고 그에 따라서 낸드·DDR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공급 부족 상황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가격 전가력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버텨낼 수 있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보시는 건가요?

대미국 수출에 있어서는 말씀드렸다시피 명암이 있고, 조선 수출도 긍정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대단한 위험 요인이 있다고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미국 외 수출이 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미국 시장이 막히기 때문에 미국 외 시장으로 물량 공세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그 마켓에서 한국이 중국에 비해서 확실한 경쟁 우위에 있지 않습니다. 중국은 엄청난 규모의 경제로 승부하고 있기 때문에 하이테크나 컨슈머 커스터마이징이 된 쪽이 아닌 대량생산 위주의 산업 분야라면 중국의 압도적인 생산력에 경쟁하기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위기에 있는 것이 석유화학이나 철강인데,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 데서 오는 우리 수출 제조업의 리스크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인구구조변화, 생산성 저하, 가계 부채 확대 등의 과제들 중 가장 중요한 구조적 과제는 무엇일까요?

말씀드렸듯이 중국에게 밀리고 있는 제조 경쟁력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소하고 직접 경쟁이 어려우면 틈새 시장과 산업을 찾아서 들어가고 그런 식으로 어떤 발을 뻗을 곳을 확보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려면 지금 '되는 쪽 산업'과 '안 되는 쪽 산업'의 주가 격차가 꽤 큰 상황인데, 되는 쪽 산업에 대해서 더 적극적으로 정책적 움직임이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구조조정 산업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잡아주는 방향으로 가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는대로 K-컬처라고 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확장 모드에 있으니까 잘 활용해서 '코리아 브랜드'를 밸류업 시키는 쪽으로 정책이 좀 움직여주게 되면 수출에 있어서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K-컬처 때문에 대표적으로 잘 되는게 엔터테인먼트도 있지만 삼양식품이 잘 되고, '케데헌'이 성공하면서 농심도 잘 되고 있지 않습니까? K-컬처가 K-팝부터 시작해서 드라마-패션-푸드 이런 식으로 소비자 친화적인 섹터에서 시너지가 작동할 여지가 많이 있으니까 그런 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K-컬처가 얼마나 오래 갈 것이라고 전망하십니까?

저는 꽤 오래 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K-팝이 선봉장적인 역할을 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관심이 늘어났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이 고유의 문화라는 것이 외국인들이 봤을 때 충분히 유니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이 외국인들로 하여금 한국에 더 관심을 갖고 찾아오게 하는 중요한 배경이지 않나 하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나 기업도 K-컬처에 근간을 둔 콘텐츠를 엔터테인먼트나 미디어 산업에만 국한하지 말고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잘 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틈새 시장을 잘 찾아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 대해 관심이 높은데, 전문가로서 조언해주신다면?

저희 투자 전략의 핵심은 항상 분산투자입니다. 무조건 분산 투자하실 것을 강조드리고 있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성장 기회가 있고 이 다양한 성장 기회에 분산해서 투자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지금 각종 산업 생태계에 지배적 위치에 있는 대표 기업들이 있고 후발주자들이 있을 것 아니겠습니까? 하나 하나 고르기 힘들면 ETF를 하시는 방법도 있고, 투자가 많이 편해진 환경이 됐기 때문에 다양한 성장 기회를 누리기 위해서는 고르게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AI와 같은 경우에는 한편에서는 계속 좋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버블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성장하겠지만 우리가 IT 버블 붕괴라는 것도 겪어보지 않았습니까? 대공황도 직접 겪진 않았지만 있었던 일이고, 이런 일들이 성장하는 단계에서 늘 있던 상황들이었습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회복하고 올라갔죠. 그래서 지금 상태에서 AI도 지금은 초입 국면이라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약간 버블적인 성향도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너무 AI에 집중투자하지 말고 비중을 좀 줄이자는게 저희 실제 전략이거든요. 그 외에도 인플레이션 헷지에 관한 전략이 중요한 시점에서 금과 관련한 부분, 블록체인 기반한 핀테크 기업, 다양한 원자재 중에서 특히 우라늄과 희토류, 그리고 방산, 미국 인프라, 중국 바이오 테크, 이런 부분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지금은 펼쳐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펼쳐놓고 있으면 다양한 성장기회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처럼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